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김종엽 기자] 금융감독원이 달라지려고 애쓰고 있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19일 취임한 후 '시장 자율'과 '소통 강화'를 강조했다.
진 원장은 취임 후 규제·제재가 아닌 원칙·자율 위주로 감독 방향을 전환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관행적으로 이뤄지는 종합검사를 대폭 축소하기로 했다. 그는 취임 후 첫 임원회의에서 "감독당국이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훈계하고 개입하는 '담임선생님' 같은 역할을 하기 보다는 자율과 창의의 관점에서 시장 자율을 존중하고 촉진하도록 감독방향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진 원장은 금융소비자 보호에 방점을 찍었다. 그동안 ▲대포통장 근절 ▲금융사기·보험사기 근절 ▲농협 무단인출 등 전자금융사고 조사 ▲은행 납부자 자동이체의 전일출금 시스템 개선 등 서민금융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안들을 개선할 것을 특별히 당부했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진 원장의 노력으로 감독당국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게 됐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다수다. 특히 진 원장이 '호수 위의 백조'와 같이 내부적으로는 치열하되, 조용하고 차분한 대응을 주문한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금감원은 지난해부터 잇따라 터진 금융 사고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혼란을 키웠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금감원 관계자는 "그동안 금감원이 요란한 행보로 금융권에 혼란을 줬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진 원장이 '스포츠 중계' 하듯 감독 진행 상황을 외부에 발표하지 말라고 지시해 감독 업무를 수행하는 환경이 나아졌다"고 말했다.
일단 금융계에서는 시장 자율 중시 방침을 반기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바뀐 감독 스타일을 실질적으로 체감하기에는 이르다는 평가다. 금융권 관계자는 "진 원장의 색깔이 드러나려면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그래도 이전보다 현장의 어려움을 수렴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상호금융권 관계자도 "조합 수가 많다보니 그동안 검사를 많이 받는 것처럼 비춰졌다"며 "진 원장이 불필요한 검사를 줄이고, 이를 일일이 중계하지 않는다고 하니 현장에서는 반기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한편 가계부채 급증, 러시아 금융불안 등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부원장을 비롯한 임원 인사가 지연됨에 따라 업무 추진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최종구 전(前) 수석부원장, 조영제·박영준 전 부원장 등 3명의 사표가 일괄 수리된 지 약 보름이 지났지만, 청와대 인사검증 지연 등으로 후속 인사가 미뤄지고 있다. 오는 24일 열리는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도 금감원 부원장 선임 안건이 상정되지 못하면 금감원 인사는 올해를 넘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