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과 이에 따른 관세 인하는 한국 기업들의 러시아 시장 진출 확대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러시아가 1993년 WTO 가입 신청 이후 점진적으로 관세를 낮추고 있어 WTO 가입에 따른 관세율 인하 폭은 평균 약 3% 정도에 불과해 당장 한국의 대러 수출에 괄목할 만한 변화가 생기지는 않을 것이다.
지난해 기준 러시아는 한국의 제12위 수출시장으로 대러 수출액은 78억 달러 정도에 머물렀다. 하지만 올해 들어 양국 간 교역액이 사상 처음으로 200억 달러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지난 1월~10월 대러 수출도 53% 이상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러시아의 WTO 가입에 따른 관세 인하는 한국의 대러 수출에 순풍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WTO 가입으로 한국의 대러 수출이 연간 최소 3천만~4천만 달러 늘어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수출뿐 아니라 수입에도 긍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러시아가 WTO 가입 이후 원유, 가스, 유연탄, 고철 등 700여 개 자원관련 품목에 대해 수출세를 단계적으로 인하할 예정이어서, 한국의 대러 주요 수입품인 자원 도입 가격이 내려가는 효과가 기대된다.
하지만 이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러시아 경제 전반이 투명해지고 예측 가능해짐에 따라 우리 기업의 대러 투자와 사업 환경이 크게 향상될 것이란 점이다. WTO 가입으로 법의 지배가 강화되고 정책 투명성이 높아짐으로써 한국을 포함한 외국 기업이나 투자자들에게 지금보다 훨씬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 반덤핑 관세 부과나 이의제기 절차가 WTO 규정에 따라 공정하게 처리됨으로써 러시아 정부의 자의적 보호조치 도입이 어려워지는 등 사업 안정성이 커지는 효과도 기대된다.
여기에 통신, 보험, 금융, 운송, 유통 등 서비스 분야 양허 대상이 늘어나는 것도 러시아 진출 기업의 사업 환경에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각종 서비스 분야에서 외국 업체의 러시아 진출이 확대되면서 서비스의 전반적 수준이 향상됨으로써 교역이나 현지 투자를 위한 기본 인프라 환경의 개선이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밖에 러시아가 지적재산권 보호와 정부조달 협정 가입 협상 개시 등을 약속한 것도 향후 한국 기업의 러시아 진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주러 한국 대사관 이종국 경제담당 공사는 "직접적 관세 인하 효과보다 사업 환경이 전반적으로 개선되는 것이 한국을 비롯한 외국 기업의 대러 교역과 투자에 보다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이 공사는 이와 함께 "외국 기업들의 러시아 진출이 확대되면서 일부 분야에선 한국 기업들이 예전보다 더 큰 경쟁에 부딪혀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