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윤근일 기자] 세수부족에 여당인 새누리당 내에서 증세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연말정산 세수 부담을 우려한 세입자들의 반발을 본 여당으로써는 증세카드를 꺼내기가 쉽지 않은 모양새다.
증세를 본격 언급한 인사는 유승민 의원이다. 유 의원은 27일 국회 정론관에서 가진 원내대표 출마 선언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증세를 이야기하다가 목숨을 다한 정치인들이 많아 어려운 문제"라면서도 "야당은 복지만 주장하고 우리는 증세는 안 된다고만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증세 없는 복지는 없다"며 부가가치세·법인세·근로소득세 인상을 야당과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담뱃값 인상에 대해서도 "(정부여당에서는) 증세가 아니라고 하는데 이게 증세가 아니고 뭐냐"고 반문하며 "그러니까 당 꼴이 이상하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유 의원은 "당장 법인세를 올리자는 것은 아니다"며 "만약 중부담·중복지를 지향하면서 증세 논의를 시작한다면 법인세를 포함해 어떤 세금을 얼마나, 언제 올릴지 면밀한 정책적 고려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28일 오전 MBC라디오 인터뷰에서도 "우리가 더 큰 복지로 어려운 분들 도와주기 위해서 복지를 확대해야 된다. 세금 인상이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워낙 폭발력이 큰 민감한 이슈여서 여야가 서로 미룰 일이 아니다"며 "여야가 합의해서 국민들한테 양해를 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했다.
실제로 당내 경제통 의원들 내에서도 야당이 제시한 법인세 최고세율에 부정적인 대신 법인세의 과표구간 축소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여당은 지난해에도 과표구간을 축소해 세수를 늘리는 방안을 만지작거린 바 있다.
일부 의원은 부가가치세 인상을 거론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은 "현재 물가를 고려할 때 경제 타격이 가장 적으면서 세수를 쉽게 늘리는 방법은 부가가치세 인상"이라며 "다만 추진 주체를 지방자치단체로 돌리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여론이다. 당내에서는 정부의 임기응변식 조세정책을 섣부른 정책이라고 비판하면서도 세수부족에 대한 다각적인 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김무성 대표는 2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가 증세를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인식하는 것은 무감각하고 무책임한 일"이라며 "정부 부처가 국민 생활에 대한 고려없이 임기응변식의 섣부른 정책을 발표했다. 국민적 이해나 공감이 없는 설익은 정책 발표나 정책담당자의 발언은 국민에게 큰 혼란을 주고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질타했다. 이어 "(올해 정부 추진법안에) 비과세 소득을 과세소득으로 전환하는 소득세법 개정안, 법인세법, 상속세 및 증여세법 등이 포함돼있다"며 "지난해 세수결손 규모가 무려 10조1000억원에 달하고 나라 곳간이 비어가는 상황에서 재정난 타개를 위한 방안은 다각도로 강구돼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 관계자는 "연말정산 문제를 간신이 덮었지만 지금 증세를 거론하면 당.청에 대한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다만 당내 소장파의원 모임인 '아침소리'는 지난 26일 "정부는 실제로는 증세를 하면서 증세가 아니라고 해 국민의 분노를 사고 있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며 "대선 공약으로 제시된 증세 없는 복지 프레임에 스스로를 계속 가둬두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