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이동윤 기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김영주 총무가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한국기독교회관 709호(NCCK 예배실)에서 '2015년 새해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NCCK 핵심 사업을 설명하며 여러 현안에 대해 견해를 밝혔다.
NCCK는 1924년 9월 24일 조선예수교연합공의회로 창립된 교회들의 협의체로, 현재 한국교회 진보 진영를 대표하는 연합기구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기독교대한감리회 △한국기독교장로회 △한국구세군 △대한성공회 △기독교대한복음교회 △한국정교회 △기독교대한하나님의 성회 △기독교한국루터회 등 9개 개신교 교단과 △CBS기독교방송 △대한기독교서회 △한국YMCA 전국연맹 △한국YWCA연합회 △한국기독학생회총연맹 등 5개 단체가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올해 NCCK는 앞서 제63회 총회 주제를 '흔들리는 교회, 다시 광야로'로 정했고, 이를 통해 한국교회의 공공성 회복 등 교회의 변화와 갱신을 위해 힘쓰겠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영주 총무는 혼선을 빚은 '총무협 선거'와 관련해선 말을 아꼈다. 김 총무는 "마음 아프게도 갈등이 있는 단계다. (갈등 관계인 예장 통합 등과) 더 논의하고 갈등이 해소되고 난 뒤 적절한 기회에 이 문제에 대해 얘기를 하고 싶다"며 "한국교회의 상호신뢰와 협력을 위해 이 문제에 대해선 답변을 미루고 싶다. 양해를 구하겠다"고 말했다.
◆ 한국그리스도교신앙과직제협의회 = 지난 해에 보수 교계와의 논란을 일으킨 '신앙과직제협' 활동 등 천주교와의 관계에 대해서 김 총무는 "예수님이 오신지 2000년이 됐지만, 개신교 역사는 5백년이 안 됐다. 한국 개신교 역사는 130여 년 정도다. '내가 아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라는 판단의 공간을 남겨둬야 한다. 개신교 역사를 뺀 기독교 1500여 년의 역사는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라고 반문한 뒤 "개신교의 자부심과 긍지는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열린 마음으로 배움의 자세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천주교를 신앙의 동지로 보고, 배울 것은 배우고 연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총무는 또 "'직제협'에 대해 비판한 보수적 입장의 글도 읽어 봤다. 무조건적인 비판은 자제해야 한다. 그리고 굳이 답변할 만한 수준의 글은 아니라고 판단됐다"며 "지금 '직제협'과 관련해선 '서로 이해하기, 배우기, 함께 기도하기' 수준의 단계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 동성애 등 성소수자 관련 = 동성애 문제와 관련해선 김 총무는 "성소수자의 인권을 탄압해서는 안 되며,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수준까지다. 아직 이 문제와 관련해 성숙한 토론이 일어나기는 힘들 것 같다. 한국교회 상황에서는 이 문제로 대화를 나눈다면 '이단', '삼단', '성경 부정' 등 극단적 언어가 난무할 것 같다"고 말했다.
◆ 종교개혁 500주년 사업 = 김영주 총무는 '종교개혁 500주년 사업'과 관련해선, 상세하게 계획을 설명했다.
김 총무는 "종교개혁은 마틴 루터가 1517년 비텐베르그대학교회에 95개 신학적 논쟁들을 제시함으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며 "종교개혁은 교회가 성서의 전통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성서의 말씀에 기초한 교회를 세우기 위한 것이다. 이 때문에 개신교의 포기할 수 없는 가치"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종교개혁 500주년을 3년 앞둔 지금 한국교회는 '복음과 율법 관계'에 대한 왜곡된 인식으로 하나님의 은혜를 '값싼 은혜'로 만드는 우를 되풀이 하고, 개혁의 대상이 됐던 당시 교회의 폐해를 되풀이 하고 있다"며 "한국교회는 목회직 세습, 교권주의, 금권선거, 잘못된 성직주의, 끊임없는 분열과 무한경쟁체제, 성장우선주의, 신자유주의에의 노출과 그에 따른 교회의 계량화, 무분별한 헌금 사용 등으로 교회의 공공성을 상실했다. '오직 성서로만, 오직 믿음으로만, 오직 은총으로만'이라는 고백에 기초한 교회를 세우가자 했던 개혁자들의 바람을 외면하고 있다"고 그는 한국교회의 부패를 강하게 질타했다.
그는 "우리 한국교회는 과감한 개혁을 통해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해야 한다. 이를 위해 NCCK는 이미 제시했던 '교회개혁 10대 과제'를 근간으로 신학화 작업에 힘쓰며 한국교회에 개혁과제를 제시하겠다"며 한국교회의 개혁을 NCCK가 선도적으로 이끌겠다고 말했다.
◆ 한국교회 역사정리 작업 = 김영주 총무는 한국교회의 역사 정리 작업도 시급한 현안이라고 강조했다.
김 총무는 "2015년은 이 땅에 복음이 전파된 후 130년, NCCK가 설립된 지 91년이 되는 해다. 한국교회는 한국 근현대사인 일제 강점기와 남북분단과 전쟁, 군사독재를 거치면서 그 시대적 소명을 충실히 감당해왔다. 정치·교육·문화·복지 등 다방면에 걸쳐 우리 사회를 지탱·발전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으며, 우리 사회의 미래를 열어가는 견인차 역할을 했던 자랑스러운 전통을 갖고 있다"며 "그러나 오늘날 한국교회는 교단과 교회 중심으로 개별화되면서 한국교회 역사의 의미를 소중히 가꾸지 못하고 계승·발전시키지도 못했다. 한국교회는 이제라도 역사를 발굴·정리해 우리 스스로 한국사회의 발전을 위해 헌신해왔다는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는 신앙인이 돼야 한다. 사회로부터 정당한 평가를 통해 존중받는 기독교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역사 발굴과 정리의 중요성을 힘줘 말했다.
이어 "NCCK 창립 100년을 준비하며 NCCK의 역사를 발굴·정리하는 일도 진행해 갈 것"이라고 그는 전했다.
◆ 사회참여 = 김 총무는 NCCK의 강점인 사회참여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그는 "그동안 NCCK는 우리 사회의 정의를 세우는 일, 즉 예언자적 사명을 감당하는 데 그 역할을 충실히 했다"며 "이 일이 때로는 한국교회와 사회에 불편함으로 인식되기도 했지만, 하지만 정의없는 평화는 성립되지 않기에 사회 전반에 하나님의 정의를 세우는 일은 교회의 중요한 사명"이라고 말했다.
김 총무는 "우리 사회에 크고 작은 사건들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다. 특히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사건"이라며 "NCCK는 세월호 참사의 진상조사와 파악, 사과와 처벌, 배상 등이 철저히 이뤄질 수 있도록 유가족과 끝까지 함께하며 일할 것이다. 또한 세월호 이전과 세월호 이후의 한국사회가 분명히 달라져야 한다. 희생자와 유가족의 눈물이 마르는 일로부터 시작해 이 사회가 이익 중심의 사회에서 생명 중심의 사회로 바뀌어 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김 총무는 "아울러 우리 사회가 이익중심의 사회임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현상으로 '비정규직 노동자 양산'을 꼽을 수 있다"며 "NCCK는 2015년 한 해를 이 사회에 건전한 고용문화가 정착되는 계기를 만들어내는 한 해로 삼고 비정규직 문제에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 노동자들이 희망을 갖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교회가 해야 할 일을 찾고 수행하겠다. 모든 노동자들이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사회의 일원으로서 기여할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을 만들겠다"고 전했다.
◆ 분단 70주년…남북관계 = 분단 70주년을 맞는 남북관계에 대해선, 김 총무는 "남북관계는 크게 개선되지 않고 불신과 갈등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남북 분단의 장기화는 우리 사회에 흑백논리를 만연하게 했고, 현실적으로 정부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남북교회간의 협력과 교류 또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고 설명하며 여전히 남북관계는 별다른 진전이 없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NCCK는 조선그리스도교련맹(조그련), 세계교회협의회(WCC)와 협력해 한반도의 평화통일이야말로 동아시아의 평화, 나아가 세계의 평화를 위해 반드시 이뤄져야 할 선교의 핵심과제임을 합의해 전 세계교회가 남북의 평화통일 운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수 있도록 함께 국제협의회를 착실히 만들어 가겠다"고 전했다.
◆ 교육과 언론 분야 = 아울러 김영주 총무는 기독교 교육과 언론 분야에 대해서도 계획을 밝혔다.
김 총무는 "현재 한국교회는 어린이를 비롯한 청소년·청년들은 장년교인의 수에 비해 상당히 적은 형편으로 미래를 위해 적극적인 대책을 논의해야 할 시점에 있다"며 "우선적으로 미래세대가 교회의 교육에 신뢰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나아가 그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내용과 여건을 조성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NCCK는 2015년 신설한 교육위원회를 중심으로 각 교단의 교회학교 교육의 장단점을 비교·검토하는 일부터 시작해 전문가들과 함께 질높은 교육 내용을 위한 교회학교 교육정책을 세우는 작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 총무는 "그리고 입시위주의 교육으로 공교육의 붕괴, 사교육의 과잉을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한국교육의 현장 또한 한국사회의 미래를 위해 큰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라면서 "현재의 한국교육은 한편으로는 신자유주의에 노출돼 무한경쟁에 시달리고 있으며, 또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이념갈등의 양극화에 볼모가 돼 정권에 따라 교육정책이 요동치고 있는 형편"이라고 분석했다.
김 총무는 "일찍이 한국교육의 선구자로 역할을 해왔던 우리 교회가 한국교육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그 대안을 제시할 것"이라며 "NCCK는 교육위원회를 중심으로 우리 교육의 그 본질의 의미를 찾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언론에 대해선, 김 총무는 "현재 한국의 언론은 우리 사회에 불어닥친 자본의 광포한 힘이 언론의 공공성에 상당한 침해를 가하고 있는 형국"이라며 "보호장벽 없이 그대로 경쟁사회에 노출된 언론은 여러 이익집단, 이념집단의 표적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총무는 "NCCK는 과거 권력과 금력이 국민의 알권리를 왜곡하고자 할 때, 그것에 저항했던 언론과 함께 바른 언론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앞장 선 경험을 갖고 있다"며 "2015년 NCCK는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신설된 언론위원회가 중심이 돼, 전문적이고 적극적인 대책을 세워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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