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오상아 기자] 올해로 네 번째 겨울을 맞는 노숙자센터 '드림씨티(The dream city)' 대표 우연식 목사(드림씨티선교교회)를 13일 오후 드림씨티에서 만났다. 지난해 겨울보다 센터에 머무는 '아저씨'들도 많아지고 3층에서 부업을 하는 '아저씨'들도 많아진 모습이었다.
우연식 목사는 "그래도 올해는 한번도 적자 없이 운영했다"며 자리를 비울 시간이 없어 후원을 받으러 다닌 적도 없고 후원해달라고 요청한 적도 없지만, 인터넷 카페에 공개한 재정과 사역 활동들을 보고 후원하는 이들의 도움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기적이죠"라고 말했다.
그 가운데 교회 지원은 6~7%이며 대부분은 개인 후원자라고 설명했다. 후원자의 대부분은 믿는 사람으로 기존 교회에 실망했던 사람들도 있고, 불교 신자도 있다고 했다. 목사가 운영하는 노숙자센터이지만 종교를 떠나 좋은 일을 한다는 판단에서일 것이다.
노숙자센터이며 노숙인교회이기도 한 드림씨티는 노숙인교회의 특성상 '헌금'이 없다. 헌금 없이 교회 운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우연식 목사는 "이렇게 시작했으니 가능한 것이지 기존 교회에 가서 이렇게 하면 쫓겨난다. 헌금이 안 들어오니… 장로들이 보면 교회를 어떻게 운영하려고 하느냐고 할 것이다. 근데 저는 하나님이 하실건데 뭘 걱정을 하느냐는 생각이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우 목사는 "사람들 마음에 녹아져야 되니 갑자기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교회의 틀을 넘어서 사회적으로 도움이 되는 교회가 돼야하지 않겠나 생각한다"며 "그런데 교회에서카페를 하는데 가보면 고급스럽게 꾸미는 경우가 많다. 말로는 편안하게 하려고 한다고 하지만 없는 사람을 향하고 있는 지, 가진 사람을 향하고 있지는 않는지 솔직히 생각해봐야 한다. 결국 우리는 가진 사람이 좀 더 많이 와서 우리 교회에 남아주기를 원하는 것이 아닌가. 없는 사람들이 와서 머물러 주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고...."라고 말했다.
우연식 목사는 "노숙인 사역을 하면 이쑤시개도 주고 면봉도 주고 면도기, 치솔, 치약, 수건, 물도 주고 다양한 것을 준다. 소화제나 감기약도 주고 비닐봉투도 준다. 그런게 어떻게 해서 나왔냐면 사람들이 지나가다 물어봐서 주게 됐다. 그렇게 가만히 귀를 열고 들으면 들린다. 그 사람에게 뭐가 필요한지. 교회도 동네 사람들이 뭐가 필요한지 귀를 기울이면 들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동네에 부모가 일 나가고 애들만 있는 집들이 많은데 그런 아이들은 전자오락으로 시간을 보낸다. 또 그런 경우 시간을 때우느라고 부모가 애들을 학원에 보내기도 한다. 그렇지만 학원을 한군데도 못가는 아이들도 있고 그런 아이들은 갈 데도 없다. 그런 동네에 여기 반만한 넓이의 공간을 빌려서 컴퓨터, 음료수, 책상 놓고 TV도 놓고 초등학교 애들 끝나고 와서 있을 수 있도록 교회를 하면 좋지 않겠는가? 초등학교 앞에 망해가는 문방구 이런 데를 얻어서 아이들과 서서히 친하게 지내는 것이다. 애들 얘기도 들어주고 방과후 교실처럼 숙제도 해주고 그림도 그려주고 컴퓨터도 쓰게 해주고 운동장에 나가 놀아도 주고, 편안하면 아이들이 안오겠나?"고 반문했다.
그는 "부모들이 나중에는 쟤가 거기 가더니 밝아졌네 할 것이다. 애들은 얘기만 들어줘도 행복한 것이다. 사람과 사람이 커뮤니케이션하면서 서로 돌봐주면 그게 행복한 것이다. 집에 가면 할것이 없는데, 부모가 하지 못하는 부분을 해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라며 "사회가 할 수 없는 것을 교회가 할 수 있다. 그런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 그런 일들이 잘 찾으면 보인다"고 말했다.
노인 사역에 대해서도 말한 우 목사는 "교회가 노인들을 경로당에 뺏기는데 경로당에서 노인들을 뺏어와야 한다. 장례식장에 가면 노인들이 많이 오는데 자식들이 어디를 데리고 나가지를 않으니 바깥구경도 하고 식사도 하려고 많이들 온다"며 "그러니 교회에서 노인들을 모아서 봉고차에 태우고 한달에 두번 정도 하루는 남산, 하루는 경복궁도 같이 가면 좋지 않겠는가? 노인분 혼자는 다리가 불편해서 못가는데 그렇게 교회에서 모시고 가면 친구한테 얘기해서 같이 오기도 할 것이다. 교회 차 를 세워 둔다고 누가 칭찬을 하겠나. 그리고 돈 안들고 놀러갈 데도 의외로 많다. 노인들은 용인에버랜드 같은데 안가도 되고 햇빛 보고 바다 보고 간단하게 먹고 올 수 있으면 된다"고 제안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20대 자살율은 선진국과 비슷하지만 60대 이상의 자살율은 우리나라가 상대가 안될 정도로 높다"며 "노인 사역은 교회 입장에서 보면 블루오션이다. 그들을 아무도 안돌봐준다"고 안타까워하며 "오전에는 노인들이 머물고 오후에도 아이들이 와서 놀 수도 있지 않겠는가? 교회는 돈이 안되니 노인과 아이들은 신경을 안쓴다. 노인과 아이가 돈이 됐다면 교회가 다 바뀌었을 것이다. 교회는 돈이 되는 30-40대만 찾는다. 그 개념으로는 교회 미래는 없다고 본다"고 우려했다.
또한 "요새는 철물점들이 없어지는데 시골교회나 작은동네에 있는 교회는 드릴이나 망치, 펜치 같은 기본적인 공구들을 모아놓고 필요한 사람 빌리십시오 해서 소문이 나면 사람들이 온다. 교회를 믿으러 와야한다고 생각하는데 오다가 세월이 지나면서 믿게 되는 경우도 많다. 사람들이 그 앞에 단계 자체를 무시하는데 그런 부분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우 목사는 말했다.
마지막으로 우연식 목사는 "2등은 1등을 쫓아가지만 새로운 것을 못 만든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도약이라는 것을 한다. 독창적인 개념으로 해서 전혀 안오던 사람들이 오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작은 교회 약점은 패배주의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형교회가 다 뺏어간다는 거라고만 생각하는데 작은교회가 할 수 있는 영역들이 있다. 개인목사님 색깔들로 독특하게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반목회가 아닌 특수목회, 그것도 사회에서 가장 낮은 곳에서 소외 받는 노숙인들을 돕는 사역을 하며 때로는 맞아서 멍이 들기도 하고, 늘 그런 위험상황을 전제하고 사역해야 하는 우연식 목사는 마지막으로 이런 말을 했다.
"하나님 입장에서는 테스트를 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네가 진심인지, 네가 진짜 영혼을 사랑하는지 하나님이 확인하시고 질문을 던진다고 생각합니다. 네가 진짜 가난한 사람을 돌아보는지... 우리는 사랑한다고 강력하게 얘기하지만 우리 사랑이 얼마나 작은가?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피조물도 자신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없듯이 타자의 필요를 위한 존재가 인간이며 교회여야 한다는 것, 이것이 늘 풍성한 나눔의 자리로 존재하는 '드림씨티'가 주는 메세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