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이슬람 수니파 '원리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인질로 억류한 일본인 '크리스천 저널리스트' 고토 겐지(47·後藤健二) 씨를 참수했다고 주장하는 영상을 1일 인터넷에 올렸다.
지난달 24일 고토씨와 함께 붙잡고 있던 또다른 일본인 인질 유카와 하루나(湯川遙菜)씨를 참수했다고 밝힌 지 8일 만이다.
IS는 한국시간 이날 오전 5시께 고토 씨로 추정되는 남성이 살해됐음을 보여주는 67초 분량의 영상을 인터넷에 올렸다고 뉴욕타임즈와 AP, NHK 등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일본 정부에 대한 메시지'라는 영어 문자로 시작하는 영상에서 고토로 추정되는 남성은 오렌지색 죄수복을 입고 무릎을 꿇고 있으며, 그의 옆에 복면을 하고 칼을 든 남성이 서서 일본 정부가 그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여러 서방 인질 참수 영상에 등장했던 '지하드 존'과 동일 인물로 추정되는 이 남성은 영국 남부 억양의 영어로 "너희는 이슬람 칼리파 국가의 권위와 힘을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이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향해 "이길 수 없는 전쟁에 동참하는 부주의한 결정 때문에 이 칼은 겐지 뿐만 아니라 너희 국민을 계속 겨냥하게 될 것이다"면서 "일본의 악몽이 시작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상의 마지막에는 고토씨가 살해된 이후 모습을 담은 정지 화면이 등장했다.
영상 왼쪽 상단에는 IS의 홍보부서가 성명 등을 발표할 때 사용하는 로고가 새겨져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새벽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테러행위가 재차 발생한 데 대해 격렬한 분노를 느끼며, 단호하게 비난한다"고 밝히고, 아베 총리 주재로 관계 각료 회의를 소집했다고 말했다.
미국 버나뎃 미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변인은 "현재 영상의 진위를 확인 중"이라며 "IS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IS는 지난달 20일 일본인 유카와씨와 고토 씨 등 2명의 영상을 공개하며 72시간 안에 2억 달러를 주지 않으면 이들을 살해하겠다고 협박했다.
일본 정부가 몸값 요구에 응하지 않자 IS는 지난달 24일 고토 씨를 내세워 유카와 씨를 살해했다고 밝혔다.
또 지난달 29일 일몰까지 사형수 사지다 알리샤위와 고토 씨를 교환할 준비가 되지 않으면 자신들이 생포한 요르단 조종사 마즈 알카사스베 중위를 살해하겠다고 위협했다.
다만 IS는 이날 고토 참수 주장 영상에서 마즈 알카사스베 중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한편, 일본 미야기(宮城)현 센다이(仙台)시 출신인 고토 씨는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1990년대 도쿄에서 '인디펜던트 프레스'를 설립한 후 세계 각지 분쟁지역의 참상을 알려온 프리랜서 언론인으로 활동하면서, 직접 촬영한 영상 자료를 활용해 일본내 대학교와 중학교 등에서 학생들에게 자신이 체험한 분쟁 지역 아이들의 삶을 전했고 일본유니세프협회에도 협력해왔다.
IS가 지난달 20일 고토를 살해하겠다고 협박하는 영상을 공개한 뒤 그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이들의 호소가 인터넷 등에 대거 등장한 것도 그의 이 같은 인생 역정과 무관치 않아 보였다.
그는 지난해 10월 말 자신에 앞서 IS에 붙잡힌 유카와 하루나(湯川遙菜·42) 씨의 정보를 얻고, IS가 장악한 지역의 보통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보도하고 싶다는 말을 현지인 가이드에게 남긴 뒤 시리아로 들어갔다가 실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