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윤근일 기자] 여야가 지난 5일 원내수석부대표간 합의로 오는 15일 임시국회를 연다. 하지만 지난 10일 여야 대표와 원내대표간 '2+2 회동'으로 자원외교 국정조사와 공무원연금 개혁을 주고 받으며 평화모드를 보였지만 이후 합의에 따른 여야간 해석차이에 청와대 문건 유출사건도 겹쳐 임시국회를 앞두고 다시 팽팽한 모습을 보이는 중이다.
여야는 먼저 오는 15일부터 한달간 열리는 이번 임시국회에서 이른바 '부동산 3법(주택법 개정안·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 폐지안·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개정안)' 등 주요 법안을 처리를 놓고 벌써부터 입씨름이 한창이다. 새누리당은 '2+2 회동'에서 오는 29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부동산 3법을 최대한 처리키로 합의한 만큼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여야가 합의한 것은 '부동산 3법'이 아닌 '부동산 관련법'이라고 맞서고 있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는 12일 당 회의에서 "부동산 3법은 시급성이 있어서 최우선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이번 합의 내용에도 들어가 있다"고 분명히 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는 "합의문에는 부동산 관련법이라고 해서 정부·여당과 야당이 주장한 관련법 모두를 합의처리 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고 맞섰다. 같은 당 박완주 원내대변인도 "여야합의문에 '부동산3법'이 아닌 '부동산 관련법'이라고 분명하게 명시돼 있다"며 "이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전·월세 상한제 등 서민주거보호 법안 또한 함께 합의해 처리하자는 의미였다"고 말했다.
이에 새누리당은 발목잡기 구태정치로 조건을 붙여서 자원외교 국조를 망치면 안된다"고 맞받아쳤다.
최대 핵심 현안인 공무원연금 개혁법안도 갈 길이 먼 상태다. 여야는 공무원연금 개혁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지난 10일 국민대타협기구와 국회 특위를 구성하자는데 합의하긴 했지만, 구체적인 기구 성격과 처리 시기를 놓고 정반대의 해석을 내놓고 있어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대타협기구의 성격을 놓고 새누리당은 여론을 수렴하는 단순한 '논의기구'로 선을 긋고 있지만, 새정치연합은 여론 수렴을 넘어 타협안을 도출할 '합의기구'로 해석하고 있다.
여야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제정안(서비스발전법)'을 놓고서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새누리당은 '내수활성화'를 강조하며 조속한 처리를, 야당은 '의료영리화' 우려를 앞세워 폐기를 주장하고 있다.
새누리당 나성린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이날 당 회의에서 "야당이 자꾸 의료 민영화라고 떠드는데 내용을 보면 민영화의 '민'자도 없다"면서 "이번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새정치연합 윤호중 의원은 최근 열린 공청회에서 "기본법에서 개선하겠다는 규제 대부분은 국민건강과 같은 공공서비스 영역을 지키거나 영세 자영업자를 보호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라며 "폐기돼야 마땅한 법"이라고 밝혔다.
'부정청탁금지 및 공직자 이해충돌발지법(김영란법)'도 여야간 이견이 적지 않은 상태다. 12월 임시국회 처리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언론기관 임직원과 사립학교 직원을 김영란법 적용대상에 포함시키느냐를 두고 입장차가 크다. 새정치연합은 언론기관과 사립합교를 포함시킨 명분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나 새누리당은 지나치게 확대해선 안된다며 신중한 입장이다.
여기에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은 임시국회의 모든 이슈를 삼키는 '블랙홀'로 작용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여야는 임시국회 첫날인 15~16일 이틀간 진행되는 긴급현안질의에서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을 예고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청와대 문건 유출'에만 초점을 맞춰 파문 확산을 차단하는 데에 주력할 것으로 보이는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박근혜 정권에 맹공을 퍼부으며 국정조사 요구 등 총공세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듯 여야간 충돌을 빚으면서 산적한 민생·경제 법안 처리는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올해 마지막 정기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한 부동산 3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의료법 개정안, 자본시장법 개정안 등 쟁점 법안 250여건이 아직 그대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