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선교신문 이지희 기자] "한국교회는 '예수의 교회'로 귀환해야 하며, 이를 위해 진정한 회개와 영적 예민성, 도덕적 신뢰성, 문화적 개방성을 갖춰야 합니다."
최근 연세대 알렌관 무악홀에서 열린 한국선교신학회(회장 전석재 교수) 2015년 제1차 정기학술대회에서 감리교신학대학교 박창현 교수는 "종교로서 본질을 잃어가는 한국 개신교회가 추구해야 할 교회는 '예수적 교회'가 아닌 '예수의 교회'"라며 "'예수의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영성이 드러나고 종교적 영성을 회복한 교회"라고 강조했다.
'위기의 한국 개신교회를 위한 호소: 예수적 교회에서 예수의 교회로 귀환하자'는 주제로 발제한 박창현 교수는 먼저 종교학자 작크베스 바덴부억이 종교의 위기와 그 대안으로 제안한 '종교적 실체'에서 '종교의 실체'로의 전환을 소개했다. 바덴부억은 종교에 의해 생겨나 눈에 보이는 실체, 즉 교회, 예배, 목사, 십자가를 '종교적 실체'라 보고, 종교적 실체가 생겨나도록 한,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그 종교를 신봉하는 사람들에게만 실제로 존재한다고 믿어지는 영, 영혼, 하나님, 예수, 성령, 천국, 지옥 등을 '종교의 실체'로 보았다. 그리고 '종교적 실체'는 '종교의 실체'가 전제될 때에만 존재 가능하며, '종교의 실체'에게 예를 갖추고자 '종교적 실체'가 생긴다고 주장했다. 하나님이 존재하고 가정되기에, 그 존재에게 예를 갖추고자 '종교적 실체'인 예배가 생기고, 예배를 드리는 장소로 '교회'가 생기고 예배 집전을 위해 제사장 계급인 '목사'가 생겼다는 것이다.
또 바덴부억은 종교인들의 본질을 특징짓는 '종교의 본질적 표식'에 대해 신의 존재를 믿고 모든 현상을 그와 관계해 해석하는 '종교적으로 의미 지어진 실체들', 개인적인 환상, 영적 체험 등 특수한 경험인 '종교적으로 의미 지어진 경험들', 일상적인 도덕적 규범과 차이를 나타내는 종교의 절대적 규범, 규칙, 법률인 '종교적으로 의미 지어진 규범들'로 구분했다. 바덴부억은 종교인들은 신적 존재의 관점에서 세상을 보고 행동하며, 삶 속에 신의 계시나 상징으로 이해되는 무엇인가가 있다고 믿는다고 봤다. 그리고 이 본질적 표식들에 근거해 '종교의 실체'를 설명할 수 있고, '종교의 실체'와 '종교적 실체'는 한 종교 안에서 항상 긴장을 가진다고 주장했다.
박창현 교수는 이런 바덴부억의 종교 이해가 한국교회에 주는 교훈으로 첫 번째, '종교의 실체'와 '종교적 실체'는 건강한 긴장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을 들었다. '종교의 실제'는 '종교적 실체'의 근거가 되어야 하고, '종교적 실체'는 '종교의 실체'를 경험하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종교적 실체'로서 현 종교는 끊임없이 '종교의 실체'로 귀환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개인이 경험한 '종교의 실체'는 다시 집단, 공동체의 경험과 승인이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런 논리에 따르면 기독교는 '종교의 실체'인 하나님, 성령, 천국, 은혜 등에 대한 사람들의 경험이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 교훈은 개인들의 '종교적 실체'로서 하나님에 대한 경험은 여러 사람의 공동 경험과 승인 없이 '종교적 실체'인 교회 공동체가 될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님에 대한 경험이 예배, 기도 등으로 형상화, 제도화, 신학화되고 교회, 사제, 예전, 교리 등 '종교적 실체'로 발전하는 것이다. 그러나 건강하지 못한 종교는 '종교의 실체'보다 '종교적 실체'가 더 강조되고, 마침내는 대치된다고 말했다. 하나님이 계시기에 하나님의 경험이 가능하고, 이를 다른 사람에게도 가능하게 하기 위해 예배와 그 예배를 섬기는 제사장인 목회자가 생겨났는데, 하나님보다 예배가 중요해지고, 예배보다 목회자가 더 중요하게 된 것이 오늘날 기독교의 문제라는 것이다.
바덴부억이 주는 세 번째 교훈은 종교의 가치는 종교성으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종교의 실체'가 실종된 기독교의 틈을 타서 들어온 사회적 비난으로 교회는 하나의 사회 기관으로서의 종교적 기능 경쟁에 내몰렸다는 것이다. 그는 "사람들은 기독교라는 종교 가치를 영적인 것에 찾는 것을 중지하고 사회적 기능을 수행하는 하나의 기관, 단체로 평가한다"며 "'종교적 실체'로서 교회를 종교성과 분리하고 '교회가 개인, 단체, 사회에 어떻게 관계하고 기능하는가'라는 기능성에 의해 판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이날 결국 '종교의 실체'에 근거한 교회 갱신은 '예수의 교회'로의 귀환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수의 경험을 통해 생겨난 교회가 '예수적 교회'고, 이것이 가능하도록 한 예수에 대한 경험이 살아있는 것이 '예수의 교회'다. 그는 "한국교회의 출구전략인 '종교적 실체'에서 '종교의 실체'로의 귀환은, '종교적 실체'로서 교회의 개혁이며, 그 개혁은 '종교의 실체'인 하나님의 간섭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그 하나님의 간섭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또 "기독교는 사회로부터 종교성을 의심받고 있으나, 교회는 종교의 본질을 회복하여 영적인 공동체를 이루려 하기보다는 세상적인 방법을 총동원해 위기를 극복하려는 모순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박 교수는 "오늘날 교회는 사회적 집단으로서의 기능 만족을 위한 노력보다 종교 본연의 정체성으로 위기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종교의 실체'로의 귀환을 통해서만 위기를 극복하고 종교적으로 회복하며, 본연의 임무로 사회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어 박창현 교수는 "바덴부억의 '종교의 실체'는 오직 예수 그리스도"라며 '예수의 교회'로 귀환하기 위한 4가지 구체적인 행동을 한국교회에 제안했다.
먼저, 교회는 세상에 가시적으로 존재하지만, 구별된 공동체로서 스스로 교회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돌아보고 과오를 심각하게 받아들여 진정한 회개를 통해 다시 선교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한국교회가 물세례만이 아니라 성령 세례를 베푸는 '종교적 실체'로서 거룩한 장소가 돼야 하며(영적 예민성) 셋째, 한국교회는 예수의 신비한 능력만이 아니라 개혁적, 윤리적, 도덕적, 모범적 삶을 몸으로 살아야 한다(도덕적 신뢰성)고 강조했다. 건강한 교회가 되려면 목회자와 평신도가 삶의 시기마다 실천 가능한 분명한 지표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교회는 선교적 교회로, 성육신의 삶을 통해 세상에 구원을 나누기 위해 세상의 한복판에서 살고, 세상을 배우며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문화적 개방성)"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정기학술대회에서는 박창현 교수 외에도 이경희 연세대 박사가 '이슬람포비아 담론과 선교적 통찰: 다문화주의를 지향하는 호주 교회의 무슬림에 대한 인식과 대화를 중심으로', 한국일 장신대 교수가 '대형교회의 문제진단과 평가: 한국교회에 대한 비판적 성찰의 관점에서'를 주제로 발표했다.
한국선교신학회 회장 전석재 교수는 이번 정기학술대회에 대한 소감으로 "한국교회의 문제를 판단하기에 앞서 선교학자와 목회자, 성도들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성찰하며 실천하는 일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세상을 어떻게 변혁시킬지 우리 모두 함께 고민하며 공적 신학과 지역사회 섬김을 실천해야 한다"며 "한국교회는 교회론의 정립과 더불어 선교적 교회로 변화돼야 하며, 십자가의 희생과 연약함으로 세상을 향해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