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손현정 기자] 복음주의 기관과 단체에서 여성이 고위 지도자직에 진출한 비율이 일반적인 기관과 단체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낮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크리스천헤드라인뉴스는 고든대학교와 휘튼대학교가 진행한 최신 연구 결과를 인용, "많은 수의 복음주의 단체들이 여성들에게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일반적인 시장에 비해서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내 여성 리더십에 관한 연구(National Study on Women in Leadership)'란 제목으로 실시된 연구는 1,400개 이상의 복음주의 기관과 단체를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여성이 이사직을 차지하는 비율은 21%, CEO직을 담당하고 있는 비율은 1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일반적인 비영리 기관과 단체에서는 이보다 훨씬 높은 이사직의 43%와 CEO직의 40%를 여성이 맡고 있었다.
휘튼대 에이미 레이놀즈 연구원은 "복음주의 고등교육 기관의 대표를 맡고 있는 여성 비율은 26%이고, 이 가운데서도 상위권에 속하는 교육 기관들에서는 그 비율이 5%로 더 낮게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IVF, 크루(구 CCC), 기독운동선수협회(FCA) 등과 같은 유명 복음주의 선교단체들에서도 여성 최고 지도자는 보기 드물다고 지적했다.
고든대 제이널 커리 연구원은 "복음주의 세계에서는 여성들의 지도자로서의 재능이 간과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리더십 구성원 가운데 성적 다양성이 확보되어야 맡겨진 사역과 업무를 더 효율적으로 해낼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현실적으로 복음주의 세계에서 여성이 고위 지도자에 진출하는 비율은 낮게 나타나고 있으나 무려 94%에 달하는 대다수의 복음주의 교인들은 "남성과 여성 모두가 사회를 이끌어갈 평등한 기회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워싱턴대학교 종교와정치연구소 마리 그리피스 박사는 "복음주의 세계에서의 남녀 지도자의 숫자 차이는 일터에서 일어나는 '유리 천장' 효과를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복음주의자들 가운데서도 남성과 여성의 교육 수준이나 기술적 배경이 동등하더라도 남성이 지도자 자리에 더 적합하다는 입장이 견지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복음주의 세계에서 보기 드문 여성 고위 지도자인 로마니타 헤어스턴(Romanita Hairston) 월드비전 부회장은 "내가 이 시대에 역사에 남을 만하다고 말할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권위나 신학적 관점을 형성하는 지위에 있는 얼마 되지 않는 여성 중 하나라고 말할 수는 있다"고 밝혔다. 헤어스턴 부회장은 시애틀센트럴커뮤니티칼리지(Seattle Central Community College)에서 성평등을 가르치고 있기도 하다.
현재 월드비전은 '비저블 앤 인 프론트(visible and in front)' 정책을 통해 여성들이 지도자 자리의 후보에 오를 수 있도록 돕는 멘토링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프로그램을 갖고 있는 복음주의 기관이나 단체의 수는 그렇게 많지 않다고 이번 연구의 담당자들은 지적했다.
여성으로서 유일하게 전미복음주의협회(NAE) 이사회의 일원인 조 앤 리온(Jo Anne Lyon)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와 관련해 "내 목표는 사람들이 성별이 아닌 능력으로 평가 받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도록 만드는 것이다"며, "앞으로 복음주의자들의 일터 역시 이러한 방향으로 바뀌어 갈 것이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