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윤근일 기자] 10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는 무상복지를 두고 야당이 정부.여당에 공세를 이어갔다. 특히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이 '증세'를 거론하면서 무상복지가 차츰 증세논의로 이어질 모양새다. 무상복지 논란은 국가재정 문제, 즉 세수와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어 야야가 이 사안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해서는 결국 증세문제를 다룰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
이날 열린 국회 예결위 경제분야 정책질의에서는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출석한 가운데 예산국회의 화두로 떠오른 '무상보육·무상급식' 재정 부담 주체 논쟁과 관련 여야간 공방이 벌어졌다.
여당은 지방교육청에서 법적의무사항인 누리과정 예산을 우선 편성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야당은 중앙정부가 누리과정 예산을 책임져야 한다고 맞섰다. 특히 영유아보육법 시행령을 놓고서도 여야간 해석이 엇갈렸다.
특히 야당 의원들은 "무상급식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 아니라고 홀대하느냐"며 정부 측 답변자로 나온 최 부총리를 거세게 몰아붙였다.
새정치민주연합 김현미 의원은 중앙정부에 대한 누리과정 재정 보전을 촉구하는 야당 의원들의 거듭된 질의에 최 부총리가 '중앙정부도 힘들긴 마찬가지'라고 호소하자 "그렇게 못 하겠으면 정권을 내놓던가, 왜 그렇게 무책임하냐"고 질타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누리과정 예산을 지방교육청이 부담하는 것이 문제없다'는 취지의 법제처 유권해석이 있다는 최 부총리 주장에 대해서도 "법제처 자료를 보면 유권해석을 내린 게 아니라 법을 만들기 전 관계기관들끼리 회의한 자료"라고 지적했다.
같은당 노영민 의원은 무상급식의 법적 근거에 대한 논쟁 과정에서 최 부총리가 '급식은 의무교육 관련 법에 준하는 무상 지원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적 해석을 굽히지 않자 "고집도 대단하다"고 비꼰 뒤 화제를 바꿨다.
이에 새누리당 이채익 의원은 "영유아보육법상 누리과정 예산을 지방재정교부금으로 (편성)하도록 명시돼 있는데 교육감이 임의적으로 미편성하는 것은 명백한 범법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같은당 김도읍 의원도 "무상보육은 여야 합의에 따른 법개정을 통해 진행되는 것인데, (교육청에서) 무상급식 (예산을) 메우면서 법률적으로 지방에서 책임져야 할 누리과정에 대해서는 안하겠다고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본적으로 법적의무사항인 누리과정을 먼저 편성하고, 재량 지출 항목인 무상급식은 그 다음에 우선순위를 둬야 하지 않느냐. 행정부로서는 법이 정한대로 집행할 따름"이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최 부총리는 재정난에 대해 "지금 중앙정부가 더 어렵다"고 토로하며 "결국 국가재정도 아껴쓰고, 지방재정도 아껴써야 한다. 안 그럼 무슨 수가 있겠느냐"고 맞받아쳤다.
한편, 여야 간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무상복지 논란이 증세 문제로 초점이 옮겨지는 듯한 모양새가 나오고 있다. 이날 문희상 새정치연합 비대위원장은 당 비대위원회의에서 "우리 사회복지 지출은 OECD 최하위권인데 조세분담률도 최하위다. 세금도 조금 내고 복지도 조금인 상황"이라며 "무상급식과 무상보육 모두 포기할 수 없다면 증세로 갈 수밖에 없다"면서 증세를 위한 사회적 대타협기구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후 기자들이 '공식적인 증세 제안으로 이해해도 되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 이제는 논의를 시작할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이번 제안의 배경에는 무상복지 논쟁이 장기화하는 것이 야당에 유리하지만은 않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또 당이 2010년 지방선거 등을 통한 무상복지 실현을 대표적인 '성과'로 내세우는 만큼, 무상복지의 후퇴를 막지 못하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하는 만큼 증세론을 꺼내들며서 프레임 전환을 시도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증세론을 촉발한 측이 납세자인 '국민'설득에 실패하면 오히려 반대여론에 지지율 하락이란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당은 당장 증세보다는 재정의 효율적 운용을 통해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이날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보수혁신위원회의 회의를 방문하기 직전 기자들과 만나 "워낙 예민한 문제이기 때문에 저 혼자 즉답을 하기 어렵다"며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