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 정보위원회는 9일 9·11 테러 공격 이후 미 중앙정보국(CIA)의 테러 용의자 고문 실태에 관한 보고서를 공개했다.
상원 정보위원회는 CIA가 법적인 제한을 넘어 구금자들에게 고통을 줬으며 가혹한 심문 전술과 관련해 국가를 속였다고 밝혔다. 상원 정보위원회는 이런 심문 방법으로 미국인들의 생명을 구했다는 CIA 주장은 자체 기록에 의해 입증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번 500페이지의 보고서는 6700쪽 분량의 기밀문서를 요약한 것이다. 보고서는 비밀 감옥의 실태는 정부가 의회와 국민에게 밝힌 것보다 심각했으며 CIA는 심문의 잔혹함을 경시하고 얻은 정보의 유용성을 과장했다고 지적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CIA의 심문 사례는 우리의 가치에 반한다"며 "대통령으로서 다시는 이런 방법에 의존하지 않게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다이안 페인슈타인 상원 정보위원장은 이번 보고서 결과는 미국 역사의 오점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어떤 의미에서 보더라도 CIA 구금자들은 고문당했다"고 말했다.
CIA의 심문 방법으로 수 주간 잠을 안 재우기, 구금자를 벽에 세워 때리고 부딪치기, 작은 상자에 가두기, 장기간 격리, 살해 위협 등이 포함됐다. 또 3명의 구금자는 물고문에 직면했으며 상당수가 심리적인 문제를 일으킨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같은 가혹한 심문 기술은 중요한 결과를 얻는 데 실패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보고서는 CIA 전문, 이메일, 인터뷰 등을 인용해 테러 음모와 미국인 생명 구하기 등의 고문 정당성을 반박했다.
이번 보고서는 검열 삭제 부분과 관련해 행정부와 수개월 교섭 끝에 공개됐으며 미 정부는 시설물이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사전에 조처했다. 특히 전 세계 미국 대사관과 군사 시설은 특별 경계에 돌입했다. 앞서 스티브 워런 국방부 대변인은 "CIA의 보고서가 불안을 확산시킬 수 있다"며 "전투 지휘관들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AP/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