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문서선교회(CLC)는 최근 <명화로 만나는 예수님>을 출간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루벤스, 렘브란트, 고흐 등의 거장들은 수많은 명화들을 통해 예수의 삶을 조명했다. 성탄을 맞아 4회에 걸쳐 책의 제1부 ‘이 땅에 오시다’에 등장하는 명화들을 통해 예수 탄생을 기리고자 한다.

CLC 측은 “<명화로 만나는 예수님>을 통해 생동감 넘치는 예수님의 모습과 예술적 탁우월성, 깊은 종교적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저자 강규주는 간결한 문체로 초신자부터 기신자까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예수의 삶과 이를 그려낸 대가들의 명화를 해설하고 있다.

2. 양치기들의 경배

 

▲양치기들의 경배, 조르주 드 라 투르. 1644년, 유채화, 파리 루브르 박물관 소장. ⓒCLC 제공

 

그 근처 들판에서 양치기들이 밤에 양떼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주님의 천사가 갑자기 이들 앞에 나타났습니다. 주님의 영광이 이들을 둘러 비추자 이들은 몹시 두려워했습니다.

천사가 그들에게 말했습니다. “두려워 말라. 보아라, 모든 백성을 위한 큰 기쁨의 소식을 가지고 왔다. 오늘 다윗의 마을에 너희들을 위하여 구세주께서 태어나셨다. 그는 곧 그리스도이시다.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누워 있는 아기를 볼 것인데, 이것이 너희에게 주는 증거이다.”

이들은 서둘러 가서 마리아와 요셉 그리고 구유에 누인 아기를 보았습니다. 목자들이 확인하고 이 아이에 대하여 자기들이 들은 것을 그들에게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먼저 목동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다

예수님 당시의 농부들은 몹시 가난에 찌든 삶을 살았습니다. 인구 대부분을 차지하는 농민들은 부과된 엄청난 세금을 견디지 못해 농사를 지을 땅을 잃고 소작인으로 혹은 노예 아닌 노예로 어려운 삶을 꾸려갔습니다. 주로 곡식을 거두는 일은 어른의 몫이었고 양떼를 길러 고기와 젖을 구하는 일은 자식의 몫이었습니다. 이들의 자식은 하루 종일 양떼를 돌보고 지키면서 풀과 물을 찾아 들판 여기저기를 옮겨 다녔습니다. 자식들은 교육을 받지도 못하고 가족과 떨어져 외딴 들판에서 별을 보며 지냈습니다. 목동들은 자연히 배움의 기회를 갖지 못하여 뭇 사람들로부터 사람 구실 못한다고 따돌림을 받았습니다.

천사는 어느 누구보다 먼저 이같이 이름도 모르고 들판에서 외롭게 지내는 미천한 목동들에게 영예로운 예수 탄생의 기쁜 소식을 알렸습니다. 예수님은 곤경 속에서도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목동들의 벗이 되고 선한 목자가 되어 이들과 더불어 살려고 이 땅에 왔습니다.

라 투르 - 양치기들의 경배

 

▲앞 그림의 부분. 예수님의 희생을 암시하는 어린 양이 배내옷에 감싸여 고이 잠든 아기 예수에게 다가가 경배하고 있다. ⓒCLC 제공

 

이 그림은 양치기들이 아기 예수에게 경배하는 모습을 소재로 삼은 17세기 중반의 프랑스 화가 조르주 드 라 투르의 작품입니다.

그는 짙은 어둠과 강한 빛을 서로 대비시키면서 촛불의 친근함과 안온함으로 화면을 감싸 놀랍도록 개성적이고 독창적인 양식의 작품을 제작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작품은 당대에서보다는 근대에 와서 재발견되고 있습니다.

촛불에 의한 조명은 인물들을 강한 입체감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어둠이 깔린 방 가운데에 다섯 인물과 어린 양이 잠든 아기 예수를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촛불에 비친 인물이 어둠 속에서 돋아납니다. 촛불을 든 아버지 요셉은 손으로 불꽃을 가리어 보지만, 빛은 오히려 배내옷에 감싸여 고이 잠든 아기 예수로부터 나오는 듯 주위가 환하게 밝습니다. 아기 예수가 이 세상에 빛으로 왔기 때문이겠지요.

요셉의 옆에 선 하녀는 양손으로 조심스럽게 우유 그릇을 받쳐 들고 있고, 그녀 옆으로 두 양치기가 아기 예수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천사가 일러준 대로 아기 예수에게 모자를 벗어 경배를 드릴 참입니다. 또다른 양치기는 지팡이를 힘껏 쥐고 구세주의 탄생을 보느라 표정이 사뭇 엄숙합니다. 두 양치기를 따라온 어린 양은 잠든 아기 예수에게 바싹 다가서고 있습니다. 어린 양은 온 백성을 위해 죄없이 희생되는 예수님의 수난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주황색 옷을 입은 마리아는 몸 전체를 드러내고서 두 손을 모아 경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마리아는 이 아기로 말미암아 앞으로 자신의 삶에 어떤 고난이 닥쳐오더라도 견뎌 나가겠다는 듯 다부진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미천한 양치기들이 아기 예수에게 경배하는 모습을 촛불이 자아내는 빛과 어둠으로 대비시켜 가난한 이들의 생활 속에 배어 있는 온화함과 경건함을 한껏 뿜어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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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