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손현정 기자] 세계 성공회 교인들이 '동성애 문제'와 '여성 사제 문제'로 인해서 분열될 위기에 놓여 있다고 성공회의 영적 수장인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가 우려를 표했다.
웰비 대주교는 1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두 사안을 둘러싼 견해 차이로 인해서 세계 성공회가 "'일시적인 분열 상태'를 경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실적으로 말하면 연합을 위해 우리가 기울이는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동안은 온전한 연합이 불가능할 수 있다"며 "교단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따라서 사람들이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는 그런 상황들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성공회는 전 세계 38개 교구와 8천만 교인으로 이뤄져 있으며, 성공회 교회의 본산인 영국성공회가 본부 역할을 하고 있다.
세계 성공회 교인들은 동성애와 여성 사제 문제를 둘러싸고 보수적인 견해를 유지하고 있는 남반구 국가들과 보다 진보적인 견해를 받아들이고 있는 북반구 국가들 간의 갈등을 겪어 왔다.
특히 북미와 유럽 지역에서 동성애자 사제 임명과 동성결혼 축복을 허용하는 등 동성애에 포용적인 정책을 펼치는 교구들이 증가하면서, 아시아와 아프리카 지역 보수주의 교인들의 불만이 고조되어 왔다. 한 예로, 지난 3월 우간다 교구는 현지 정부가 동성애자들을 처벌하기 위한 법안을 도입한 데 대해 북미와 유럽 교구의 비판이 이어지자 성공회를 탈퇴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우간다 스탠리 은타갈리 대주교는 당시 "우간다의 반동성애법은 이 나라와 교회의 동성애에 대한 시각을 반영하는 것이다. (북미와 유럽 교구가) 우리의 생각을 존중할 생각이 없다면 독자적 길을 가는 것을 고려해 볼 것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동성애는 성경 진리와 양립 불가능하며, 교회 지도자라면 동성결혼을 합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서는 안된다"고도 일갈했다.
한편, 여성 사제를 허용할 것인지 여부를 둘러싼 갈등 또한 만만치 않다. 영국성공회는 최근 총회(General Synod) 투표를 통해서 여성 사제를 허용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영국성공회 역사상 처음으로 3분의 2 이상의 찬성표를 충족시켰다고 총회 측은 전했다.
웰비 대주교를 포함한 지도자들이 이 같은 결정에 환영의 뜻을 밝혔지만, 영국성공회 내부에서뿐 아니라 해외 교구에서도 이러한 변화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는 목소리들이 나왔다.
웰비 대주교는 "이러한 갈등은 우리 교회가 앞으로 서로 견해가 다른 상대와도 사랑의 관계를 유지해나가야 하는 도전을 안겨줄 것이다"며, "교회 전체의 목표는 모든 사람들이 환영받고 성장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다. 하나님의 축복과 자비가 필요한 시기다. 승자만이 모든 것을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과 같은 사랑 속에서 함께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다"고 촉구했다.
다만, 웰비 대주교는 세계 성공회가 분열을 겪을 수는 있지만 이것이 "불가피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분열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아니라 그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라며, "지금은 모든 것이 불확실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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