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윤근일 기자] 이병기 신임 청와대 비서실장이 2일 국회를 찾아 여야지도부와 국회의장을 직접 찾아가 예방했다. 취임 인사를 위한 자리로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면담이 이뤄졌으며 이런 가운데 이 실장은 불통 청와대 이미지를 벗기 위한 소통 노력을 강조했다는게 현장의 전언이다.
우선 이 실장은 김무성 대표 등 새누리당 지도부를 예방했다. 전날 이 실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 순방 출국길에 서울공항에서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 등과 만나 잠시 환담을 나눴지만, 비서실장이 취임 이후 공식 석상에서 여당 원내대표와 만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이날 청와대 인선 이후 처음으로 인사차 국회를 찾은 이 실장과 만나 "장고 끝에 악수를 둔다는 말이 있는데 이번엔 아주 홈런을 친 것 같아 마음이 참 푸근하다"고 환영의 뜻을 표했다.
김 대표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시절 유승민 원내대표와 총재 비서실장을 지내면서 정치특보를 맡았던 이 실장과 호흡을 맞춘 인연을 언급, "이회창 총재 대선 후보 당시 식구로 일했고 박근혜 대통령 캠프의 원조 멤버로 이렇게 다시 만나 감개무량하다"며 "박근혜 정권을 성공한 정부로 만들 수 있도록 협조할 수 있는 체제가 갖춰져 잘 된 일이라 생각한다. 앞으로 긴밀한 소통을 통해 잘 풀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 실장은 "대통령이 제일 중요하게 강조하는 것이 소통 관계"라며 "그동안 소통을 안했다는게 아니라 여러분이 보기에도 오해가 있는 것 같아 오해도 풀 겸 앞으로 좀 더 긴밀한 당·청간 소통 등 이런 문제를 상의드리겠다"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대통령도 당·청간 협조에 대해 염려를 많이 하는데 경제활성화 법안이라는지 현안문제 등 당이 협조해달라"며 "앞으로 저희들이 좀 더 낮은 자세로 해서 당·청간 협조가 잘 될 수 있도록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유승민 원내대표 역시 "정치적으로 같은 길을 걸어온 동지의식이 남달리 강한 분"이라며 "집권 3년차를 시작한 박근혜 정부가 상당히 어려운 상황인데 이럴 때 이 비서실장과 당에서 김 대표와 제가 진정한 소통을 통해 박근혜 정부도, 당도 성공하는 길을 꼭 찾았으면 한다"고 했다. 원유철 정책위의장도 "비서실장에 거는 기대가 당 뿐만 아니라 국민들도 굉장히 크다"며 "소통과 대화가 중요한 시기에 아주 적임자인 비서실장이 와서 다행스럽다"고 밝혔다.
이 비서실장은 이어 정의화 국회의장을 만나서도 "특히 소통 문제를 잘 유념해서 하겠다"고 밝혔다. 이 비서실장은 정 의장을 향해 "여러가지 국회를 운영하는 것이 다른 어떤 의장들보다 잘 해주시는 것 같다. 역대 의장 중 상당히 존경받는 의장으로 남을 거라 확신한다"며 "그렇게 의회에서 노력을 해주니 청와대도 잘 부응해서 의장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왕림해줘서 대단히 감사드린다"며 "이제 실장도 부임했고 다 준비가 됐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1년간 잘 해서 나라를 반석 위에 올리는 데 역할을 잘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를 예방한 자리에서 이 실장은 문재인 대표로부터 소통강화와 더불어 국가정보원의 정치적 중립을 강조받았다.
문 대표는 "소통을 잘 하시리가 기대한다. 어떻게 해서든 소통을 잘 해야 한다"고 소통 강화를 당부했다. 문 대표는 "남북관계 등과 관련해선 초당적 협력을 위해 야당 대표와 공유할 필요가 있다. 그런 부분은 박근혜 대통령도 대선 때 얘기한 부분"이라고 주문했다. 문 대표는 특히 이 실장이 직전 국정원장이었던 것을 감안, '국정원 개혁과 국정원의 정치적 중립'을 강조했다.
이에 이 실장은 "낮은 자세로 국민 여론을 잘 듣겠다. 가능한 (문 대표에게) 자주 연락을 드리겠다. 사심 없이 마지막 자리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이 실장은 남북문제 협의 요청에 대해 "필요하면 그렇게 하겠다"고 했고, 국정원의 정치적 중립 문제에 대해선 "자리는 끝났지만, 유념하겠다"고 밝혔다고 김 수석대변인은 전했다. 대신 이 실장은 "경제활성화를 위해 관심을 가져달라. 법안에 대해선 정치적인 것은 아니고 경제활성화와 관련된 것은 야당에서도 (잘 살펴)봐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문 대표는 "원론적으로 찬성한다"면서도 "대통령의 그런 생각이 경제관료의 보고에 따른 것이라면 경제관료들이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문 대표는 나아가 "부동산 3법이 부동산을 살리는 법안이지만, 그것만 갖고 해결이 안 되고 전월세 대책도 함께 논의했어야 한다"며 "야당의 말에도 귀를 기울여 달라. 야당도 반대만은 하지 않는다. 정책에 대한 성과를 충분히 보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