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이지희 기자] 강북제일교회 조인서 목사 측이 서울 미아동 예배당을 찾아가 황형택 목사 측에게 교회 출입을 허용하라며 항의 집회를 열었다. 집회가 진행된 총 40여 분간 양측 성도들은 철제문을 사이에 두고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는 등 교회 주변엔 긴장감이 흘렀지만, 다행히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지난 25일 주일 2부 예배가 끝난 후 12시 50분쯤. 미아동 강북제일교회 정문 앞에 조 목사 측 성도 5백여 명이 나타나 "교회 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했다. 집회에 참석한 몇몇 성도는 확성기를 들었고, 철제문 너머 교회 안에 있는 황 목사 측 성도들을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촬영하는 이들도 눈에 많이 띄었다. 조 목사 측은 정문 앞에서 15분간 집회를 연 뒤 후문으로 이동, 다시 15분간 항의한 후 교회 바로 옆 공터에 모여 마무리 기도를 하고 1시 30분쯤 철수했다. 황 목사 측도 집회가 시작되자 "대법원 판결은 총회 재판국에 대한 판결이 아니며, 황 목사 개인이 패소한 것도 아니다"며 "더이상 폭력은 안 된다"는 취지의 안내 방송을 내보냈다.
조인서 목사 측은 백주년기념교회에서 11시 2부 예배를 드린 뒤 대형버스 10대를 동원해 이동, 집회를 진행했다. 강북경찰서에 사전 집회 신고를 낸 이들은 이날 조인서 목사를 대동하고 예배에 참석하겠다며 찾아왔으나, 사실상 항의 집회를 열었다. 조 목사 측은 지난 1월 4일과 11일에도 예배를 드린 후 미아동 성전 앞에서 비슷한 성격의 집회를 진행했다. 한편, 18일에는 조 목사측이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에서 단독 공동의회를 연 것에 대해 황형택 목사 측 성도 2천여 명이 그곳을 찾아가 '불법 공동의회'라며 항의했다.
조 목사측은 "법원이 채무자 19명을 대상으로 이정곤 외 172명의 출입방해금지 가처분을 내렸다"며 "황 목사측이 교회 건물을 부당하게 차지하고, 예배를 드리러 온 성도들을 예배당에 일체 출입하지 못하게 막고 있다"고 반발했다. 또 "대법원은 총회 재판국의 황형택 씨에 대한 목사 안수와 위임목사 청빙 결의 무효판결을 존중했다"며 "황형택 씨는 더 이상 목사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황형택 목사 측 관계자는 "조 목사측은 예배를 드리러 온다면서 백주년기념관에서 예배를 드린 후 단체로 오고, 확성기를 들고 올뿐 아니라 고성 등 소란행위를 한다"며 "특히 관할 경찰서에는 2월 19일까지 주기적으로 집회 신고를 이미 해 놓고 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더구나 황 목사님을 목사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예배를 드린다고 조인서 목사까지 오는 것은 정상적인 예배를 목적으로 온 것이 아니라 소란을 피우고, 자극하려 온 것이 아니냐"고 주장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조 목사측에서 자신들을 교회에 못 들어가게 하는 것에 대해 벌금을 부과하려 온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황 목사 측은 목사 안수와 위임목사 청빙 결의 무효 판결을 내린 예장 통합 교단을 상대로 '총회 재판국 판결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 1·2심에서는 승소했으나 지난 12월 대법원에서는 소송요건불비를 이유로 파기자판(각하) 판결을 받았다. 이에 황 목사측은 절차와 방법을 보완해 재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대법원 판결은 소송 당사자에 대한 소송요건불비를 이유로 각하했지, 총회 재판국 판결이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린 것이 아니다"며 "원고를 강북제일교회가 아닌 황 목사님 개인으로 변경하여 다시 재판이 진행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조인서 목사 측 성도들이 도착하자 황형택 목사 측은 안내 방송을 통해 "대법원에서 강북제일교회가 패소한 것이며 우리 목사님 개인이 패소한 것이 아니다"며 "여러분이 강북제일교회 소속이라면 여러분이 패소한 것이며, 승소했다고 주장한다면 강북제일교회 성도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또 "우리 교회에 예배 드리러 온 성도들은 언제든지 환영하지만, 집회 신고를 하고 백주년기념관에서 예배를 드리고 와서 우리 교회 교인의 출입을 방해하는 행위는 출입방해죄에 해당하여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폭력세력이 철봉으로 동료 교인을 타격하여 안면에 전치 8주의 심각한 상해를 입혀 검찰에서 수사 중"이라며 "폭력세력의 선동에 단호히 맞서고 더이상 폭력은 안 된다. 그리스도인의 양심으로 교회의 평화와 회복을 위하여 협조해 주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하지만 지난 4년간 갈등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만큼 집회에 참석한 조 목사측 성도들은 냉랭한 반응이었다. 이들은 "안에서 사진 찍는 사람은 양심도 없는 사람", "우리 교회 교인을 환영한다며 안 들여보내준다", "목사도 아닌데 목사라고 하는 방송 듣기 싫다"고 불평했다.
교회 주변 장소가 협소한 가운데 진행된 집회로 행인, 차량 통행이 불편을 겪기도 했다. 한 주민은 "인도와 지하철(미아역) 출입구를 막아 통행이 어려웠다"고 말했고, 수백 명의 집회 참석자들이 후문의 좁은 도로에 몰리는 과정에서 현장을 지나던 차들이 기다리는 모습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