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평화통일을위한기독인연대] 오래 동안 소통을 강조해온 동서독이 극적으로 통일을 이룬 후, 통일 독일이 잠시 사회통합과 경제적 어려움에서 벗어나 근래 유럽의 재정위기에서 독일 경제력과 리더십을 돋보인 지 오래다. 유럽의 소위 PIGS(Portugal, Italia, Greece, Spain) 국가들의 경제위기를 독일을 중심으로 한 경제협력으로 점진적 활로를 어렵게 찾아나가고 있다. 이런 독일의 경제적, 정치적 강력한 힘과 리더십은 물론 현 수상인 메르켈(A. D. Merkel)의 화합과 통합의 지도력에 기인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동독출신 여성 총리 메르켈은 독일 역사에 최초의 여성수상이면서 드문 3기의 수상연임을 이어가며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1954년, 서독의 함부르크에서 태어난 메르켈은 출생 8주 만에 목사였던 아버지와 함께 동독으로 이주한 서독출신 동독인이다. 아버지는 호르스트 카스너 목사, 어머니는 헤어린트 카스너이며 태어날 때 이름은 앙겔라 도로테아 카스너였다. 아버지는 하이델베르크 대학에서 신학 공부를 시작해, 함부르크 대학에서 학업을 마쳤다. 라틴어와 영어 교사인 어머니는 사민당 당원이었다. 그녀는 1954년에 태어나서 몇 주가 지난 메르켈은 부모님과 함께 동독으로 이주했다. 어려운 여건에 처한 동독에 대한 선교와 통일에 대한 열의에 차 있던 아버지가 당시 동독에 속한 브란덴부르크 주 지방의 개신교회에서 목회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가족은 목사관에서 살았으며, 독일의 재통일 이전에는 공산국가였던 동독의 정치적 상황 때문에 목회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동독 시절 동베를린 화학물리연구소에서 12년간 근무했던 물리학 박사 메르켈은 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 동독야당인 Deutscher Aufbruch(DA)에 가입, 대변인으로 활동하면서 정치계에 입문했다. 그녀는 콜 전 총리의 도움으로 정계 입문하여 연방여성청소년부(1991~1994), 연방환경부(1994~1998) 장관으로 전격 기용되었다.
메르켈의 경제적, 사회적 정책과 대안은 많은 부분이 사민당 중심의 개혁 정책 특히 슈뢰더(G.F.K. Schroder)의 아젠다 2010(Agenda 2010)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평가되고 있다. 아젠다 2010의 핵심인 노동시장 관련법 개정은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를 통해 고용을 창출한다는 목표를 분명히 하고 있다. 연금보험과 의료, 건강 부문의 개혁도 인구의 노령화 및 실업의 증가에 따른 대응 방안을 확보하고 국민들에게 보다 나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함과 동시에 이를 위한 합리적인 재원 확보를 추구하는 것이다. 즉 퇴직자에 대한 안정적 소득의 보장이나, 국민건강 증진이라는 사회적 목표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아젠다 2010은 사회적 시장경제의 근대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슈뢰더는 공식적인 노사정위원회와 함께 사용자와 노동자와 노동조합 지도자 간의 비공식적인 쌍무적 그리고 3자적 협의체 양식으로 수장 관저에 모여 주재하는 소위 방갈로 토론회의를 통해 문제와 대안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독일 슈뢰더 정부의 개혁정책인 아젠다 2010은 당대 독일인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사민당의 지지층이 대거 이탈하고 본래 기민당 지지층들은 결집하게 되어 총선에 지고 수상직을 내려놓게 되었다.
이러한 독일과 영국 등 유럽에서는 보수와 진보의 연대나 다른 제3의 대안 모색이 지속되어 왔다. 특히 지난 1990년대 위기의 유럽에서 영국 토니 블레어 노동당 당수의 '신좌파' 정책과 독일 게르하르트 슈레더 사민당 당수의 '새로운 중도' 정책으로 대변되는 '제3의 길'을 모색했다. 당시 두 사람은 1999년 6월 런던에서 제3의 길을 정리한 블레어·슈뢰더 두 전 총리는 1999년 6월 런던에서 제3의 길을 정리한 '블레어 슈뢰더 선언'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선언에서 국가개입에 의한 평등한 복지국가 건설을 추구해 왔던 전후 고전적 사민주의를 개인 자유와 창의성을 저해하고 관료주의 비효율성을 초래한 구시대적 좌파이념으로 비판하고 아울러 대처리즘과 레이거노믹스로 대변되는 신자유주의도 빈부격차를 심화시켰다는 결론을 토대로 '좌우를 넘어서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실용적으로 결합한 새로운 발전모델'을 제창하기도 했다.
구체적으로는 실업수당 직업훈련과 연계된 성장촉진형 복지제도 도입, 위기에는 우선 일자리가 중요하므로 비정규직 2차 노동시장 활성화 등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와 고용촉진제도 강화, 법인세 소득세 인하와 창업절차 간소화 등 경제활력 제고, 규제완화와 정부역할 축소 등 관료주의 철폐를 추진했다. 이런 경험들을 토대로 슈뢰더는 2003년 이를 종합한 '아젠다 2010'을 발표·시행했다. 중·장기적 처방인 이 정책목표와 달리 단기적성과를 기대한 사민당 지지그룹 자체의 반대 등으로 슈뢰더는 총선에 패하였으나, 그 결과 독일 경제는 성장을 지속하며 유로존 위기의 구원자가 되고, 영국은 2008년 글로벌위기를 비껴가게 되었다.
오늘날 세계는 좌우 이데올로기보다 자국의 경제와 사회 및 복지 향상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경쟁적 협력은 물론이고 적과의 동침도 마다않고 있다. 국익과 국민의 행복을 위해 반대세력의 정책도 도입하고 동시에 연대하고 통합하고 있다. 분단국 한국에서만 아직도 이데올로기의 과잉, 좌우 갈등의 심화, 계층간·세대간 간극이 넓고 깊어지고 있음은 예외적 상황이며 모두가 마음 아파하고 있다. 화해와 소통 그리고 대화와 통합의 리더십이 요구되고 있다.
남한은 물론 남북한을 아우르는 큰 틀의 사고의 전환과 대안 모색이 절실한 시점이다. 5 24 조치 이후 경색된 이 땅에 관련된 경제적 손실이 수조원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으며, 우리에게 사라진 기회와 갈등심화와 분쟁으로 인한 민족정서와 심리적 아쉬움과 이산가족의 아픔은 비용으로 환산하기 어렵다. 정파와 이념을 떠나 민족화해와 인권의 관점에서라도 북한 어린이와 노약자, 이산가족에 대한 전향적 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 한반도의 통일은 평화, 민족자존, 주변국과의 공존, 민주적이고 복음적으로 진행되고 성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한국 교회와 기독교의 기도와 헌신과 준비가 절실한 것은 어제 오늘의 과제가 아니다.
글ㅣ김홍섭 교수(인천대 교수·평통기연 운영위원·ihom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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