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정부가 독자적으로 추진한 의사와 환자간 원격의료 시범사업이 반쪽짜리로 끝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의료계의 강경한 반대로 참여하는 의료기관이 적은데다 환자수도 정부 목표의 10분의 1 수준에 그치고 있다. 기본적으로 사업 기간이 짧고 대상 환자와 의료기관의 수가 적어 대표성이 부족해 평가의 객관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9월 말부터 일부 의원급 의료기관과 보건소 등에서 원격의료의 안전성·유효성을 검증하는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시범사업은 원격모니터링(관찰+상담)부터 우선 실시하고 지난달 도서벽지(보건소)·특수지 대상으로 원격진료(진단+처방)로 넓혔다.
참여 의료기관은 서울 송파, 강원 홍천, 충남 보령, 경북 영양, 전남 신안 등 9개 시군구의 11개 의료기관(의원 6개소, 보건소 5개소)과 특수지 시설 2곳 등 모두 13곳이다. 당초 정부는 약 1200명(실험군, 대조군 각 600명) 규모의 환자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사업 기간의 3분의 1이 지났는데도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환자는 140명에 불과한 상태다.
환자는 시범사업 참여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아오던 환자 중 본인 동의를 거쳐 모집한다. 때문에 정부는 부랴부랴 시범사업 참여 1차의료기관을 추가 모집한다고 공고했다. 이와 함께 시범사업 참여 의료기관에는 환자 등록비(1인당 1만원), 원격모니터링 프로그램 또는 PC를 지원하고, 참여 환자에게는 혈압계, 혈당계, 활동량 측정계 등의 개인장비와 시범사업기간 동안 대면진료시 본인부담금, 임상검사비가 지원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원격의료 시범사업 대상인 1차의료기관(동네의원)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대한의사협회의 반대가 거세기 때문이다. 의사단체의 결집력과 조직력이 크다는 것을 감안하면 협회의 뜻을 등지고 개인적으로 참여하는 의원은 극소수에 그칠 가능성이 농후하다. 더욱이 정부 독자적으로 강행하다 보니 사업 시행과 관련 엇박자도 발생하고 있다. 통상 의료 서비스에 대한 수가를 책정하고 시범사업을 실시하지만 원격의료는 사업이 시행된 지 두 달이 지나서야 원격의료 서비스에 대한 시범 수가를 책정했다. 설상가상으로 '원격의료 이용현황 조사 및 DB 구축 사업' 예산은 당초 9억9000만원에서 여야 합의 끝에 6억4000만원이 삭감된 3억5000만원으로 편성된 상태다.
정부도 시범사업이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것은 어느 정도 인정하는 분위기다. 복지부 관계자는 "내년 3월 시범사업이 종료되면 사업 진행 경과 및 평가 등을 통해 시범사업 보완 여부도 검토할 것이다"고 말했다.
앞서 의사협회는 성명을 내고 "원격의료와 허용 여부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이 달린 중대한 의료제도의 변화로서 의료 전문가이며 의료의 중심에 서 있는 의사들을 배제하고 추진되어서는 안 되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정부의 일방적인 시범사업은 국민건강은 물론 전국 11만 의사들의 전문성을 철저히 무시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고 분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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