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일랜드의 갈등은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 글에서 그 내용을 자세히 다룰 수는 없지만, 간단히 말하면, 1969년부터 1998년까지 30년 동안, 170 만 명이 사는 북아일랜드에서 3천 6 백 명이 폭탄이나 총으로 자행된 테러로 죽었고, 3 만 명이 심각한 신체적 부상을 당하였다. 그들의 70%는 20-30대의 연령층의 사람들이었고, 90% 이상이 남성이었다. 죽거나 심각한 부상을 당한 사람들의 직계 가족만 10만 명이 넘어섰다. 문제는 이들 희생자들이 대부분 민간인이었고, 바로 같은 마을의 이웃들에 의하여, 그리고 많은 경우, 자신이 왜 테러의 대상이 되었는지도 잘 모르는 가운데 그런 희생을 당하였다는 것이었다. 양 측 (신교도와 구교도라고 간단히 표현될 수 없는 훨씬 더 복잡한 정치적, 경제적, 역사적, 민족적 배경을 가지고 있지만, 일단은 가장 밖에서 눈에 띄는 것이 신교와 구교로서의 차이이므로 그렇게들 표현되었다)의 서로에 대한 불신과 증오는 극에 달하였으나, 이들은 결국 1998년 4월 평화협정을 맺는다. 더 이상 서로를 죽이지는 말자는데 마침내 동의한 것이었다."
전우택 원장(KPI, 연세대 교수)가 말한 북아일랜드의 상황은 통일 전 한반도의 정황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4일 오후 연세대에서 열린 한반도평화연구원(KPI) 제44차 포럼에서 전 원장은 "북아일랜드를 통해 보는 사회치유의 본질과 방법"을 주제로 발표했는데, 그는 북아일랜드의 현실을 통해 한반도의 모습을 되돌아봤다.
"평화협정이 맺어진지 2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북아일랜드의 내적 긴장과 대립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신교와 구교도가 사는 지역 사이에 만들어진 벽 (peace wall 이라는 반어법적 이름이 붙어 있다)은 그대로 있어 주거 지역이 갈라져 있는 지역들이 여전히 많이 있었다. 그리고 각 지역에는 서로에 대한 증오를 나타내 보이는 거대한 벽화들이 지금도 그대로 존재하고 있다. 서로 사용하는 병원은 철저히 구분되어 있어, 아무리 응급환자가 발생하여도,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속한 집단의 병원까지 옮겨가다 죽은 일들을 그대로 감수하고 있었다. 93%의 아이들은 자기가 속한 종교 기관이 연관된 학교에 나가고 있어, 신, 구교도 학생들이 서로 섞이는 일들은 없게 되어 있었다. 죽은 가족들의 유가족들은 지금도 여전히 고통 받고 있고, 부상자들도 여전히 고통 속에 있었다. 이들은 알콜 중독이나 마약 등에 손을 대는 일이 많았고, 가정 폭력과 자살의 비율도 높았다. 외적으로는 평화를 이룬 것이 사실이었으나, 내적으로 통합과 치유는 아직 요원한 상태처럼 보이는 사회이다."
북아일랜드의 현실을 설명하던 전우택 원장은 북아일랜드로부터 우리가 10가지의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고 했다. ▶개인적 고통을 승화시키는 용기 있는 자들의 역할이 필요하다 ▶모호한 개념으로서가 아닌, 현실적 해결 방안의 추구가 이루어져야 한다 ▶철저한 기록과 문헌의 작성이 이루어져야 한다 ▶차세대를 위한 교육과의 연계가 이루어져야 한다 ▶"치유는 배, 보상을 넘어서는 것이다" 라는 분명한 개념이 필요하다 ▶인내를 가지고 한걸음씩 전진하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단순한 다수결 원칙이 아닌, 새로운 정치적 해결 방법이 필요하다 ▶생활밀착형 프로그램을 통한 통합을 추구하여야 한다 ▶자발적이고 특성 있는 기관들의 자발적 헌신이 인정되어야 한다 ▶개인과 지역의 문제를 세계와 인류의 문제로 전환할 수 있어야 한다 등이 바로 그것이다.
더불어 전 원장은 북아일랜드의 희생자들을 돕기 위해 운영되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소개했다. 예술치료와 스토리텔링, 평화교육 등이 그것인데, 이 모든 것들은 평화를 위한 중요한 이슈 '용서'와 '화해'를 위한 것이다. 전 원장은 "용서와 화해는 미래를 위한 것인데, 그것들은 과거를 덮고 미래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힘들더라도 과거를 정확히 알고 이해함으로써 미래를 향한 결단을 하도록 하는 것"이라 했다. 물론 이것은 쉬운 이야기는 아니었다고 한다. 근본적으로 "용서"라는 것 자체가 정말 가능하고, 존재할 수 있는 것이냐는 질문에서부터, 그것 아니고 우리에게 어떤 다른 해결책이 있느냐는 반론, 그러나 그런 용서를 받을 대상들의 진정한 참회가 있냐는 질문, 그런 용서를 너무 쉽게 꺼내는 것 자체가 희생자들에 대한 모욕이라는 것 등 온갖 이야기들이 다 쏟아져 나왔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우택 원장은 "인간이 평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존재라는 것, 무력에 의한 승부가 아닌 방법으로도 인간은 평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북아일랜드가 보여줬다"고 했다. 비록 서로에게 극단적인 증오를 가지고 잔인하고 끝없는 테러들을 서로에게 자행하였으나, 무력으로 승부가 난 것이 아닌, 결국은 누군가들의 이성적 판단과 헌신적인 포용의 정신들에 의하여 평화를 만들 수도 있음을 북아일랜드는 보여줬다는 것이다.
결국 전 원장은 "힘에 의해 악인들은 처벌받고 그에 의하여 정의가 세워지는 것은 현실 세계 속에서 그리 간단한 이야기가 아님을 북아일랜드 상황 및 한반도의 상황은 우리에게 보여준다"고 말하고, 마태복음 5장 9절을 인용해 "평화를 위해 일하는 자들은 세계 모든 곳에서 필요하다"면서 "북아일랜드 사람들에게는 그들의 서 있을 자리와 할 일이 주어졌던 것처럼, 우리 한국 사람들에게도 우리가 서 있을 자리와 우리의 할 일이 주어진 것"이라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