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이동윤 기자] 설교자를 위한 세계교회협의회(WCC) 제10차 총회 주요문서의 하나인 '21세기의 교회와 선교' 제3차 심포지움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진행됐다.
과천영광교회 우진성 목사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포럼에서 감리교신학대학교 이은경 교수는 '편 가르지 않는' 에큐메니칼 신학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고찰하며 한국 교회교육의 문제점으로 '편협함과 나누기'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먼저 "지난 제10차 WCC 부산총회에서 '신학교육에 대한 에큐메니칼 서약'(교육문서)이라는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며 "이 '교육문서'의 목적은 '에큐메니칼 훈련 양성과 신학교육의 전략적 중요성을 강조하고, 21세기를 위한 새로운 도전의 맥락에서 교회의 책임을 상기'시키는 것이었다. 그리고 '변화하는 세계 기독교 지평에서의 리더십 훈련 양성'이라는 부제 아래, 에큐메니칼 신학능력을 갖춘 리더·지도자를 길러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당시 채택된 문서의 내용을 설명했다.
그는 이 문서에 대해 "그러나 문서의 첫머리에 이미 '공동선언문'이라고 밝히고 있듯, 에큐메니칼 신학교육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지만, 교회교육에 대한 좀더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방안들을 제시하고 있지 않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발제에서 '편 가르기를 넘어선' 에큐메니칼 신학교육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은경 교수는 "우리 시대는 다중적 종교성이 지배하는 시대, 어떤 특정한 종교적 성향이나 신앙을 강요하기 어려운 무종교의 시대, 그래서 무신론적 담론이 지배하고 있다고들 말한다. 오늘날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아시아 등과 같은 비유럽지역에서 기독교 교세가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유럽지역에서도 제도로써의 종교는 쇠퇴하고 있지만 개인적인 종교성향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서방세계에서 보이는 모습들을 '기독교 자체의 쇠퇴'가 아니라, '기독교 탈유럽화'로 이해하는 연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이 교수는 한국교회의 현실을 '정조준'했다. 그는 "2005년 '인구총조사'에 따르면, 20년(1995년) 전과 비교해 가톨릭 신자의 비율이 6.6%에서 20.6%로 3배 이상 증가한 것을 볼 수 있다"며 "그러나 개신교 신자의 비율은 19.6%에서 18.3%로 줄어들었다. 이것은 20년 동안의 인구증가율을 감안할 때, 충격적인 수치가 아닐 수 없다"고 했다.
이 교수는 "이렇게 된 원인은 20년 사이에 교회에 출석하던 사람들이 세상을 떠나면서 자연스럽게 교인수가 줄었고, 더 이상 새로운 신자들이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개신교 신자들 중 상당수가 가톨릭 교회로 갔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교회교육의 질적·양적 저하가 주된 원인이 아니라 교리교육에만 치중한 편협한 신앙교육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형화된 교리만을 가르치고, 그에 따라 신앙규범의 체계를 만들고, 이것을 틀림없이 따라야만 구원받는다고 가르치는 편협한 신앙교육이 문제"라며 "교회 조차도 학교시스템을 그대로 받아들여 훈육과 조직의 틀을 따라 운영한다. 그러다 보니 '규칙 저 너머의 보다 심원한 곳에 우리의 그리고 아이들의 영혼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렸다"고 한국교회를 향해 '쓴소리'를 했다.
더불어 "신앙의 '가치'마저도 '제도화'한 신앙교육은 교회학교에서 주기도문을 암송하거나 교리문답시 바르게 답하는 것을 가르치는 걸로 주를 이뤄왔다. 뿐만 아니라 구원의 문제도 '우리' 교회에서 행하는 여러 의례들에 의무적으로 참석하는 것, 예를 들면 '주일성수' 그리고 '온전한 십일조'와 같은 규범들로 대체됐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기독교 신앙의 본질은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는 것'이라고 가르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우리' 교회에 출석하는 '내' 교우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됐다"며 "제도화된 교회의 울타리 너머에 있는 이들은 '이웃'의 범주에 들지 못하게 됐고, 그들은 교회의 일이 아닌 그러므로 그들을 돌아볼 필요도 책임도 사라져 버렸다"고 지적했다.
계속해서, 이 교수는 "교회들의 '이기주의'와 제도화된 '편 가르기'가 사람들을 교회 밖으로 내몰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교회에 들어올 때에도 '자격'과 그에 따른 '허가'를 요구하고 있다"며 "그러면서 우리는 누가 진정으로 '우리 교인인가'를 가르기 위한 세세한 규칙과 준거를 가르친다. 그리고 그에 따라 여러 예배들을에 참석하는 것을 그 첫 번째 의무 조항으로 삼았다. 매주 출석해야 하는 예배 스케줄을 발표하고, 불참하면 죄를 저지르는 것으로 규정하기까지 한다"고 성토했다.
이 교수는 이와 함께 "이러한 제도화된 의무 규정이 오늘날 한국교회만의 문제는 아니다. 2천년 전, 예루살렘에 살던 이들에게도 이것은 중요한 문제였다"며 예수가 한 율법학자로부터 '누가 나의 이웃입니까'라는 질문을 받았던 것을 상기시켰다.
그는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를 들며, "기독교 신앙의 본질은 '이웃사람 되기'가 아닐까. 신앙교육이란, 누가 나의 이웃인가를 구별하는 비법을 전수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내가 '이웃이 될 수 있는지'를 가르치는 것이며,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에큐메니칼 교육'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안타깝게도 이제까지의 교회 교육은 매 주일 교회학교에 출석해 기독교의 특정 교리를 전수받고 잘 암송하는 것이었다"며 "그래서 '우리' 교인을 만드는 것이었고, 누가 우리 개신교인이며, 누가 우리 감리교인이며, 누가 우리 교회 교인인지를 분별하는 법을 가르쳤다. 끊임없이 나와 너의 경계를 나눴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렇게 '누가 나의 이웃인가'를 묻는 우리에게 예수가 '사마리아인'의 이야기를 들려 준 것은 더 이상 '누가 나의 이웃인가'를 묻지 말고, 내가 '누구의 이웃이 될 것인가'를 선택하라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한국교회가 편을 가르고 나누는 것에 익숙하다고 강조한 이 교수는, 이러한 현실에 대한 해결책으로 '에큐메니칼 교육'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에큐메니칼이란 한 마디로 '가족이 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타자가 이웃이 되고, 이웃이 친구가 되고, 그래서 함께 사는 가족을 이루는 것이다. 이것이 교회교육이 잊고 있었던 에큐메니칼 신앙교육의 본질일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이은경 교수는 "변화하는 세계 기독교 지평에서 요구되는 '에큐메니칼 신학능력'은 에큐메니칼 및 종교 간의 대화를 수용하고 교회와 사회 간의 대화를 수용하는 능력이며, '사마리아인'이 바로 그 능력을 사람"이라면서 "나의 신앙과 종교를 포기하게 만드는 교육이 아니다. 성찰하는 신앙인을 길러내고 '이웃'과 '가족'을 먼저 생각하게 하는 신앙인을 길러내는 것이, 에큐메니칼 신앙교육의 목적이며, 교회의 책임"이라고 전했다.
이밖에, 신익상 교수(감신대)·최순양 교수(감신대)·박지은 교수(이화여대)·김희헌 교수(성공회대)가 발제했고, 김기석 목사(청파교회)·김경호 목사(들꽃향린교회)가 논평을 담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