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중국을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APEC 행사를 계기로 일본 아베총리와 대화의 기회를 잇따라 갖게 되면서 한일 관계에 어떤 변화가 나타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1일 청와대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지난 10일 오후 중국 베이징올림픽 주경기장내 워터큐브(Water Cube·수영경기장)에서 열린 APEC 갈라만찬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만나 대화를 나눴다. 박 대통령은 이날도 정상회의 제1·2세션과 정상 업무오찬 등 본격적인 APEC 일정에서 아베 총리와 나란히 앉게돼 자연스런 접촉기회를 갖게되면서 다양한 대화기회를 갖게된다.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 등으로 냉각기를 맞고 있는 한일 관계가 이번 접촉과정을 통해 변화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는 것이다.
10일 이뤄진 두 정상 간의 대화는 갈라만찬에서 옆자리에 앉게 되면서 우연히 이뤄졌다. APEC 행사의 좌석은 각 국가의 알파벳 순서에 따르는데 'J(일본·JAPAN)'-'K(한국·KOREA)' 순으로 자리가 배치됐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박 대통령이 아베 총리와 한자리에서 대화를 나눈 것은 지난 3월 제3차 핵안보정상회의를 계기로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 이후 8개월 만이다. 이번 대화는 당초 APEC 정상회의에서 한·일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이 낮았던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어서 특히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 9월 방한한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일본 총리를 통해 "오는 가을에 개최될 국제회의를 계기로 만날 수 있기를 고대한다"며 정상회담 개최를 희망하는 친서를 전달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이 이번 순방 기간에 참석할 APEC, G20(주요 20개국) 등의 정상회의에서 한·일 정상회담이 열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지만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태도가 전혀 바뀌지 않았고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공물헌납까지 겹쳐 가능성은 낮게 평가돼 왔다. 두 정상의 대화 내용과 관련해 청와대는 "다양한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며 "국장급 협의가 잘 진전이 되도록 독려해 나가기로 했다"고만 전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날 행사가 70분 가량 진행된 점을 감안하면 두 정상은 꽤 장시간 대화를 나눴을 것으로 추측된다. '다양한 현안'이라고 언급한 만큼 북핵과 일본인 납치자 등을 비롯한 북한 문제, 중·일 정상회담 등 동북아 정세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을 것으로도 보인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한·일 간 국장급 협의의 경우 지난 4차례의 회의에서도 별다른 진전이 없었던 터라 두 정상간 이번 만남이 어떤 결과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특히 두 정상은 전날에 이어 이날 예정된 정상회의 제1·2세션과 정상 업무오찬 등 본격적인 APEC 일정에서도 국가명 알파벳 순서에 따라 나란히 앉을 것으로 예상돼 더 많은 대화의 기회를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회동에서 양 정상이 양국현안에 대해 보다 진전된 대화를 나눌 수 있을지 관심이다. 양정상의 잇단 접촉이 양국 관계를 한단계 발전시키는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