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이동윤 기자] 지난달 언론 보도로 알려진 대한불교조계종(조계종)이 국고로 종로에 금싸라기 땅을 사려는 것과 관련해 한국교회연합(한교연, 대표회장 한영훈 목사)는 지난달 31일 성명을 발표하고 "기사가 사실이라면 국민의 세금을 거둬 특정 종교를 지원하는 것이 명백하므로 반드시 재고(再考)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도에 따르면 조계종은 국가 예산으로 서울 종로구 조계사 인근에 수백억원대 땅을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 중으로 '정부가 국고를 지원해 민간에 토지를 매입해 준 전례가 없다는 것'이라 지적했다.
또 사업 예산은 총 1687억5000만원으로 이 중 국가 보조금은 1534억원에 조계종은 10% 정도인153억원만 부담키로 했다. 사업비의 90% 이상을 국가가 지원하며, 이미 기획재정부는 2015년도 예산안에 지원금 200억원을 배정해 국회에 제출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기념관이 완공되면 기념관 건물은 물론, 토지 역시 조계사에 귀속돼 국가가 세금으로 조계사의 땅을 사주는 셈이다.
이 같은 보도에 대해 불교계 다른 종파인 대한불교천태종(총무원장 변춘광)은 지난 3일 보도에 대해 반박하며 입장문을 발표했다.
천태종은 "10.27법난 기념관은 10.27법난의 역사적 실체와 관련된 국가적 차원의 과거사 진상규명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것이며, 2008년에 제정된 '10.27법난 피해자 명예회복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한 절차에 따라 진행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보도와 불교계의 움직임에 대해 한교연은 즉각 반발했다. 한교연은 논평에서 "불교계는 10·27법난기념관 건립 사업이 신군부에 의해 피해를 입은 사람과 불교계의 명예 회복을 위해 법령에 근거해 추진하는 공공적 성격의 사업이어서 특혜지원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국민 세금으로 특정종교의 기념관을 건립하고 그 재산권 일체를 해당 종교에 귀속시키는 것이 특혜가 아니면 무엇이 특혜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기념관 건립은 '분명한 특혜'라고 강조했다.
한교연은 "조계사가 위치한 지역은 서울 중심의 노른자위 땅으로 기념관을 건립하려면 천문학적 금액을 들여 그 인근의 사유지를 매입해야 한다"며 "그런데 그 땅을 사들여 불교 기념관을 짓는 비용의 90%가 국민의 세금이라면 어느 국민이 납득할 것인가"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 건물이 불교계가 주장하는 공공적 사업 성격이라면 최소한 국민의 혈세가 낭비되지 않는 선에서, 종교 이념 사상의 차등이 없이 국민이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하며, 그 재산권 역시 공공성에 맞아 떨어져야 한다"고 전했다.
한교연은 "과거 정권에 의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과 불교계의 명예를 회복하고 보상하는 것은 특별법 법령에 정한 기준에 따르면 된다. 그러나 1534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세금을 투입해 건물을 세우는 것은 국민 정서에 배치될 뿐 아니라 다종교사회에서 종교간의 형평성 논란을 부를 소지 또한 다분하다"면서 천문학적 세금 지원에 대해 반대의 뜻을 명확히 했다.
아울러 "불행했던 과거사를 잊지 않고 후대에 교훈으로 남기기 위한 노력을 폄하하고자 하는 것이 결코 아니"라며 "기독교를 비롯, 많은 종교의 성직자들과 교인들이 일제와 6.25한국전쟁 당시 나라와 민족을 위해 희생됐으며, 민주화 과정에서 과거 정권에 의해 고난과 핍박을 당한 것이 어찌 불교계에 국한한다고 할 수 있겠는가"라고 전했다.
한교연은 거듭 "국민들은 천문학적인 세금을 특정종교 기념관을 건립하는데 쓰라고 동의해 준 일이 없다"면서 "납세의 의무 뿐 아니라 국민이 낸 세금을 바르게 사용해야 할 책임이 있는 정부와 서울시가 이 문제를 방기한다면 행정에 대한 신뢰성이 무너지고 스스로 상식과 형평성을 허물어뜨린 결과에 대해 모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정부와 서울시도 이 사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