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박성민 기자] 헌법재판소는 26일 국가가 법률로 간통을 처벌하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지난 1953년 제정된 형법 241조 간통죄가 62년만에 폐지 수순을 밟게 됐다.
헌재 전원재판부는 26일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형법 241조는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했다. 헌재는 2건의 위헌법률심판 사건과 15건의 헌법소원심판 사건을 병합해 이 같은 결정을 선고했다.
헌재는 간통죄가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 헌법상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 사적 영역에 대한 공권력의 과도한 개입으로 헌법이 보장하는 행복추구권에 반(反)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혼인과 가족생활의 보장, 성 풍속과 성 도덕, 사회질서와 공공의 안녕 등 간통죄로 보호받는 공익보다 간통죄로 인한 개인의 사적 영역 등 기본권 침해가 더 크다고 결론 내렸다.
박한철 헌재소장, 이진성·김창종·서기석·조용호 재판관은 다수 의견으로 "국가가 간통을 형벌로 다스리는 것이 적정한지에 대해 더 이상 국민의 인식이 일치한다고 보기 어렵게 됐다"면서 "혼인과 가정의 유지는 당사자의 자유로운 의지와 애정에 맡겨야지, 형벌을 통해 타율적으로 강제될 수 없다"며 간통죄가 위헌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간통이 처벌되는 비율, 간통에 대한 사회적 비난의 정도에 비춰볼 때 형사정책상 예방의 효과를 거두기도 어렵게 됐다"며 "부부간 정조의무 및 여성 배우자의 보호는 간통한 배우자를 상대로 한 재판상 이혼 청구, 손해배상청구, 자녀의 양육, 면접교섭권의 제한·배제 등의 결정에서의 불이익 부여로 보다 효과적으로 달성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소장 등은 "비록 비도덕적인 행위라 할지라도 본질적으로 개인의 사생활에 속하고 사회에 끼치는 해악이 그다지 크지 않거나 구체적 법익에 대한 명백한 침해가 없는 경우에는 국가권력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게 현대 형법의 추세"라며 "전세계적으로도 간통죄는 폐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찬가지로 '위헌' 의견을 내놓은 김이수 재판관은 "간통의 유형 및 구체적 행위 등에 따른 개별성과 특수성을 고려할 가능성을 아예 배제한 채 일률적으로 모든 간통 행위자 및 상간자를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한 것은 국가형벌권의 과잉행사"라고 지적했다.
강일원 재판관 역시 "배우자의 종용이나 유서(宥恕)가 있는 경우 간통죄로 고소할 수 없는데, 종용이나 유서의 개념이 명확하지 않아 공권력 행사의 범위와 한계를 확실하게 예측할 수 없다"며 위헌 결정을 내렸다.
반면 이정미, 안창호 재판관은 소수 의견으로 간통죄 존치를 주장했다. 이 재판관 등은 "간통은 일부일처제에 기초한 혼인이라는 사회적 제도를 훼손하고 가족공동체의 유지·보호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의 보호 영역에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간통죄를 폐지할 경우 혼인관계에서 오는 책임과 가정의 소중함은 뒤로 한 채 오로지 자신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자유만을 앞세워 수많은 가족공동체가 파괴되고 가정 내 약자와 어린 자녀들의 인권과 복리가 침해되는 사태가 발생하게 될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날 헌재의 위헌 결정으로 그 동안 간통죄로 사법처리된 5400여명이 공소취소나 재심 청구 등을 통해 구제받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들 중 어느 정도가 실제 재심 절차를 밟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5월 헌재법이 개정되면서 마지막으로 합헌 결정이 있었던 2008년10월30일 이후 간통죄로 재판에 넘겨져 형이 확정된 이들은 재심이나 형사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
아울러 간통죄 폐지로 형사처벌이 사라지는 만큼 이혼소송에서의 정신적 손해배상(위자료) 등 민사상 책임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