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의 대답은?
(서울=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6일 오후 국회 민주당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한나라당 부정선거 사이버테러 진상조사위원회' 간담회에서 중앙선관위 박혁진 서기관(오른쪽)과 신우용 서기관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10·26 재보선 당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박원순 후보 홈페이지에 대한 디도스 공격을 주도한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실 전 비서 공모씨가 이번 사건은 자신의 단독 범행이라고 자백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8일 "공씨가 오늘 새벽 조사에서 심경을 바꿔 범행 사실을 자백했다"면서 "공씨는 자신 이외에 윗선이 없는 단독범행이라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공씨는 "한나라당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를 돕는 것이 최구식 의원을 돕는 길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젊은 층 투표율이 선거에 영향을 많이 줄 것으로 보고 투표소를 못 찾게 하면 투표율이 떨어지지 않겠나 생각했다"고 범행 배경을 설명했다.

범행을 실제로 감행한 강씨는 "도박사이트 등을 공격하기 위해 좀비PC 등 장비를 갖고 있어 추가로 돈도 들지 않은 만큼 공씨와 관계를 원만하게 하고 싶어 대가 없이 도왔다"고 진술했다.

공씨는 "술자리에서 선관위 홈피 공격 같은 농담이 나왔는데 (평소에 디도스 공격을 할 수 있다고 자랑하던) 강씨 생각이 났다"면서 "이때 디도스 공격을 할 생각이 처음으로 생겼다"고 우발적 범행임을 주장했다.

공씨는 10월25일 밤 12시를 전후한 시점에 공격을 실행하라고 강모씨에게 전화로 지시한 이후 함께 술을 마시던 박희태 국회의장실 전 비서인 김모씨에게 이런 사실을 알렸다고 진술했다.

공씨는 테스트 공격이 진행되는 동안 김씨를 룸 밖으로 불러내 "선관위 홈피를 때리삐까예(때릴까요)?"라고 물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에 김씨는 "큰일 난다. 잡혀 들어간다. 네게 무슨 도움이 되지 않느냐"며 만류했지만 술을 마시고 감정이 격해진 공씨가 범행을 감행한 것 같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공씨는 26일 아침 김씨에게 5통의 전화를 하는 과정에서 디도스 공격 사실을 털어놨다고 진술했다.

공씨는 범행 사실을 부인한 데 대해 "얘기하면 최 의원 등 주변 사람들이나 한나라당에 피해가 갈 것을 걱정했다"고 설명했다.

공씨가 자백한 8일 새벽 시간대에 박의장실 김씨와 공성진 한나라당 전 의원실 박씨도 이 같은 사실을 수사팀에 털어놨다.

김씨와 박씨는 수사 도중 화장실에서 만나 "이러다 죽는다. 털어놔야 한다"는 대화를 한 후 사실을 진술하기 시작했다고 수사팀은 설명했다.

범행 당일 공씨가 통화한 친구 차모씨를 대상으로 차씨가 이번 사건을 어떤 역할을 했는지 등 참고인 조사를 벌이고 있다.

차씨는 범행이 진행되던 26일 새벽 3시20분께 5분 이상 등 2차례 통화기록이 있다는 점에서 범행과 관련된 모종의 대화가 오갔을 가능성을 경찰은 예의주시하고 있다.

당일 술자리에 참석한 공성진 전 의원의 비서였던 박모씨, 검찰 수사관 출신 사업가 김모씨, 병원장 이모씨, 변호사 김모씨 등을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하거나 방문해 당시 범행 진행사실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를 조사 중이다.

그러나 공씨의 자백에도 불구하고 여러 정황상 단독범행이 맞는지에 대한 의혹은 커지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오늘 내용은 공씨와 박 의장실 전 비서 김씨의 진술이 대충 맞는 부분을 재구성해서 말한 것일 뿐 경찰의 최종적인 판단이 아니다"면서 "자백 내용이 신빙성 있는지 여러 정황과 맞는지 논리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9일 검찰로 송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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