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편집부] 지난해 12월 러시아 서베링해에서 침몰한 사조산업 소속 원양어선의 '501오룡호' 선원가족들이 사망·실종자 수색을 촉구하는 집회를 이어간지 10일만에 사조산업 건물에서 쫓겨날 위기에 놓였다.
사조산업은 15일 오전 11시께 오룡호 가족대책위원회가 머물고 있는 서울 서대문구 본사 3층에 '퇴실공고'를 붙였다. 퇴실기한은 오는 16일 정오까지다. 사조산업 인사총무팀장은 공고문을 통해 "당사 빌딩 운영 및 관리의 애로사항 발생과 더불어 당 빌딩 입주사들의 불만이 제기되고 있는 바 부득이하게 퇴실 조치를 공고하오니 이에 협조해 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특히 유의사항으로 "퇴실 전 '개인 소지품'을 두고 가는 일이 없도록 유념하길 바란다"며 "퇴실 후 개인 소지품 분실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겠다"고 전했다.
현재는 사조산업 인사총무팀이 퇴실공고문을 떼 간 상태다. 사조산업측은 "인사총무팀장과 수산기획팀 이사 등 실무진들이 오후부터 퇴실공고와 관련해 장시간 논의 중"이라며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고장운 가족대책위원장은 "사조산업 측에서 사전공지 없이 공고문을 붙인 뒤 나가라고 했다"며 "입주사들의 애로사항은 없었던 걸로 안다.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호소했다. 이어 "회사 측에서 먼저 우리에게 밖에 앉아있으면 추우니 들어오라고 했다. 회사에서 먼저 장소를 제공해놓고 이제와서 나가라고 한다"며 "회사는 해결할 생각 없이 우리를 와해시키고 조용히 문제를 덮으려고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특히 고 위원장은 "천막 치는 것도 허락하지 않고 나가라고 한다"며 "현재 아무런 대책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어디로 나갈지 결정도 안됐다. 사조산업 정문 앞에서 계속 앉아있을 것 같다. 길거리에 나앉은 셈"이라고 말했다.
가족대책위는 지난 5일부터 사조산업 본사 앞에서 사망·실종자 수색을 촉구하는 무기한 상경투쟁을 벌이고 있다.
오룡호의 실종 선원 수색작업은 지난달 13~31일까지 펼쳐지다가 이달 1일부터 기상악화와 결빙 등에 따른 러시아 해역의 입어활동 금지기간으로 중단됐다. 지난해 12월 1일 발생한 오룡호 침몰 사고로 선원 60명 중 구조자 7명을 제외한 사망자 수는 27명(한국인 6명)이며, 실종자는 26명(한국 5명, 동남아 21명)이다.
가족대책위는 이날 오후 2시 종로구 조계사에서 세종로소공원까지 12㎞ 거리를 행진하며 실종자 수색 재개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