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인간이 사는 세계 곳곳에는 갈등이 존재한다. 그것은 테러 혹은 전쟁의 형태로 드러나기도 한다. 한반도는 그러한 갈등이 집약된 곳이다. 통일을 주로 고민하는 한반도평화연구원(원장 전우택)이 갈등으로 말미암아 상처가 깊고, 이를 치유하는 과정 중인 북아일랜드의 경우를 연구해 발표하는 자리를 가졌다.
"평화를 향한 길, 북아일랜드의 경험2"라는 주제로 4일 오후 연세대에서 열린 행사에서 임정택 교수(연세대 독어독문과)는 북아일랜드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갈등 치유 방법 두 가지를 소개했다. '예술치유'와 '스토리텔링'이 그것인데, 그는 "예술과 사회치유"를 주제로 발표하면서 이를 소개했다.
임정택 교수는 "치유는 상실된 총체성을 다시 찾는 것, 분열된 자아를 복구하는 것, 자연과의 친화관계를 재구성하는 것, 질서의 세계로 복귀하는 것, 훼손된 사람됨을 복원하는 것"이라 설명하고, "자연의 공포로부터 시작된 치유의 역사는 과학기술이 배태한 아픔의 역사로 이어지면서 치유의 시대를 열고 있으며, 인간에게 치유의 운명을 부가하고 있다"고 했다.
임 교수는 "예술은 자고로 현실과 환상사이의 긴장관계로부터 파생된 것"이라 설명하고, "예술은 많은 경우 현실에 대한 보상인데, 예술의 치유적 기능은 바로 여기에 놓여있다"면서 "예술은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욕망과 꿈을 실현시키는 것을 넘어 우리의 무의식에 가두어놓은 금기시된 욕망을 표현하고 분출함으로써 치유적 기능을 수행한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그는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수동적인 치유 외에 우리가 직접 예술가가 되어 능동적으로 창조하고 표현하는 것을 통해서 더 강력한 치유가 수행될 수 있다"면서 "창조와 표현을 통해서 자아를 정립하고 자신을 이 세계에서 확고하게 위치지움으로써 우리는 우리를 아프게하는 것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고 했다.
또 임정택 교수는 "북아일랜드의 치유프로그램에서 중심이 되고 있는 스토리텔링에서의 스토리는 소설이나 영화같은 허구적 이야기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하게 그냥 고난의 시절 동안 개인들에게 실제로 일어났던 사실을 말하는 것"이라 했다. 그들이 겪어왔던 역사는 허구보다 더 허구적인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는 "실제 일어난 사건을 말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아일랜드인에게는 치유의 시작"이라 했다.
임정택 교수는 "치유를 생각하는 사회는 성숙한 사회인데, 치유란 결국 모두가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사회를 건설하는 작업이기도 하기 때문"이라며 "치유는 개인적인 차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고 개인의 치유가 전사회적으로 확장된다"고 했다. 더불어 "치유는 평화인데, 개인과 개인, 개인과 사회, 개인과 국가, 개인과 세계간의 정상적인 관계를 만들고 유지하는 것이 곧 치유"라면서 "한반도 통일도 치유를 향한 대장정"이라 했다.
그는 "분단의 트라우마를 안고 사는 우리는 분단이라는 상처가 마치 아물기나 한 듯 무감하다"고 지적하고, "물리적 장벽은 하루 아침에 무너뜨릴 수 있지만 마음 속의 장벽은 세대를 거듭해서 치유를 통해 서서히 제거될 수 있기 때문에, 분단의 상처를 다시 예민하게 만드는 것 그래서 사회치유로 향해가는 것 통일로 향해가는 것 그것이 한국사회가 치유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하는 이유"라 주장했다.
한편 행사에서는 임 교수의 발표 외에도 박명림 교수(연대 지역학협동과정)가 "문명과 제국의 접경 - 초소의 평화실천과 치유실현"을, 전우택 원장(KPI)dl "북아일랜드를 통해 보는 사회 치유의 본질과 방법"을 주제로 발표했으며, 발표 후에는 조주관 교수(연대 노어노문학과) 이기홍 교수(한림대 사회학과) 김정노 과장(통일부) 등이 패널로 참여해 지정 및 종합토론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