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장세규 기자] 서울시가 다음달 28일 전면 개통 예정인 지하철 9호선의 929정거장 이름을 '봉은사역'으로 정한 것과 관련해 개신교계 단체들이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앞서 가장 먼저 문제를 제기했던 한국교회언론회(교회언론회·대표 유만석 목사)가 13일 다시 논평을 내고 "서울시와 불교계는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회언론회는 이날 논평에서 '봉은사역'으로 역명을 지어서는 안되는 이유에 대해 먼저 '친일(親日) 색채'를 들었다.
논평에 따르면 봉은사(奉恩寺)는 일제시대 조선총독부의 경기도선종의 대본산으로 즉, 서울을 비롯 광주, 고양, 양주, 시흥, 수원, 여주, 이천, 양평, 파주 등 10개 구역을 총괄하는 친일불교의 총본산이었다.
교회언론회는 또 친일인사 가운데 봉은사 출신이 여럿 있는 점을 문제시했다. 주지급만 3명이 있다는 것이다.
논평에 따르면 조선총독부가 황민화정책 (皇民化政策)으로 '심전개발운동'을 펼칠 때 이에 적극 가담했고, 1937년 중·일전쟁에서 일본군 후원을 위해 갖가지로 선동했던 강성인은 1934년과 1937년 봉은사의 주지를 연임한 인물이다.
또 1940년 봉은사의 주지를 지낸 홍태욱은 일제의 '창씨개명'에 앞장섰고, 일본군의 무운장구를 기원하는 기원제 및 중·일전쟁 기념법회와 법요식을 거행하는 등 친일행위에 적극 가담했다.
해방이 되던 1945년 봉은사의 주지를 맡은 김태흡도 일제의 심전도개발의 선전지 역할을 하던 '불교시보'를 창간했고, 일본 군대인 '황군'에게 충성을 하고 그들을 지원을 하며, 신사참배를 적극 지지하는 등의 친일행위에 앞장섰던 인물로 알려졌다.
교회언론회는 '봉은사역' 지정을 반대하는 마지막 이유로 이박원순 서울시장과 봉은사와의 밀접한 관계를 지적했다.
박원순 시장은 2007년 당시 명진 스님이 주지로 있을 때 봉은사가 각계의 유명 인사 25명을 내세워 자문기구인 '미래기획위원회'를 만들었고, 이 기구의 대표를 맡았다. 또 지난해에는 봉은사 주지와 만나 봉은사와 지하철 9호선의 지하 연결 통로(120여 미터)건설과 함께, '봉은사역'에 관한 의견교환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고 교회언론회는 전했다.
한국교회언론회는 "여러 가지 정황으로 놓고 볼 때, 수많은 시민들이 이용하는 전철역을 불교의 사찰 이름을 넣어 사용한다는 것은 서울시로서도, 박원순 서울시장으로서도, 그리고 불교(조계종)로서도 결코 합당한 조처가 아니라고 본다"며 '봉은사역'명 지정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특히 교회언론회는 불교계가 지난 2010년 안암동 길을 '인촌로'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반대하며, 인촌 김성수 선생이 '친일파'라는 것을 그 이유로 내세웠고, 그로 인해 안암동 길은 현재 '개운사길'로 명명된 것과 관련해 "아이러니 한 것은 개운사는 과거 조선총독부 산하 경기도 선종 대본산인 봉은사의 말사(末寺)였다"고 밝혔다.
교회언론회는 "그렇다면 지금에 와서 불교계가 과거 역사에 대한 반성은 없고, 오히려 부끄러운 과거가 들춰질 수밖에 없도록 하고, 시민들에게 선전하는 것은 후안무치(厚顔無恥)를 넘어 이장폐천(以掌蔽天-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림)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서울시는 무슨 이유로 절대다수의 시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봉은사의 친일 오명과 함께 하려고 하는가에 대한 답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라며 "서울시와 불교계는 봉은사역명을 자진 철회하고, 서울시는 합리적이고, 객관적이며 시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역명으로 개정·고시하라"고 한국교회언론회는 주장했다.
한편, 봉은사는 지난 1월 9호선 929역 역명을 '봉은사역'으로 제정을 위해 강남구청이 홈페이지를 통해 실시한 '지하철 9호선 2단계 구간 역명(안) 선호도 조사' 참여를 호소하는 동시에 불교계 기관과 사찰을 대상으로 봉은사역 제정을 위한 서명운동을 펼치면서 "봉은사는 지역을 대표하는 지명이기에 929역은 '봉은사역'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