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유승민 남경필 원희룡 최고위원 3인이 7일 전격적으로 동반사퇴하면서 정국에 파장이 일고 있다.
이들 3인의 사퇴는 `홍준표 체제' 붕괴를 의미하는 동시에 당내 최대주주이자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의 당 전면복귀를 뜻한다.
특히 내년 4ㆍ11 총선을 4개월여 앞둔 시점에서의 여권 지도부 교체는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은 물론 총ㆍ대선 판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와 야당이 한나라당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책 마련에 분주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일단 홍준표 체제 이후의 당을 어떻게 꾸려갈 것인가를 놓고 난상토론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현재 당내에선 박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그 형식을 놓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릴 것이냐 아니면 곧바로 내년 총선 선거대책위원회를 발족시킬 것이냐, 아예 전당대회를 열어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할 것이냐를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계파간, 세력간 이해관계가 충돌하면서 어느 한 쪽으로 결론을 내기 힘들다는 데 있다.
특히 박 전 대표에 이어 정몽준 전 대표, 김문수 경기지사, 이재오 의원 등 잠룡들이 논의에 가세할 경우 상황이 더욱 복잡해 지는 것은 물론 당내 대선후보 경쟁이 조기에 불붙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소장파 의원은 "대선주자와 당내 책임 있는 인사들이 모두 전면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향후 당의 진로를 둘러싼 총의를 모으는 과정에서 여권 전체가 핵분열의 길로 내몰릴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내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14년 된 한나라당 간판이 내려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제기된다.
실제 당내에선 재창당론과 탈당론, 신당론이 무성한 상태다. 한나라당 간판으로는 도저히 승산이 없는 만큼 당을 해체한 후 재창당하거나 아예 한나라당을 떠나 새로운 둥지를 만드는 게 유리하다는 생각을 하는 의원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계파를 떠나 당내에는 `부자 정당'ㆍ`특권 정당'에 이어 `디도스 공격'의 오명까지 덧씌워진 상황에서 단순히 리모델링 수준의 변화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원희룡 최고위원을 포함해 수도권 출신이 주축이 된 의원 10명은 전날 모임을 갖고 "한나라당이 해산 등 모든 기득권을 포기한 재창당까지 해야 한다"는 데 입장을 발표한 데 이어 이날도 재창당 필요성을 제기했다.
재당창론자인 원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중진연석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회의 불참으로써 최고위원직 사퇴와 재창당의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탈당설과 신당설도 끊이지 않고 있다.
수도권 몇몇 쇄신파 의원들 사이에선 변화의 희망이 없으면 결국 탈당밖에 없다는 뜻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당내 한 중진의원 중심의 신당설도 제기돼 당이 술렁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정치일정과는 무관하게 연말 예산국회가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자칫 여권 지도부 공백사태가 길어지면서 예산안 및 계류법안 처리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정치적 선언과는 별개로 예산안 처리후 지도부가 실질적으로 사퇴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