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축산 관련 단체들이 영연방 FTA 발효에 따른 실질적 피해 보상 대책을 요구하며 장기 농성에 들어갈 조짐이다. 축산업 생존을 위한 근복대책을 내놓지 않을 경우 "묵과하지 않겠다"며 농성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정부가 지난 9월 한-호주, 한-캐나다 FTA 비준동의서를 국회에 제출하자 축산단체들은 지난 10월 23일 '전국 축산농가 총궐기대회'를 통해 '비준 거부'를 요구했다. 이들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국회 김우남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과 김동철 산업통상자원위원장과 면담을 가진 데 이어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만났지만 뚜렷한 답변을 얻지 못하자 여·야·정·단(축산단체)의 4자 협의체 구성을 요구하기도 했다. 축산단체들은 "정부가 FTA 타결을 위해 축산농민들에게 제시한 대책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데다 축산농민들의 의견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9월 '영연방 3국 FTA 추진에 따른 경쟁력 강화대책'을 통해 "2015년부터 호주·캐나다 FTA가 발효되는 것을 전제로 2029년까지 축산분야에 1조7573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축사시설현대화 등 기존 사업의 내실화계획과 한우산업발전방안 등도 제시했다.
축산단체들은 "FTA 발효후 15년간 축산업 피해가 1조7500억원에 불과하다고 추정하는 것 자체가 주먹구구"라고 비판한다. 한우협회는 "한-호주 FTA에 따른 한우 농가의 피해만 연간 1091억원에 달하고, 무관세로 수입할 경우에는 매년 4365억원의 피해가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내년 축산업 육성 예산이 올해보다 삭감된 것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정부는 내년도 축산업 육성예산을 올해 1조5325억원에서 1조5042억원으로 1.8% 깎기로 했다.
농식품부는 "축산업 육성 재원이 감액된 것으로 보이지만 농가사료직거래활성화사업이 5000억원에서 3500억원으로 1500억원 줄어든데 따른 것이며, 이를 제외할 경우 실제 예산은 1조325억원에서 1조1542억원으로 증액된 것"이라 해명했다. 하지만 축산농가들은 이런 설명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와 함께 축산단체들은 정책자금 금리 인하 등 실질적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우선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시중금리가 떨어진 만큼 축산정책 자금금리를 1%대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축산정책자금의 금리는 현재 3.0%대다. 또한 융자기간을 유럽 등 축산선진국과 같이 15년 이상으로 연장해달라고 요구했다.
FTA 피해보전직불제의 현실화도 촉구했다. 지금의 피해보전직불금 제도는 국제 곡물가격 상승과 국내 물가인상 등으로 발동 가능성이 희박하고 보전액도 비현실적이라는 것이다. 피해보전 직불금 발동기준은 3개년 평균가격 90%에서 95%, 보전비율은 가격차에 따라 90%에서 95%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축산업이 FTA 최대 피해산업"이라며 "FTA 통상이익으로 발생한 세수의 일정비율을 축산부문으로 지원하는 '무역이득 공유제'를 법제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가공원료유 지원사업과 병행해 추진하고 있는 국산우유 사용 확대를 위한 지원대책 수립 및 소비 확대 ▲영농 상속공제 한도 및 공제 범위 확대 ▲무허가 축사 양성화 ▲도축장 등에 대한 전기료 농사용 적용 ▲축산물소비촉진 및 수출확대 예산 지원 등도 주요 요구 사항이다.
이강현 FTA 국회비준반대 비상대책위원회 사무총장은 "피해 축산농가들이 실질적 대책을 위해 여·야·정·단 협의체 구성을 요구한 상태"라며 "실마리를 풀기 위한 방안이 나올 때까지 농성은 무기한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축산단체들의 요구 사항에 대해 내부 논의를 진행중"이라며 "농식품부만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부처와도 연관이 있다"고 설명했다. 예산 등의 문제가 걸려 있는 만큼 시간이 다소 소요될 것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