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윤근일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2.8전당대회 당대표 경선에 나선 당권주자들은 29일 호남향우회를 찾아가 본인들이 호남 적자임을 자처했다. 당의 최대 텃밭인 호남지역 민심을 잡으려는 노력과 함께 상대 후보에 대한 경쟁심을 드러냈다.
이날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호남향우회 신년하례회가 열렸다. 당권주자들은 당의 권리당원 약 26만여명 중 호남 당원이 14만5천명을 차지하는 만큼 이날 하례회에서 향우회 주요 인사들의 주목을 받기 위해 일일히 눈도장을 찍으며 호남 적자임을 내세웠다.
영남 출신인 문 후보는 자신의 본관이 전남 남평이라는 점과 전남 해남에 잠시 주소지를 뒀던 과거를 이야기하며 호남과의 연결고리를 찾았다. 그는 "남평 문씨가 바로 저다. 대선 출마때도, 이번 당 대표 출마했을 때도 가장 먼저 남평에서 성지로 여기고 있는 곳을 참배하고 문중 어른들께 인사드렸다"며 "또 젊은 시절 해남 대흥사에서 고시공부를 할 때 주민등록상 전남도민이었다. 이 정도면 명예회원 자격이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저는 전국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지만 제게 더 중요한 것은 호남의 지지"라며 "호남으로부터 지지를 받아야 우리 당의 대표로서 정통성을 가질 수 있고, 당의 강력한 변화와 바람을 이끌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가 반드시 새정치연합을 전국 당으로 만들어 내년 총선 승리를 이끌고 정권 교체를 해내겠다"며 "우리 당을 바꿀 수 있도록 호남에서 제게 힘을 모와달라"고 요구했다.
이인영 후보는 학생 운동 전력을 언급하며 5·18 광주민주화항쟁의 정신을 강조했다. 자신의 장인·장모가 호남 출신이라는 점도 빠트리지 않았다. 그는 "민주화운동 시절 학생운동을 시작한 이후 광주의 정신은 제 마음의 주춧돌이었고, 해마다 5월이 되면 망월동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며 "지금 우리 당이 많이 어렵지만 전당대회를 통해 혁신하고 또 혁신해서 승리로 가는데 광주 정신을 새기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호남향우회와 함께 꼭 승리의 길로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행사장에 늦게 도착한 박지원 후보는 호남 출신 국회의원답게 짐짓 여유있는 모습을 보였다. 박 후보는 "저의 모든 것을 바쳐서 정권교체를 해보겠다. 민주주의, 서민경제와 복지,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김대중·노무현 시대를 만들어보자는 일념밖에 없다"며 "정권교체 이후엔 정계에서 은퇴해 평생 이희호 여사를 모시며 살아가겠다"고 밝혔다. 또 "지난 대선 과정에서 호남 사람이기 때문에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으니) 중앙에 올라오지 말라고 했다. 그래서 하방에서 문 후보를 도와 열심히 선거운동을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번 정권 교체를 위해 꼭 당대표를 하고 싶다"며 "(정권교체라는) 우리 모두의 꿈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저를 한번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한편, 이날 신년하례회에 앞서 열린 방송토론에서 계파문제에 대한 공방도 이어졌다. 서울 목동 SBS에서 열린 방송3사 합동 TV토론회에서는 호남 홀대론을 두고 문 후보와 박 후보가 충돌했다.
박 후보는 "문 후보는 청와대 비서실장 때 호남 인사(인선안)가 올라가면 다 잘라버렸다"면서 "(비서실장으로) 계실 때 잘 했으면 얼마나 좋았겠나"라고 포문을 열었다.
문 후보는 "호남 홀대론은 사실이 아닌데, 박 후보가 왜곡하고 있다"며 "여당의 주장에 가세하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지역주의를 조장하는 것은 참 나쁜 정치다"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박 후보는 "지난 총선에서도 친노가 공천을 다 했는데, 이후 친노 수장으로서 뭘 했나"라고 공세를 폈다.
문 후보는 "왜 남탓을 하나"라며 "계속 친노·비노 얘기만 하는데, 분열의 언어를 중단하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