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 살인적인 일정을 앞두고 있는 고령의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건강을 놓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공식 행사에 등장한 교황은 부쩍 수척해진 모습을 보이고 있고 그를 면담한 주교들도 교황의 건강을 염려하고 있다고 AFP가 보도했다.
올해 84세로 퇴행성 관절염을 앓는 교황은 지난 10월 처음으로 이동식 연단을 사용해 미사에 참례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라프는 지난달 이탈리아 일간 라 스탐파의 바티칸 전문기자인 안드레아 토르니엘리를 인용해 교황이 평소 처소에서도 지팡이를 짚고 걷는다고 보도했다.
베네딕토 16세의 건강 문제에 대해 측근들은 특별한 질병이 없고 직무 수행에 따른 피로가 누적됐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바티칸 대변인 페데리코 롬바르디 신부는 AFP에 이동식 연단 사용에 대해 "순전히 교황의 연령 때문"이라며 "교황은 특별한 질환을 앓고 있지 않으며, 고령임을 감안할 때 교황은 매우 좋은 모습"이라고 말했다.
롬바르디 신부는 "베네딕토 16세는 지난 9월 독일에서 보여준 것처럼 수많은 활동을 감당해낼 수 있다"며 "교황은 내년에 있을 해외순방 등 많은 일정을 소화해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교황은 지난 8월 스페인 마드리드를 방문한 데 이어 11월에는 서아프리카 베냉을 방문했을 때 가톨릭 신자들의 뜨거운 환영에 고무된 듯 고령을 무색케하는 정력적인 활동을 보였다.
하지만, 베네딕토 16세는 연말연시 훨씬 젊은 나이에도 소화하기 힘들 만큼 많은 공식 일정을 앞두고 있다.
교황은 지난 18일 로마에 있는 교도소를 방문해 수감자들을 존엄하게 다룰 것을 촉구한 데 이어 24일 밤 바티칸 성 베드로 성당에서 열리는 성탄절 미사를 집전하며, 25일에는 성 베드로 광장에서 성탄절 메시지를 발표한다.
또 교황은 연말인 31일에는 성 베드로 성당에서 열리는 송년 미사를 집전하고, 새해 첫날에는 `세계 평화의 날' 미사를 앞두고 있다.
베네딕토 16세는 부활절 전인 내년 3월에는 쿠바와 멕시코를 방문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교황이 육체와 정신의 힘이 쇠약해질 경우 사임할 가능성을 거론하기도 하지만, 바티칸 전문가들은 교황이 가톨릭 교회를 뒤흔든 일부 성직자들의 아동 성추행 같은 위기를 뒤로하고 물러설 타입이 아니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바티칸 공식 일간지 오세르바토레 로마노의 지오반니 마리아 비안 편집장은 지난 23일자 사설에서 교황이 전 세계적인 신앙의 위기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면서 "(교황의) 우려는 비관주의와는 다르다. 교황은 비관적이지도 쇠약하지도 않다"고 썼다.
84세 교황, 연말연시 공식일정 산더미
최근 공식 행사서 부쩍 수척진 모습에 주교들 걱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