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비선(袐線) 실세로 알려진 정윤회씨의 국정개입 의혹과 관련, 이 사건의 핵심 인물인 박모(48) 경정이 4일 검찰에 출석한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정수봉)는 이날 오전 9시30분 박 경정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박 경정은 정윤회씨의 국정 개입 의혹이 담긴 '靑비서실장 교체설 등 VIP측근(정윤회) 동향'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작성한 인물이다.
박 경정은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행정관으로 파견근무했던 지난 1월16일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의 지시로 문건을 작성했으며, 이 문건은 조 전 비서관을 거쳐 홍경식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구두 또는 서면으로 보고됐다.
문건에는 정씨가 청와대 핵심 비서관 3인방을 비롯한 청와대 내외부 인사 10명과 서울에서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청와대 내부 동향을 보고받는 등 국정에 개입한 의혹이 전언(傳言) 형식으로 담겨 있다.
특히 모임 참석자들에 대해 중국 후한 말 전횡을 일삼은 환관을 일컫는 '십상시(十常侍)'로 지칭하며, 정씨가 사설정보지('찌라시')를 통해 김기춘 비서실장의 교체설 등을 퍼뜨리라고 지시했다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검찰은 박 경정을 상대로 문건 작성 경위와 내용의 진위 여부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검찰은 이와 별도로 문건 내용의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청와대 비서관과 행정관들의 국정개입 의혹과 관련한 정황과 증거수집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정기적인 만남을 가진 것으로 추정되는 시점의 통화내역과 이메일·메시지 송수신 기록, 휴대전화 위치추적, 회합장소로 알려진 중식당의 폐쇄회로(CCTV) 및 탐문조사 등을 통해 기초자료를 수집·분석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달 28일 세계일보는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작성한 '靑비서실장 교체설 등 VIP측근(정윤회) 동향'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입수, 정씨의 국정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청와대는 문건의 진위 논란이 일자 "시중의 근거 없는 풍설을 모은 '찌라시'에 불과한 것"이라고 일축하고, 이재만 총무비서관·정호성 제1부속비서관·안봉근 제2부속비서관 등 청와대 관계자 8명이 세계일보 사장과 편집국장, 기자 등 6명을 출판물에의한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한편 정윤회씨의 국정개입 의혹이 담긴 문건 유출 과정 등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임관혁)는 이날 박 경정의 자택과 근무지인 서울 도봉경찰서 정보과장실, 박 경정이 자료를 보관했던 것으로 알려진 서울경찰청 정보분실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박 경정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문건 유출 여부 등을 추궁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