헨리 나우웬(Henri J. M. Nouwen, 1932.1-1996.9)은 그리스도인으로 산다는 것에 대한 고민과 성찰을 누구보다도 맑고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낸 작가입니다. 깊은 말씀 묵상과 몸에 밴 기도 생활에서 나온 그의 글들은 삶의 어두운 구석들을 어루만지며 수많은 이들을 건전한 영성의 세계로 인도했습니다. 그는 1932년 네덜란드 네이게르끄에서 3남 1녀 중 막내로 태어나 1957년 예수회 사제로 서품을 받았으며 6년간 심리학도 공부했습니다. 이후 미국에서 계속 신학과 심리학을 연구하다 30대에 인디애나주 노트르담 대학에서 심리학을 가르치기 시작했고, 1971년부터는 예일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했는데 1981년에는 하나님의 사랑에 빚진 자라는 거룩한 부담감 때문에 페루의 빈민가로 떠나 가난한 이들과 함께 지내기도 했습니다. 이후 그는 다시 강단으로 복귀해 하버드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지만 영혼의 안식을 찾지 못하다 1986년 <라르쉬 데이브레이크>라는 정신지체장애인 공동체에 부르심을 받습니다. 1996년 9월 심장마비로 소천하기까지 그는 그곳에서 장애인들과 함께 살며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자의 삶을 온몸으로 보여주었습니다. 세속적인 명예를 멀리하고 오직 순수하게 소명에만 충실했던 그의 글들은 성공주의에 물든 현대교회에 근본적인 도전을 줍니다. 또 간결한 문장과 통찰력 있는 표현으로 지금도 수많은 영혼들을 울리고 있습니다.
<스무살 마크에게 띄우는 헨리 나우웬의 영성 편지>(복 있는 사람)란 책은 헨리 나우웬이 혼돈과 무관심의 세상에서 바른길을 찾으려는 조카 마크에게 보낸 편지를 한 데 엮은 글 모음집입니다. 교사이자 길잡이며 스승인 나우웬 특유의 힘과 깊이가 느껴지는 이 글들은 독자들에게 삶의 변화에 필요한 방향과 영감을 제시해 줍니다.
<... 너와 나는 둘 다 예수님의 제자로 부름 받았다. 나이, 환경, 성장과정, 경험 같은 차이는 우리가 받은 소명에 비하면 별 것 아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를 순종으로 부르시는 하나님의 사랑의 음성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 이 마지막 편지에서 나는 그동안 내게 가장 큰 유익이 되었던 세 가지 경청의 형태를 너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 교회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교회가 예수님께로 가는 길은 커녕 그 길의 장애물이 되고 있는 시대에 이것이 결코 네게 환영받는 충고가 못 된다는 사실은 나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우리 시대가 안고 있는 가장 큰 영적 위험이야말로 예수님과 교회를 분리시키려는 시도들임을 확신한다. 교회는 주님의 몸이다. 예수님 없이는 교회도 있을 수 없고, 교회 없이는 예수님과의 연합도 있을 수 없다. 교회에 귀를 기울인다는 것은 곧 주님께 귀를 기울인다는 뜻이다. (중략)
둘째, 책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성경을 읽고, 또 여러 경건한 책들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뜻이다. 평소 네가 독서를 많이 한다는 것은 나도 안다. 그러나 네가 읽은 수많은 책들은 사실 예수님께서 네게 보이시는 길에서 오히려 너를 멀어지게 하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따라서 영적인 삶에 도움이 될 책들을 꾸준히 읽는 것이야말로 네 인생에 대단히 유익하다. 중요한 것은 재미있는 정보를 취하듯 읽기보다 나에게 말씀하시는 주님의 음성을 듣듯 그렇게 귀 기울이는 것이다. (중략)
셋째, 네 마음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예수님께서 너에게 가장 친밀하게 말씀하시는 곳이 바로 네 마음이다. 기도란 무엇보다도 네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 거하시는 예수님의 음성을 듣는 것이다. 그분은 결코 고함치지 않으신다. 억지로 밀고 들어오지 않으신다. 그분의 음성은 거의 속삭임에 가까운 부드러운 사랑의 음성이다. 평생 어디서 무슨 일을 하며 살든 네 마음에 계시는 주님의 음성에 귀를 기울이며 살아라. 적극적으로 아주 집중하여 들어야 한다. 예수님의 사랑의 음성이 시끄러운 세상 소리에 쉽게 파묻히기 때문이다. 예수님이 네 마음에 말씀하시는 음성을 들으려면 매일 매일 일정한 시간을 따로 뗄 필요가 있다. 10분도 좋다. 매일 예수님과 단 둘이 10분만 보내도 너의 삶은 근본적으로 달라질 것이다. (중략)>(p. 123)
이 사순절에 나우웬이 보낸 편지를 읽으시고 여러분의 영성이 더욱 투명해지길 빕니다./노나라의별이노배온편지에서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