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박성민 기자] '정윤회 문건' 작성자인 박관천(48) 경정과 문건 내용을 제보한 박동렬(61) 전 대전국세청장이 9일 다시 검찰에 소환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정수봉)는 9일 오후 출석한 박 경정과 박씨를 장시간 조사한 뒤 귀가시켰다. 박씨는 이날 오후 10시께 조사를 마치고 귀가했고, 박 경정은 다음날 새벽 1시20분께까지 조사를 받았다.
박 경정은 조사를 마치고 나온 직후 '박 전 청장이 제보 당시 출처를 찌라시(사설 정보지) 내용이라는 것을 얘기했느냐'는 질문에 "검찰 수사 중이기 때문에 답변할 사항이 못 된다"며 "검찰에서 다 사실대로 얘기했기 때문에 수사 상황을 좀 지켜보자"고 답했다. 문건의 신빙성 등에 대한 질문에도 "검찰 수사 중인 사항"이라며 입을 닫았다.
박 경정은 연이은 조사에 다소 지친 기색을 보였으며 기자들을 향해 "막지 말고 그냥 나가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등 예민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검찰은 이날 박 경정과 박씨를 상대로 정씨에 대한 동향을 입수·제보한 경위, 제보 내용의 구체적인 출처 등 제보의 신빙성에 대해 보강 조사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4일과 8일 박 경정을 두 차례 소환해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했다. 또 박씨를 지난 7일과 8일 출석시켜 조사했다. 8일에는 모임의 연락책으로 거론된 김춘식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실 행정관, 박 경정, 박씨를 상대로 삼자대면 조사를 벌였다.
검찰은 삼자대면 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박씨 외에 추가로 문건 내용을 제보한 인물은 없는 것으로 잠정 결론 내렸다.
박 경정은 이날 문건 유출 수사와 관련해서는 피의자 신분으로 특수2부(부장검사 임관혁)의 조사를 받았다. 박 경정은 유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문건 유출에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는 서울경찰청 정보1분실 소속 최모 경위와 한모 경위 등 2명은 이날 오전 체포됐다. 이들은 박 경정이 서울청 정보분실에 임시로 보관한 청와대 문건을 무단으로 복사·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공무상 기밀누설 혐의로 10일 이들에 대한 사후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들 경찰로부터 문건을 넘겨받은 단서가 포착된 한화S&C 소속 진모 차장의 사무실을 이날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를 확보한 뒤 진씨를 임의동행해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하고 오후 늦게 귀가시켰다.
한화그룹 경영기획실에서 국회, 경찰 등을 대상으로 대관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진씨는 평소 정보 담당 경찰관들과 상당한 친분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진씨가 최 경위 등과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정윤회 동향 문건 등 청와대 문건을 넘겨받거나 내용을 전해 들었을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특히 진씨가 넘겨받은 문건 중 일부는 대한승마협회 관련 문건으로 알려졌다. 정윤회씨는 승마협회에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씨가 딸의 승마 국가대표 선발과정에 개입하는 등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내용이다.
한화그룹은 이와 같은 '공주 승마' 논란이 제기되자 지난 4월 승마협회 운영에서 손을 뗐다가 한 달여 만인 5월 다시 승마협회 운영에 나섰다. 차남규 한화생명 대표이사가 현재 협회장을 맡고 있다.
검찰은 문건의 핵심 인물인 정씨를 10일 오전 10시께 고소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한다.
정씨는 문건을 보도한 세계일보 기자 3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바 있다. 아울러 국정개입 의혹과 관련해 새정치민주연합에 의해 고발 및 수사 의뢰됐다. 정씨는 먼저 고소인 조사를 받은 뒤 국정개입 의혹 등과 관련해 피고발인 조사도 받을 예정이다. "문건 내용의 6할이 신빙성 있다"고 주장한 조응천(52)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과 대질신문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지난 8월 산케이 신문의 박근혜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과 관련해 비공개로 소환된 것을 제외하면 정씨가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출석 과정에서 '계란투척' 등 돌발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에 대비한 정씨의 신변보호요청은 9일 오후 늦게 받아들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