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브라스카에는 오펏(Offutt)이라는 공군기지가 있다. 공군 조종사들이 이 기지에 착륙하기 위해 공중에서 활주로로 접근하다 보면 기지 앞 땅에 특별한 메시지를 보게 된다. 얼마 전까지 조종사들이 본 것은 "THANK YOU FOR FREEDOM".
공군 기지 바로 앞에 있는 콩 밭에 큰 글짜로 써있는 이 메시지는 멀리서는 분간이 안되지만 비행기가 활주로로 내려가다보면 선명하게 보인다. 그 순간 조종사들은 가슴이 벅차오른다고 한다. 자신들의 노고에 미국 시민들이 기발한 방법으로 감사를 표하는 것에 감동되기 때문이다.
이 메시지는 매년 바뀐다. 2011년에는 "You Make America Proud!", 2012년에는 "Thank you for Freedom" 등 다양하다. 하지만 마음은 동일하다. 오펏 공군기지에 근무하는 공군에 감사를 표하는 것이다.
이 메시지는 이 지역 월마트 매니저인 크리스 쇼톤이라는 사람이 시작했다. 그는 2011년 지역사회에 있는 군인들에게 감사와 격려의 말을 전달하고 싶었는데 궁리 끝에 가을 추수가 끝나면 오펏 공군기지 앞 콩밭에 감사의 메시지를 크게 적는 것을 생각해냈다.
쇼톤은 12명의 자원봉사자를 모집해 500개의 막대기와 3,500 파운드의 밀가루를 트랙터에 실고 콩 밭으로 갔다.
막대기와 밀가루로 쓰려는 메시지를 벌판에 그리면 트랙터가 그 모양 대로 땅을 파서 대형 글자를 만들었다.
문구는 매년 월마트 직원들의 투표를 통해 정해진다고 한다.
오펏 공군기지 사령관인 도날드 베이컨 소장은 "조종사들은 활주로에 착륙하며 이 메시지를 본다"며 "이를 통해 우리가 속한 이 지역사회가 우리 군대를 얼마나 환영하는 지 알게되어 감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미국인들은 군인, 소방관, 경찰관들 덕분에 자신들이 자유롭고 안전하게 지낼 수 있다며 이들의 '영웅적인 희생'을 깊이 존경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인 해리스 폴의 지난해 9월 발표에 따르면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직업으로 1위가 의사(88%), 2위가 군인(78%), 3위가 소방관이었고 경찰은 7위(66%)다.
미국에서 특별히 군인들은 최고의 존경을 받는다. 여론조사기관인 갤럽 조사에 따르면 군대는 미국인들이 가장 신뢰하는 조직이다.
미국 기관 중 가장 신뢰하는 조직을 묻는 이 여론조사는 1973년부터 계속해왔는데 군대는 부동의 1위를 지켜왔다.
군대하면 국가와 국민들을 지키기 위해 자기의 목숨까지 바쳐 희생한다는 인식 때문에 미국인들 사이에서 군대에 대한 존경과 감사는 대단한 것이다.
미국인들은 미국이 1, 2차 세계대전,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걸프전쟁, 아프가니스탄 및 이라크 전쟁을 치르며 수많은 미군이 전사하고 부상당하는 '희생'을 직접 목도해왔다.
이를 통해 가족, 친척, 친구, 이웃 중 참전용사가 있고 이들이 감당한 희생을 보며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Freedom is not free)'라는 것을 실감하고 있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미군이 받는 최고 훈장인 '영예의 메달'(Medal of Honor)를 40여 전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던 두 명의 군인에게 수여했다. 그 중 한명은 당시 전사한 도날드 슬로트 육군 상병이었다.
슬로트 상병은 당시 20세로 정찰 중 안전핀이 빠진 수류탄이 굴러오자 이를 던질려고 짚어들었다. 하지만 바로 터질 것을 감지한 그는 즉시 자신의 몸으로 수류탄을 덮었다. 수류탄은 그의 몸 안에서 터졌고 결국 본인만 죽고 주변의 동료 미군들을 살려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의 영웅적인 이 실화를 소개하며 "그는 도망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동료 미군들을 살리기 위해 자신은 죽는 영웅적인 행동을 했다"며 이 때 목숨을 구한 두명의 동료 미군을 소개했다.
영화에서나 보았던 슬로트 상병의 이야기는 이날 영예의 메달 수여와 함께 언론을 통해 알려졌고 미국인들은 그의 영웅적인 희생에 감동하며 '영예의 메달'을 받을만하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미국에서는 매년 5월 마지막 첫째주와 11월 11일은 각각 메모리얼 데이(현충일)과 참전용사의 날로 기념하고 있다.
이날이 되면 미국은 성조기로 거리와 건물들이 거의 도배가 된다. 일부 거리는 전사한 미군의 이름과 그 미군이 참전한 전쟁의 이름이 쓰인 십자가로 가득 채워지기도 한다.
학교에서는 이날 참전용사들과 가족들을 초대해서 이들의 희생을 들으며 애국심이 어떤 것인지 배우는 기회를 갖는다.
지난해 11월 11일 조지아 존스크릭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Thank you Veterans" 행사가 열렸다. 14년째 열리고 있는 이 행사는 참전용사들을 초대해 이들의 수고에 감사와 존경을 표하는 시간이다.
행사장 주변에는 1, 2학년 학생들이 참전용사에 감사하는 내용을 담은 포스터들이 복도에 전시되어 있었다.
"저는 당신들 때문에 평안히 침대에 누워 잠을 잘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는 감사의 글과 일본이 미국에 항복했다는 기사가 대문짝만하게 실린 옛날 신문을 붙인 것 등 다양한 포스터들이 있었다.
공식 행사가 시작되었고 4학년 학생들로 구성된 합창단이 육군, 해군, 공군, 해병대 노래를 연달아 불렀다.
육군 노래를 부를 때는 과거 육군이었던 참전용사들이 기립해 박수를 받았고 해군 노래가 불릴 때는 해군 참전용사, 공군 노래를 부를 때는 공군 참전용사가 일어나 학생들과 교사, 학부모들의 박수를 받았다.
참전용사에 감사하는 에세이를 학생들이 한명씩 발표했다. 이날 행사를 앞두고 벌인 에세이 컨테스트에서 우승한 학생들이었다. 참전용사들의 희생으로 자유롭게 살 수 있게 되었다며 감사하다는 내용이었다.
이날 가장 큰 환호와 박수가 나왔던 순간은 학생들의 가족들 가운데 있는 참전용사들의 얼굴 사진을 담은 슬라이드 쇼. 학생들의 이름과 함께 사진 주인공의 이름이 나오자 학생들은 같이 기뻐했다. 가족 중에 참전용사 및 군복무를 한 사람이 있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뿜어져 나오는 환호와 박수였다.
미국인들은 자신의 차에 '나는 예비역 군인이다', '내 아들은 해병이다'라는 글귀를 자랑스럽게 붙이고 다닌다.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 전장에서 돌아온 군인을 태운 차량이 이라크에서 돌아왔다는 문구를 써놓고 가면 길가던 사람들은 그 차를 향해 손을 들고 환호하거나 박수를 보낸다.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는 제복을 입은 군인이 있으면 찾아가 고맙다고 인사를 하거나 음료수나 음식을 사서 주는 미국인들도 종종 볼 수 있다.
미국에서 소방관, 경찰은 최초 대응자(First Responder)로 불린다. 사건, 사고가 터지면 항상 사이렌 소리를 내며 가장 먼저 달려오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희생자들이 나오면서 소방관과 경찰은 지역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자신들의 목숨을 희생하는 영웅으로 존경받고 있다.
2001년 911 테러 당시 사망한 2,997명 가운데는 412명이 소방관이 있다. 전체 사망자의 13%를 차지하는 이들은 맨하탄 세계무역센터가 911테러로 공격을 받자 급히 출동해 구조작업을 벌이다 건물이 붕괴되면서 사망했다.
미국에서는1977년 이후 4,325명의 소방관이 근무 중 사망했고 지난 10년동안 1,500여명의 경찰관이 역시 근무 중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리조나에서는 지난 6일 2013년 10월 산불을 진압하다 사망한 19명의 소방관을 기념하는 공원을 만드는 착공식이 열렸다. (왼쪽 사진)
이들의 희생을 잊지 말자는 취지로 지어지는 이 기념공원은 1902년부터 아리조나에서 화재와 싸우다 사망한 총 105명의 소방관을 기리는 공간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공원은 100% 기업, 개인 등 민간 차원에서 건립자금이 모금되고 있다.
소방관과 경찰에 대한 존경을 표하는 행사들은 민간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라이온스 클럽, 키와니스 클럽 등 미국에서 지역마다 있는 클럽들은 매년 모범 소방관과 경찰을 선정해 시상하며 이들의 노고에 감사를 표하고 있다.
미국인들은 경찰 복지를 위해 매년 내는 기부금 스티커를 연도별로 차에 붙이고 다니며 경찰을 지지한다는 것을 보이고 있고 지역 교회나 다른 단체들은 매년 소방관과 경찰을 초청해 식사를 대접하고 상을 수여하는 활동들을 하고 있다. /글·사진=케이아메리칸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