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이동윤 기자] '나는 모든 것에 빚진 자로, 내게 있는 것은 모두 주님의 것으로, 나에게 잠시 맡겨진 바 된 것이니, 물질이든, 시간이든, 몸이든, 가용 자원은 있는 대로 찾아, 어떻게든 남에게 흘려보내는 것이 마땅하기 때문에...' - 차 씨의 일기 중 일부
(재)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이사장 박진탁)는 지난 19일 올해 세 번째 순수 신장기증인이 탄생했다고 26일 밝혔다. 서울아산병원에서 진행된 이번 신장기증 수술을 통해 생면부지 타인에게 신장을 기증한 이는 차지미 씨(32세)다.
"부모님 두 분 모두가 사후 장기기증 서약에 참여하셨어요. 그래서 장기기증에 대해 친근하게 느끼게 된 것 같아요. 저도 10년 전, 사후 장기기증 서약을 실천했어요."
사후 장기기증 서약에 참여할 당시, 생존 기간 신장기증에 대해서 알게 됐다는 차 씨는 언젠가 자신이 신장기증으로 생명을 살릴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차 씨는 현재 미국의 한 신학대학교에 다니고 있고, 내년 1월에는 선교를 위해 가나로 떠날 예정이다. 예수님의 사랑을 전하기 위해 선교지로 떠나기 전, 여러 가지를 준비하던 중 차 씨는 한국에서 따뜻한 사랑을 남기게 됐다.
"최근에 같이 일했던 지인이 젊은 나이에 갑작스런 죽음을 맞았어요. 그 모습을 지켜보고 사람이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죠. 그래서 저 또한 생명을 살릴 수 있다면 제일 건강한 지금 당장 실천에 옮겨야겠다고 결심을 한 거에요."
생명을 살리는 데 있어 시간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생각했다는 그는 생존시에 한 생명을 살리고자 지난 10월, 본부를 찾아 생존시 신장기증을 등록했다. 그리고 지난 19일, 그는 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수술대에 올랐고, 한 생명을 살리는 일을 실천했다.
"20년간의 긴 투병생활이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기다렸더니 이런 기적이 찾아오네요. 점점 지쳐가는 아들의 모습에 늘 마음이 아팠는데, 제 아들에게 생명을 불어넣어준 천사 덕분에 제 아들이 다시 살아났어요. 감사합니다."
한편, 차 씨를 통해 새 생명을 선물 받은 이식인은 제주도에 거주하는 30대 미혼 남성인 이세민 씨다. 이 씨는 지난 1995년부터 사구체경화증을 진단받고 신장기능이 점점 악화돼 급기야 만성신부전을 진단받고 혈액투석을 하게 됐다.
열다섯 살의 나이에 투병생활을 시작하게 된 아들의 모습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을 가진 이 씨의 가족들은 서둘러 자신들이 신장기증을 하기 위해 검사를 받기도 했지만, 건강상의 이유와 조직형 불일치 등의 이유로 신장기증을 하지 못하게 됐다.
그러던 중, 지난 2002년, 이 씨의 어머니 김영숙 씨(61세)는 본부의 신장이식결연사업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곧바로 본부를 찾아 아들 이세민 씨를 신장이식대기자로 등록했다고 한다.
"신장이식을 희망한다고 등록한 지 벌써 12년이 되었네요. 사실 우리 가족은 오랜 기다림으로 많이 지쳐서 앞으로 기증자가 나타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절망감에 사로잡혀있었어요. 그러던 중에 본부에서 전화가 온 거죠. 기증자가 나타났다는 그 소식을 듣고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이 기뻤어요."
아들에게 신장을 기증해 줄 기증인이 나타났다는 전화를 받은 그 날을 회상하며 눈시울을 붉히는 어머니 김 씨는 사실 오랜 기간 장기부전 환우들을 돕는 후원에 참여하고 있었다.
"2002년에 아들을 본부에 신장이식대기자로 등록하면서 사실 아들과 같이 아픈 환우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아주 적은 금액이지만, 마음으로나마 그들과 제 아들의 지친 마음을 위로하고 싶었어요."
이 씨는 사실 투병생활로 인해 경제적, 육체적인 이중고를 겪으면서도, 사회복지사라는 큰 꿈을 위해 학업을 마친 상태였다.
"투병생활로 제대로 직장생활을 할 수 없기에 아직 취업을 하지 못했죠. 이제 신장이식을 받았으니 아들이 꿈꿔왔던 사회복지사가 돼, 받은 사랑을 나누며 건강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20년 만에 신장이식을 받아 건강하게 회복을 하고 있는 이 씨는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분이 저를 위해 신장 하나를 내어주셔서 정말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그 분 덕분에 제 인생의 모든 것이 제 자리로 돌아올 것 같아요. 앞으로 더욱 건강하게 살아갈 것이고, 제게 신장을 기증해주신 기증인의 나눔의 뜻을 기억하며 더 의미있게 살아갈게요. 언젠가 꼭 한 번 만나고 싶습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