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이 보여줬듯이 학교 폭력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집단 구타와 금품 강탈은 이제 놀랄 만한 일도 아니고 물고문을 하거나 담뱃불로 지지는 `악행'까지 등장했다. 그 잔인성과 흉포함이 어른도 섬뜩하게 만들 정도다.
어른들이 '나 몰라라' 손을 놓고 있는 사이 학교 폭력이 조직폭력배를 모방하는 수준까지 잔악해진 것이다.
26일 전국 시ㆍ도 교육당국과 경찰에 따르면 지난 9월 26일 전북 전주에 사는 A(고2)양은 "몸이 아파 학교에 갈 수 없다"고 학교에 연락한 뒤 손가락 크기의 막대자석을 삼켜 자살을 기도했다.
이 자석이 기도를 막지 않아 다행히 목숨을 건졌지만 A양의 가족은 집단 따돌림(속칭 왕따) 의혹을 제기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충북 청주의 중학교 3년생인 B군은 지난 8월 같은 반 친구에게 얼굴 등을 맞아 청각신경이 손상됐다.
B군은 지난 10월에도 학교에서 '잘 나간다는' 불량 학생 5명으로부터 "평소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이유로 집단폭행을 당했다. 그 후에도 학교에서 가방이 수시로 없어졌고, 책은 우유에 흠뻑 젖은 채 발견됐다. 왕따를 당한 것이다.
전남 여수경찰서는 최근 후배를 집단폭행한 혐의로 C군(중3) 등 중학생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지난 2일 오후 5시께 여수시 쌍봉동의 한 공중화장실에서 같은 학교 2학년 D군을 둔기 등으로 마구 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달에 이어 이날 수십 분간 집단 구타를 당한 D군은 늑골 골절 등 전치 4주의 상처를 입었다.
광주광역시의 한 중학교에서는 1학년 여학생이 지난 7월부터 같은 반 남학생 2∼3명으로부터 번갈아 가며 성추행을 당했다.
청주에서는 올해 초등학교 6학년생들이 1년간 같은 반 친구를 협박해 매주 1만~2만원을 뜯어낸 사건이 적발됐고, 충주에서는 고고생이 같은 반 친구를 아르바이트까지 시켜가며 6개월간 288만원의 금품을 빼앗은 사건도 있었다.
학교 폭력은 피해자들을 죽음의 낭떠러지로 내몰 때 그 심각성을 더한다.
지난 2월 22일 오후 8시께 대전시 동구 삼성동의 한 건물 옥상에서는 E군 등 10대 6명이 중학교 1학년생인 F군 등 3명을 주먹과 각목 등으로 때려 F군을 숨지게 했다.
충남 조치원에서 돈을 뜯으려고 대전까지 온 가해 학생들은 실신한 F군을 옥상에 내버려 둔 채 함께 끌고 온 고등학생 2명을 대전천 목척교 밑으로 끌고가 마구 때리고 휴대전화, 현금, 옷 등을 빼앗았다.
지난 3일 대전시 서구 내동의 모 아파트 1층 계단에서는 시내 한 고교 2학년에 재학 중인 G양이 머리 등에 피를 흘리며 숨진 채 발견됐다.
유족들은 "지난 9월부터 일부 학생들로부터 지속적으로 따돌림을 당했다"며 해당 학생 등의 처벌을 요구했지만 한동안 갑론을박하다 사건은 잊혀졌다.
지난 20일 대구에서 벌어진 사건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또래 2명한테 상습적으로 괴롭힘을 당하다 투신자살한 H군은 물고문까지 당했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초등학생 자녀 2명을 둔 청주시민 김모(40ㆍ여)씨는 "초등학생 사이에서도 학년별로 '1짱' 등의 폭력용어가 나돌고 집단 따돌림도 예사롭게 벌어지고 있다"면서 "학교폭력이 점점 더 흉포화하고 있는 만큼 교육당국의 획기적인 조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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