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박성민 기자] 지난 20일 OB맥주가 '물값'을 내지 않았다는 보도가 세간을 떠들석 하게 했다. 37년 동안 열심히 물은 썼는데, 그에 대한 값은 지불하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이 같은 소식에 언론들은 OB맥주를 두고 '현대판 봉이 김선달'이라고 비판하기 시작했다. 공짜로 물을 사용했다고 하니, 이를 어찌 좋게 보겠는가.
이 일은 새정치민주연합 양근서 경기도의회 의원을 통해 알려지기 시작했다. 맥주제조회사인 OB맥주가 경기도 남한강 물을 사용료 한 푼 내지 않고 써왔다는 주장을 한 것이었다.
OB맥주는 3개의 공장을 갖고 있다. 문제의 공장은 이천공장이었다. 이 공장은 하루에 3만5000톤씩 남한강에서 하천수를 끌어서 지금까지 사용해왔다.
현재 하천수 공업용수가 톤당 가격이 50.3원이다. 하루에 3만5000톤을 썼으니, 계산하면 하루에 176만원을 쓴 것이다. 이렇게 1년을 쓰면 6억4000만원 정도이며, 37년간 사용한 금액은 237억7000만원이라는 액수가 나오게 된다.
OB맥주는 1979년부터 허가를 받았는데 그러나 이 돈을 한번도 내지 않은 셈이다. 사용허가를 받고 5년마다 계속 갱신을 하면서 같은 규모의 허가량을 가지고 지금까지 물을 사용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어떻게, 왜 이런 일이 생긴 것일까? OB맥주는 이 일에 대해 "1979년에 하천수 사용료를 면제 받았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 근거에 대해 회사 측은 "1985년도에 충주댐이 완성이 되면서 댐건설법에 의해 댐 건설 이전부터 하천수 사용허가를 받아 하천수를 사용하고 있는 업체에 대해서는 댐 용수 사용료를 면제해 줄 수 있다"라고 변호하고 있다.
그러나 이 말로 문제를 비켜갈 수 있는게 아니다.
댐 용수 사용료를 면제해주는 조건은 '과거부터 하천수 사용료를 내고 있을 때'이다. 이런 법은 똑같은 물에 대해서 이중부과를 방지하기 위한 입법취지에서 만든 것이다. 그러나 OB맥주는 그 근거조항을 들어 "우리는 안내도 된다"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OB맥주는 '댐 용수 사용료'도, '하천 사용료'도 내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댐 용수 사용료는 하천용수 사용료를 내고 있을 때 면제되는 것임에도 말이다.
그러나 OB맥주는 댐용수 사용료를 부과받은 적도 없고 또 허가를 받은 적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댐 용수 사용료를 낸 적이 없는 것이다.
여주시는 경기도의 행정지도에 따라 지난해 말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간 물 사용료 43억7000만원을 OB맥주에 부과했다. OB맥주는 현재 2년치 12억2000만원을 납부했다. 지방재정법상 채권시효가 최근 5년 것까지 밖에 못 받게끔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2008년도 이전의 약 32년간의 물값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양 의원에 따르면 OB맥주는 지난 2009년부터 "왜 물값을 내지 않느냐"에 대해 문제제기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양 의원은 "사실은 그때부터 물값 문제가 뭔가 미묘하고 내야 되는지에 대해 나름대로 OB맥주가 내부 판단을 하고 있었다는 거죠. 전혀 준비가 안 되고 모르는 상태에서 뜬금없이 경기도에서 부과를 하니까 '우리는 내야하는지 이제 알았다'라고 말하는 것은 사실과도 다르고 또 책임감 있는 답변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물론 이 일에 대해서는 사실상 문제를 방치해 왔던 경기도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OB맥주 측은 사용료 부과 절차와 규모의 적정성 여부에 대해 법적인 검토를 벌인다는 방침이다.
한해 1조 넘게 버는 회사가 물 사용료 6억 정도를 내지 않았다. OB맥주는 "몰랐다"라는 궁색한 변명보다 지금이라도 책임있는 자세를 보임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부합되는 행동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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