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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일보 박성민 기자]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9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낮아지면서 '디플레이션 공포'를 키우고 있다.

5일 통계청에 따르면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연중 최저치인 1.0%를 기록했다.

올해 1월 1.1%를 기록했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월과 6월 1.7% 수준까지 상승했지만 그 후 계속 하락 추세를 이어가며 0%대 진입을 코앞에 두고 있다.

최근의 물가 하락은 국제 원유가격 급락에서 비롯됐다. 11월 석유류 가격은 전월 대비 2.7%, 전년 동월 대비로는 7.7%나 하락했다.

유가가 하락하면 기업의 생산 원가가 낮아지고 가계의 소비 여력이 높아지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하지만 산유국의 구매 여력을 떨어지는 만큼 우리의 수출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

이광우 LG경제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러시아의 경우에는 연초부터 원유 가격 약세로 경제 상황이 크게 나빠졌고, 원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이란, 리비아, 베네수엘라 등도 위험하다"며 "산유국 경제가 안 좋아져 민간 소비가 위축되면 자동차와 가전제품 같은 내구재 위주로 수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주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 실패로 국제 유가는 급락하기 시작했다. OPEC이 지난달 27일 원유 생산량을 유지하기로 결정하자 서부텍사스유(WTI) 선물 가격은 10%이상 하락해 배럴당 66.15달러로 마감했다. WTI가 60달러대로 떨어진 것은 2010년 이후 처음이다. 북해산 브랜트유와 두바이유 가격도 모두 60달러대로 떨어졌다.

이달들어 국제 원유가격이 반등했지만 하방 압력이 더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광우 연구위원은 "당분간 유가가 반등하기는 힘들다는 것이 지배적인 의견"이라고 전했다.

유가 하락 뿐만 아니라 소비 심리 위축에 따른 수요 부진도 저물가의 원인이다.

11월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1.6%로 전월(1.8%)보다 0.2%포인트 떨여졌다. 근원물가지수는 일시적인 충격에 의한 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인 물가 추세를 파악하는 데 이용되는 지표다.

이재준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떨어졌더라도 근원물가상승률이 올랐으면 긍정적인 신호로 봐야 하지만 근원물가상승률이 내려갔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수요가 부진한 상태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2012년 11월부터 25개월째 1% 대를 기록하며 한국은행의 물가안정목표치(2.5~3.5%)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저물가가 오랜 기간 지속되면 경제 주체들의 '기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져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고 이 때문에 물가가 더 떨어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세수 부족으로 정부의 재정 건전성도 악화된다.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점차 커지면서 일각에서는 추가 금리 인하의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재준 연구위원은 "이런 악순환이 지속되다보면 1990년대 일본이 겪었던 것과 같은 경기침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금융, 재정, 구조조정 등 다양한 방안을 총동원해야 하고 그 첫번째 단계로 물가가 내려가는 것에 맞춰 금리를 인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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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물가상승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