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인상 하루전인 31일 전북 전주시의 한 편의점 담배 진열대에 담배가 텅텅 비어있다. 1204.12.31   ©뉴시스

[기독일보 박성민 기자] 담배 가격이 2500원에서 4500원으로 2000원 인상된 첫날인 1일 오후. 서울 시내 대부분 편의점에서는 담배 구하기 전쟁이 벌어졌다.

담뱃값이 대폭 오른 탓인지 담배를 찾는 손님들이 크게 줄기도 했지만 간간히 찾는 손님들 조차 사고 싶어도 물량이 없어 발길을 돌려야했다.

대부분 편의점의 담배 진열대가 텅 빈 가운데 일부 편의점은 정식 발주가 아닌 '가임차' 형식으로 수십 보루가량을 공급받는 등 긴급 수혈에 나서기도 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모습이었다.

대형마트도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이마트 왕십리점의 담배 진열대는 텅 빈 채로 '1월1일 정부의 담뱃값 인상 정책으로 조기 품절됐다"는 안내문만이 붙어있었다.

성동구의 한 편의점 점주는 "어제 밤 12시까지 손님들이 와서 담배를 닥치는 대로 다 사갔다"며 "그러다 인상된 가격이 적용되는 자정부터 담배 판매가 딱 끊겼다"고 말했다.

동작구의 한 편의점 점장은 "담배를 사는 사람이 확연히 줄었다"며 "사가는 사람들도 '많이 올랐다'고 짜증을 내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던힐 등 일부 가격이 오르지 않은 담배를 찾는 시민이 부쩍 많아졌다"고 귀띔했지만 이마저도 없어서 못 파는 실정이다.

평소 자신이 피우던 담배를 구하지 못해 돌아다니던 시민들도 짜증 섞인 불만을 토해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박모(30)씨는 "원래 피는 담배를 사기 위해 몇 곳을 돌아다녔는지 모르겠다"며 "정 안되면 다른 담배라도 사야지 않겠느냐"고 토로했다.

주민 박모(49)씨는 "예전에 두 보루 정도 사뒀는데 우선 그거 피고 끊어야겠다"며 "담배 좀 끊어졌으면 좋겠다"고 답답해했다.

가격 인상 첫날 편의점 등 소매점 곳곳에서 혼란이 발생했지만 동네 슈퍼마켓과 담배 가판대 등에서는 담배를 보루째 판매하는 등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이날 오후 명동의 한 골목길에 위치한 반 평 남짓한 담배 가판대를 찾아 유리 칸막이 구멍으로 "담배 10보루를 달라"고 하자 가판대 안에 앉아 있던 상인은 곧바로 "오른 가격으로 파는데 괜찮겠냐"고 묻고는 선반을 열어 재고를 확인했다.

잠시 살펴보던 그 상인은 "국산은 대부분 5보루 이상 가능하고 못해도 2~3보루는 (살 수) 있다"라며 "(국산 담배)여러 개 섞어서 10보루로 맞춰주겠다"라고 흥정하기 시작했다.

'50보루 살 테니 조금 깎아줄 수 있느냐'라는 물음에 상인은 "절대 안 된다. 어제 12시부로 담뱃값이 다 올랐다"고 강조했다.

남대문시장의 한 슈퍼마켓에서도 여타 편의점과 달리 국산 담배를 보루째 살 수 있었다. 다만 담배 진열대의 외국 담배 칸은 텅텅 비어있었다.

이 가게 관계자는 "국산 담배 중 인기가 없는 상품은 5보루까지 살 수 있다"며 "나머지 국산 담배들도 3보루 정도까지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담배 진열대의 텅 빈 부분을 가리키며 "(외국 담배는) 여기 있는 게 전부"라고 딱 잘라 말했다.

담배 가격 인상 첫날 담배 품귀 현상이 극에 달한 가운데 개인 사업자들이 담배를 보루째 판매하는 등 상반된 모습을 보이자 일각에서는 사재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왕십리역 인근의 한 편의점 관계자는 "편의점의 경우 직영 형태가 많아서 사재기해도 이득을 볼 게 없다"며 "개인 편의점과 담배 가판대, 슈퍼마켓 등의 경우 사재기를 해둔 곳이 분명히 있다. 지난달에 담배를 거의 안 판 곳도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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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가격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