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항아리 기증식 후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한신대

[기독일보 이동윤 기자] 4일 오후 한신대 신학대학원 장공기념관 1층 로비에서 특별한 '달항아리' 기증식이 진행됐다.

이날 기증된 달항아리는 '백자 달항아리'와 '분청 달항아리'로 두 항아리 모두 어른이 두 손으로 안으면 품 안을 가득 채울 크기다.

달항아리를 기증한 주인공은 2008년 경기도 광주시로부터 광주왕실도자기 초대 명장으로 선정된 도예가 박부원(옥토교회) 장로다. 그는 달항아리 제작의 국내 최고 명인으로 꼽힌다. 달항아리는 보통 높이가 40cm 이상 되는 대형 백자 도자기로 둥글고 유백색(乳白色)의 형태가 둥근 달을 연상하게 되어 달항아리라고 하는데, 한번에 성형하기(굽기) 어려워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몇 없다.

박부원 장로의 달항아리는 미국 스미소니언 미술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시 민속박물관, 영국 빅토리아앤드앨버트 박물관 등에도 전시돼 있다. 미술품 경매시장에서 박 장로의 항아리는 5000만∼1억원의 가치를 지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명한 달항아리가 한신대에 오게 된 사연은, 먼저 한신대 신학대학원 출신의 목사가 건넨 적금통장에서 시작됐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이 목사는 지난 9월 초 연규홍 신학대학원장을 찾았다. 그 자리에서 "1,000만원짜리 적금이 곧 만기가 되는데 신학대학원이 좋은 일에 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규홍 신학대학원장은 1,000만원을 역사적으로 의미있는 곳에 쓰기로 했다. 그 때 20년 전 옥토교회의 전신인 광주제일교회에 설교하러 갔다가 인연을 맺은 박부원 장로가 떠올랐다.

연규홍 신학대학원장은 "한신대는 한국적 신학을 표방하고 있는데 정작 한국적 상징물이 하나도 없었다"며 "예비 목회자들이 역사적 인식을 갖췄으면 하는 바람에 박 장로를 찾았다"고 말했다.

박부원 장로는 연규홍 신학대학원장의 갑작스런 부탁을 흔쾌히 수락했다. 달항아리의 가치에 비해 1,000만원은 소액일 수 있지만, 그는 오히려 "달항아리는 한 점만 있으면 외로워서 안 된다"며 백자 달항아리와 짝을 이룰 분청 달항아리까지 내놓았다.

박부원 장로는 이날 기증식에서 "학생들이 하나님께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주신 예술적 영성을 달항아리에서 느꼈으면 좋겠다"며 "항아리는 비우는 것과 채우는 것이 중요한데 신학생들이 세속적인 바람을 비우고 하나님의 영성을 가득 채웠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한신대 #달항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