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평화통일을위한기독인연대] 다사다난한 청마의 해가 저물고. 희망찬 을미년을 맞는다.
새해를 맞이하면서 우리 국민들은 회한, 기대감으로 만감이 교차되고 있다. 지난해를 회고해 볼 때, 우리는 한반도에 우리 의지와는 달리 무서운 전쟁이 또 다시 발발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실감했다. 그 원인은 일차적으로 북한에 있지만, 우리 내부에도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어 보인다.
2013년에 집권하여 2년을 마무리하는 박근혜 정부는 신뢰외교를 내걸고 드레스덴 선언, 통일대박론, 통일준비위원회라는 야심찬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국민들은 처음에는 이 발표에 가슴이 고무풍선만큼 크게 부풀었다. 그러나 표면적 신뢰프로세스 정책과는 달리 정부의 실제 정책은 대북 적대정책에 입각해서 전개되었다. 불필요하게 북한을 자극하는데 당국이 국내외로 앞장섰고, 극우성향 민간단체의 전단 살포조차도 방치하고, 심지어 인도적 대북 지원조차도 애써 외면했다. 그래서 북한은 남한의 제안에 대해 매우 냉소적이고 남북한의 불신의 골은 이전보다 더욱 깊어만 갔다. 게다가 정부는 한미동맹을 지나치게 강조하면서 2015년 4월로 예정된 전시작통권 환수를 또 다시 무기한 연기했고, 당국은 부인하지만,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공격에 대비한 미국 사드(THAAD)의 한국배치는 거의 기정사실화 된 것 같다. 그러나 이를 대처하는 우리의 대응책은 너무나 경직되고 미숙해 일반 국민들은 전쟁이냐 평화냐 하는 불안 속에서 년중 내내 지냈다. 더욱 실망스러운 것은 북핵을 빌미로 평화헌법을 위반한 집단적 자위권행사에 대한 해석개헌을 노골화하는 일본의 우경화 행태를 우방인 미국이 적극 지지하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그래서 혹자는 한반도를 둘려싼 남북한의 관계는 군사적 긴장이 최고의 위험수위에 도달해 동북아는 불타고 있고, 현재 한반도 주변상황이 대한제국말엽과 유사하다고 평가한다.
그런데 더욱 심각한 것은 이렇게 고도로 군사적으로 긴장된 한반도 평화를 위해 우리 정부가 할수 있는 자주적 외교 역량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어찌다가 이 지경이 되었을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라는 정부가 국민의 세금을 도대체 어디에다 쓴 것인가?
남북한의 국력이 경제적으로 20:1이 이고, 실제적으로 무려 40:1 이 되는 남북한 비대칭 상황에서 정부는 종북몰이로 지난 한 해를 허송했다. 나라의 운명이 전쟁이냐 평화냐 하는 상황에서 남북한 화해협력을 강조하는 외교부와 통일부의 목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과거 국민의 인권을 침해한 공안파와 국방에만 전념해야 할 군대 별들이 이 나라의 국방, 외교,안보 정책을 독점하는 것처럼 비춰졌다.
지정학적으로 우리 외교는 균형외교를 지향해야 한다. 19세기 힘의 균형이 아니라 평화의 조정자, 협력의 조정자의 균형추 역할을 해야한다. 동북아 6자 평화협력 틀 속에서 한반도 평화통일이 주변국 누구에게도 부담이 되지 않는다는 신뢰를 주는 치밀한 평화통일외교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실천해야한다. 강대국 어느 쪽에 편향된 한국 외교는 결국 고립을 좌초하고, 한반도 평화통일 분위기 조성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 신냉전구조를 재현시킨다. 북한의 군사적 도발문제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하지만, 비군사적 부문인 경제. 문화에서의 협력의 문을 항상 열어두어야 한다. 열어 두고 기다리지만 말고 적극적으로 북한과 화해협력을 선도적으로 시도해야한다. 이미 합의한 615 공동선언과 10.4 정상 선언대로 실천하면 된다. 5.24조치 해체, 금강산관광 재개 그리고 6.15공동선언의 실천을 행동으로 보이면 된다. 새해 한반도 평화는 말잔치가 아닌 화해 협력 행동으로 보여주길 바란다.
그 출발은 대북정책을 혁명적으로 바꾸고, 남북관계를 우선 정상화해야 한다.
글ㅣ이장희 교수(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평통기연 운영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