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 교섭단체 대표연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해외에 계신 700만 재외동포 여러분, 국회의장과 선배동료 의원 여러분, 그리고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 여러분,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 문희상입니다.
대한민국 헌법 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되어 있습니다. 국민의 권리와 국가의 의무를 명백하게 규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선 꿈과 희망이 있어야 합니다. 동서고금의 세계사를 보면, 꿈과 희망은 언제나 인류문명의 획기적 발전을 가져오게 하였고, 바로 꿈과 희망이 있기 때문에 어떠한 시련과 절망 속에서도 힘차게 일어날 수가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대한민국의 저력은 세계인을 세 번이나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가장 빠른 시간 안에 산업화를 이뤄냈습니다. 가장 빠른 시간 안에 민주화를 이뤄냈습니다. 가장 빠른 시간 안에 정보화도 이뤄냈습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원조 받는 나라에서 원조 주는 나라로 우뚝 섰습니다. 대단한 국민입니다. 하면 된다는 국민적 합의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함께 했을 때 가능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요즈음 국민의 삶은 날이 갈수록 점점 팍팍해지고 있습니다. 민주주의가 점점 후퇴한다는 말이 파다합니다. 우리 모두 꿈과 희망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절망하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지난 대통령 선거 때만 해도 우리에게는 아직 꿈과 희망이 살아 숨쉬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때 여야 대선후보들은 서로 경제민주화, 복지, 한반도 평화를 앞 다투어 국민 여러분께 약속하지 않았습니까? 이러한 국민적 합의, 여야를 초월한 합의는 현대 정치사상 처음 있는 일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21세기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시대정신은 바로 경제민주화, 복지 그리고 한반도 평화인 것입니다.
국민은 21세기 대한민국의 시대정신을 박근혜 대선 후보가 더 잘 현실화시킬 수 있다고 신뢰를 보냈고 대통령으로 선택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2년차에 접어든 박근혜정권의 현 주소는 어떻습니까? 이 모든 약속들은 허언이 됐고, 국민은 꿈과 희망을 잃고 좌절하고 있음을 저는 가슴을 치는 심정으로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제 대통령의 시정연설과 앞서 여당대표의 연설을 보면 첫째도 경제, 둘째도 경제, 경제활성화에 역점을 두셨습니다. 경제가 급박하다는 인식에 완전히 공감하며, 그 해결에 전력투구하시겠다는 각오와 의지에서 진정성을 느끼고 전폭적인 신뢰를 보냅니다.
다만 그 해법의 일환으로 제시한 박근혜정권의 '초이 노믹스'는 '완전 실패했다'는 것이 대다수 국민들의 싸늘한 평가라는 것도 확실하게 말씀드립니다. 취임 초 2100선을 바라보던 주가지수는 1900대로 곤두박질쳤습니다. 부동산 시장도 거래는 줄고, 전셋값만 올라가고 있습니다. 재벌특혜정책에도 불구하고 지난 달 설비투자는 12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경기활성화는커녕 반짝 경기부양에 그친 것입니다. 대출규제 완화, 금리인하 등을 통해 인위적인 경기부양을 하겠다는 초이 노믹스는 세계적인 흐름과도 역행하는 낡은 정책입니다.
지금 세계는 '부채 축소, 소득주도 성장'에 나서고 있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심지어 '부자들의 모임'이라고 불리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도 '소득주도 성장'정책으로 전환할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대한민국만 '나홀로 부채 확장, 부채주도 성장'을 외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최경환 경제팀에 국민들이 기대했던 것은 출범 초기 "소득 주도 성장"을 언급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소득 주도 성장이라는 말은 슬그머니 자취를 감춰버렸습니다. 대신 투자활성화가 그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국가부채만 1000조원대입니다. 한해 GDP 규모에 육박합니다. 가계부채 상황도 심상치 않습니다. 이미 1100조원 선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박근혜정부 들어 빠르게, 최대폭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물가는 연일 고공행진인데 실질임금 상승률 0%, 이런 상황에서 국민에게 빚내서 생활비 쓰고, 빚내서 아이들 학교 보내고, 빚내서 집사라고 하는 것은 이미 빚더미에 앉아있는 서민들을 더욱 나락으로 떠미는 꼴입니다. 국가도 빚더미, 가계도 빚더미 국민들은 벌써부터 제2의 IMF 사태가 오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집권여당 내에서도 "막대한 빚을 내 인위적 경기부양에 나서는 것은 무책임하고 위험한 발상"이라며 반대하고 나섰겠습니까?
경제활성화, 꼭 해야 합니다. 그러나 먹고사는 것이 고단한 서민들이 웃어야 '진짜 경제 활성화'입니다. 국민 생활을 편안하게 하는 것보다 더 급하고 더 중요한 경제활성화는 없습니다. 박근혜정부의 경제기조, 대전환이 필요합니다. 하루라도 빨리 기조를 전환해서 국민이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통령이 초심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법인세 인하는 투자를 유발할 것이라는 새누리당 정권의 경제정책 논리는 거짓이었음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지난해 10대 재벌그룹 사내유보금은 3년 전에 비해 44%가 늘어난 477조원이라고 합니다. 기업들이 천문학적 규모의 사내유보금으로 10조원대 부동산 투기에 열을 올리는 사례를 우리 모두 최근에 목격했습니다. 부자감세를 철회하고 경제정책 기조를 수정해야 하는 또 하나의 웅변적 사례입니다.
낙수효과는 더 이상 없습니다. 고용 없는 성장,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몰락, 노동시장의 양극화, 중산층 붕괴는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입니다. 우리 경제, 골든타임 얼마 남지 않았다는 대통령의 말씀에 동의합니다. 우리 '경제의 정상화'를 위한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지금이 적기입니다.
반칙과 편법, 차별의 관행을 없애고,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 확립을 통해 성장의 혜택이 국민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가게 해야 합니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할 때, 지속가능한 경영도, 지속가능한 사회도 가능합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강화되어야 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복지는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국가의 기본책무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시절, 생애맞춤형 복지공약을 약속했습니다. 국민은 박근혜 당시 대선후보의 약속을 믿고, 대한민국 제19대 대통령으로 선택했습니다.
그러나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생애맞춤형 복지공약은 줄줄이 후퇴되거나 파기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복지 수준과 복지지출은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입니다. 그럼에도 정부여당은 재원 문제를 이유로 복지문제에 소극적이었습니다.
복지는 국민이 선택한 시대정신이고 대세입니다.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 합리적으로 대응하고, 양극화와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한 백신이자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투자입니다. 물론 막대한 재원이 들어가는 것도 사실입니다. 정부는 지난 8월, 제1차 사회보장기본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복지·교육·주택·경제 등의 분야, 211개 정책에 모두 316조원이 들어간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재원 조달방안으로 지하경제 양성화 등 흘러간 옛 노래를 이번에도 반복했습니다.
우선 재정낭비부터 바로 잡아야 합니다. 4대강 사업은 수십조의 공사비, 매년 1조원 이상의 유지관리비가 들어가야 할 온갖 부실의 총본산임이 드러났습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밝혀진 바에 의하면 자원외교는 수십 건의 MOU 중 성사된 것은 단 한건이라고 합니다. 그 결과 수십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나랏돈이 증발해 버렸습니다. 그 기간 동안 석유공사, 가스공사, 광물자원공사 등 자원외교 관련 각 공기업 부채만도 총 56조원에 달했습니다. 북한 소총에 뚫리는 방탄복, 물에 빠지는 상륙 장갑차, 목표물로 날아가지 못하는 어뢰, 고물컴퓨터를 장착한 최첨단 구축함, 2억원짜리 군장비를 41억원으로 뻥튀기하는 등 상상을 초월하는 방산비리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4대강 부실비리, MB정부 해외자원개발 국부유출 그리고 방위사업 부실비리 등의 척결을 위하여 3대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여 국민혈세 낭비실태를 낱낱이 규명할 것입니다. 더 나아가 국회차원의 국정조사와 청문회를 통해서 현 정부는 물론 다음 정부에서 다시는 이러한 어처구니없는 일이 없도록 관련자에 대한 역사적 책임을 반드시 묻겠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약속한 "증세 없는 복지"는 지금 "복지 없는 증세"로 바뀌었습니다. 그것도 담뱃세, 자동차세 등 온통 서민증세뿐입니다. 지난 정부에선 부자감세로 부자들에게만 혜택을 주더니, 이제 서민증세로 서민들에게만 부담을 지우니, 더 이상 물러설 곳도 없는 서민은 어디로 가야 합니까? 서민증세 하기 전에 부자감세부터 철회해야 합니다.
다만 지금 시점에 중요한 것은 이제 우리사회가 사회보장 재원 마련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때가 됐다는 것입니다. 저출산 저성장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복지에 대한 요구는 갈수록 커지는데, 국가재정은 갈수록 빚만 늘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서민증세냐 부자감세냐, 중앙정부 책임이냐 지방정부 책임이냐로 다툴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복지 공약을 파기하거나, 서민들에게만 세금을 전가하는 것은 정답이 아닙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과정에서 조세문제 논의를 위한 사회적 논의기구를 약속한 바 있습니다. 이에 국회 차원의 지속가능한 복지재원 논의를 위한 '국민대타협위원회 구성'을 제안합니다.
여야, 직장인, 자영업자 등 각 계층을 대표하는 단체와 전문가들이 폭넓게 참여하는 국민대타협위원회를 구성해서 사회보장 재원 마련방안에 대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과정을 시작합시다.
공무원연금 개혁도 마찬가지입니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숙명과도 같은 것입니다. 문제는 연금수입은 내려가는데 고령화로 지출이 늘어나는 것입니다.
이 문제는 국회에서 논의가 필요한 사안입니다. 국민 여론을 등에 업고 대통령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국회에서 군사작전 하듯 밀어붙여서 해결될 일이 아닙니다. 공무원연급 개혁은 반드시 관련 당사자와 미래를 내다보는 대타협이 필요한 사안임을 밝혀둡니다.
아이들이 꿈을 꿀 때 그것을 돕지 못하는 나라가 가장 가난한 나라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꿈과 끼를 키우는 행복교육을 공약했지만, 우리 아이들의 생명도 지키지 못했습니다.
여전히 10대 사망원인 1위는 자살입니다. 아이들은 과도한 경쟁교육에 불행하고 학부모들은 감당할 수 없는 사교육비로 불행합니다. 이럼에도 교육개혁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실종되었고, 국민과 약속한 교육복지는 후퇴되었습니다. 오로지 역사왜곡 교과서 살리기에만 전념하고 있습니다.
모든 아이는 모두의 아이입니다. 아이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교육환경은 개선되어야 합니다. 정부, 시도교육감들이 함께 하는 '학교시설안심위원회'를 구성해서 학교 시설 전반에 대한 안전 점검과 재원 대책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정부는 잘못된 재정계획 때문에 내년 약 4조원에 달하는 누리과정 재정 부담을 시도교육감들에게 떠넘기고 있습니다. 아이들과 학부모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습니다. 누리과정 보육료, 정부가 책임지고 조속히 해결해야 합니다.
대한민국 46%가 '남의 집살이'를 하고 있습니다. 그 46%도 빚내서 살고 있는 국민이 태반입니다. 전셋값은 감당할 재간도 없이 치솟고 있습니다. 수도권 주택 평균 전셋값이 역대 최고치입니다. 월급으로 저축해서 집을 사는 것은 쇠막대에 꽃이 피기를 바라는 것만큼 힘든 일이 되었습니다.
전월세 상한제 도입, 공공임대주택의 대폭강화 등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어르신을 홀대하는 집안치고 잘 되는 집안 못 봤습니다. 어르신들의 노력으로 우리나라가 이만큼 살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국가가 어르신들께 효도할 차례입니다.
OECD 국가 중 노령화 속도 1위, 노인빈곤율, 노인자살율은 1위이지만, 노인 복지수준은 세계 96개국 가운데 50위에 불과합니다. 노인 정책 전담부처를 신설하고, 노인 건강, 일자리, 복지 등 종합적인 정책을 마련해서 효도하는 정당이 되겠습니다.
정부의 시간제 일자리 40% 가량이 월 100만원도 못 받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고용률 70% 달성에 눈이 멀어 저임금 나쁜 일자리만 양산하고 있습니다.
청년들의 경제참여가 10년 새 최악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20대 청년, 태반이 백수입니다. 대학졸업 후 취업까지 평균 1년이 걸립니다. 취업해도 등록금 등 평균 1500만원의 빚에 시달립니다.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입니다. 나쁜 일자리 양산하는 정부의 고용정책은 실 근로시간 단축, 사회적 일자리 등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정책으로 전환되어야 합니다.
OECD 국가 중 비정규직에서 벗어나기 가장 힘든 국가가 대한민국입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비정규직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해나갈 것입니다.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똑같이 일하면 똑같은 임금을 받아야 합니다. 오른쪽 바퀴를 다는 사람과 왼쪽 바퀴를 다는 사람이 정규직 비정규직이란 이유로 차별을 받는 사회는 정의롭지 못합니다.
아파트 경비노동자처럼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감시단속적 노동자들의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겠습니다. 최저임금을 생활임금 수준까지 단계적으로 올려야 합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정부가 캐나다를 포함한 여러 나라들과 FTA를 체결하는데 대해 원칙적으로 반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다른 나라와 FTA를 체결할 때마다 우리 축산 농가의 피해가 가장 큽니다.
정부가 그동안 마련한 피해보상 대책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추가 보완대책은 무엇인지에 대해 철저하게 따지겠습니다.
전시작전통제권을 차질 없이 환수하겠다던 박 대통령의 공약 또한 허언으로 끝났습니다. 2015년 말로 돼있던, 전작권 환수를 이번에는 시점도 못 박지 않고 무기 연기했습니다.
전쟁 상황에서 우리 군대 지휘권을 다른 나라에 맡기는 것을 바로잡는 것이야말로 '비정상의 정상화' 아닌가 생각합니다. 20년 넘게 준비돼왔고, 국회비준까지 마친 용산기지이전계획(YRP)을 크게 수정하고 10년 가까이 논의되어온 전작권 환수 시점을 또 늦춰 우리는 또 얼마나 큰 대가를 치러야 할지 국민이 걱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용산기지이전계획과 연합토지관리계획은 국회 비준동의를 마친 한미 간 협정인 만큼 이에 대한 변경은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할 것이란 점을 지적해둡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박근혜 정부 들어서 대한민국의 외교안보전략이 표류하고 있습니다. 새누리당 집권 7년째, 외교는 길을 잃었고 안보는 불안하며 통일은 멀어졌습니다. 대통령은 외교에 주력하며 동분서주한다는데 실제 결과는 걱정스럽습니다.
미국은 우리 외교당국을 신뢰하지 않습니다. 중국은 우리 정부를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본은 한국 정부의 의도적 대립외교를 무시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한반도 문제에 무관심으로 일관합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좌표를 잃고 헤매는 동안 일본의 군사대국화는 이미 현실이 되었습니다. 북한 핵문제는 그 어떤 국제적 논의조차 중단된 지 오래입니다. 도대체 어떤 외교를 위해 동분서주한 것인지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국민의 안보불안은 더욱 커졌습니다. 병영 내에서는 사건 사고가 연일 터지고, 일부 지휘관들의 기강 해이는 도를 넘었습니다. '사드가 우리의 안보에 도움이 될 것이다'라는 정부 당국자의 인식은 기가 막힙니다.
남북관계는 7년 째 거꾸로만 가고 있습니다. 구호는 거창하고, 구상은 화려하지만, 정부의 행동은 그와 정반대입니다. 국민은 묻고 있습니다. 대체 박근혜 정부의 외교안보통일전략은 무엇입니까? 외교안보전략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합니다. 해답은 이미 있습니다. 시작은 남북관계 정상화입니다.
그러나 일부 보수단체가 대북전단을 살포하여 접경지역 주민들이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있습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정부가 단체의 자율적 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다며 무사태평, 수수방관 중입니다. 무책임한 처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더구나 모처럼 만에 예고된 남북 고위급 회담 성사와 정부의 큰 구상이 어그러지지 않도록 잘 관리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도 후보시절 7.4남북공동성명에서부터 남북기본합의서, 6.15공동선언, 10.4남북정상선언에 이르는 남북합의정신을 존중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동안 한반도신뢰프로세스, 동북아평화협력 구상,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드레스덴 구상, 그리고 통일대박에 이르기까지 그 모든 구상들이 공허한 구호로 그치고 있는 이유는 그 구상 속에 북한이 빠져있기 때문입니다.
북과 대화해야 합니다. 다시 교류하고 협력해야 합니다. 5.24조치를 철회하여 남북관계를 정상 궤도에 올려야 합니다. 이산가족의 상봉 무대인 금강산 관광길도 다시 열어야 합니다. 늦어도 내년에는 남북 정상이 만나야 합니다. 그 힘으로 우리가 동북아 평화와 공존의 시대를 주도해야 합니다.
지금은 구체적인 행동을 보여줄 때입니다. 더 머뭇거리다가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결코 안 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습니다. 개구리가 연못물 온도가 높아져 죽어도 서서히 조금씩 온도를 올리면 왜 죽는지도 알지 못하고 죽는다고 합니다. 사생활의 비밀을 보호받을 권리와 양심의 자유는 대한민국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중의 기본권입니다. 이것이 침해받기 시작하면 민주주의 위기가 시작되는 것입니다.
'사이버 망명지'인 텔레그램의 국내 가입자 수가 무려 300만 명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대통령에 대한 모독이 도를 넘고 있다'는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검찰이 신속하게 '사이버 명예훼손 전담수사팀'을 설치하고 국민에게 으름장을 놓은 결과입니다.
경찰이 전국 CCTV 5929대를 통합, 연계하여 감시체계를 구축했다고 합니다. 경찰이 원하면 언제든지 사생활을 다 들여다 볼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실제로 지난 해 철도노조파업 때 노조간부 친척들 차량 이동정보까지 추적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온라인을 넘어 도로 위 사찰시스템까지 만든 것입니다.공권력이 국민의 사생활을 검열하고, 인권을 침해하는 일은 유신 때나 있었던 일입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지금의 정치는 현안마다 국론이 두 갈래로 분열되어 있습니다.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는 안보와 민생에 대해서조차 대화와 타협보다는 대립과 대결로 악순환만 지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좌우, 진보·보수, 여야 모두 이분법 진영논리에 빠져 상대방을 향해 삿대질을 해대는 형국입니다.
지금의 정치는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우승열패와 적자생존의 원칙이 작용할 수밖에 없는 정글의 체제입니다. 함께 더불어 살자는 상생의 정치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죽기 살기식 공멸의 정치가 난무하고 있습니다. 상대를 경쟁대상(rival)로 보는 것이 아니라 타도의 대상인 적(enemy)으로 보는 미성숙한 정치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1987년 우리는 독재에 맞서 대통령 직선제를 이뤄냈습니다. 87년 체제는 대통령 직선제만이 민주화의 첩경이라고 생각해서 만들어진 체제입니다. 그것이 당시 시대정신에 맞았던 것입니다. 그동안 국민의 정치의식과 사회는 성숙해 있고 30년 전 옷을 그냥 입기에는 너무 커져있습니다.
이제 제왕적 대통령 중심제라는 헌 옷을 과감히 벗어 내리고 분권적 대통령제라는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을 때가 되었다고 저는 판단합니다. 올해 내에 개헌특위를 가동시켜 내년에는 본격적인 개헌논의를 통해 20대 총선 내에 개헌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모든 것에는 때가 있기 때문입니다.
개헌에도 골든타임이 있습니다. 바로 지금이 28년 만에 합의된 최적의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낡은 정치는 지속될 것입니다.
존경하는 선배동료 의원 여러분, 논어 안연 편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제경공이 정치에 대해서 묻자 공자님이 대답하셨습니다.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다우며,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자식은 자식다우면 된다는 것입니다. 잘된 정치는 각자 맡은 바 역할에 충실한 것이라고 해석합니다.
저는 오늘의 현실 정치에도 딱 들어맞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청청여여야야언언(靑靑與與野野言言). 청와대는 청와대다워야 하고, 여당은 여당다워야 하고, 야당은 야당다워야 하고 언론은 언론다워야 한다는 생각인 것입니다.
야야(野野) 야당은 야당다워야 합니다. 야당의 제1책무는 비판과 견제에 있습니다. 이를 소홀히 하면 정부여당의 2중대로 의심받게 되고, 결국 존재감을 잃게 되어 국민의 신뢰가 무너지게 됩니다. 비판과 견제를 받지 않는 권력은 무소불위가 됩니다. 그러면 그 권력은 반드시 붕괴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것이 동서고금 역사의 변함없는 진리입니다. 강력한 야당의 존재는 대통령과 여당에게도 꼭 필요한 것입니다.
그러나 반대를 위한 반대는 더 이상 해선 안 됩니다. 발목잡기, 트집 잡기, 딴죽걸기는 이제 그만두고, 잘 한 것은 과감히 칭찬하고, 적극 밀어줘야 합니다. 잘못한 것은 철저히 감시하고 비판하여야 합니다. 그러한 야당이 야당다운 야당입니다. 야당이 야당답기 위해 응당 해야 하는 뼈를 깎는 자기혁신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입니다. 정치혁신의 본질은 실천입니다. 바로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하나 실천해 나갈 것입니다.
여여(與與) 여당은 여당다워야 합니다. 국회는 삼권분립의 한 축으로 행정부를 견제해야 할 의무가 있고, 여당은 국회의 첫 번째 구성요소입니다. 따라서 국회의 일원으로 당당하게 청와대를 비판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입니다. 그래야 국회가 통법부로 전락하지 않고 청와대의 시녀나 거수기가 되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여당은 국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심의와 결정에 관해 떳떳하고 당당하게 책임져야 합니다. 가난한 집안의 맏아들처럼, 모든 국정운영의 책임을 마다하지 않고 뚜벅뚜벅 실천해 나가는 모습, 바로 그것이 국민이 한결같이 바라는 의젓하고 듬직한 여당의 모습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여당은 야당 탓하는데 열중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야당이 잘못하는 것을 기다리고 있다가 반사이익만 챙기려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야당이 실수하면 벌떼같이 달려들어 돌팔매질 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이 날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청와대는 청와대다워야 합니다. 청와대는 모든 가치의 총화이자 국정의 최종 결정권자이고 최고책임자입니다. 최고책임자는 결코 누구에게도 책임을 떠넘길 수 있는 자리가 아닙니다. 결코 남탓을 해서는 안되는 외롭고 외로운 지존의 자리입니다. 지금 국민은 처음에 약속한대로 48.5% 반대했던 세력까지 껴안고 보듬는 100% 청와대, 어머니와 같은 대통령을 원하고 있습니다.
허준의 동의보감에 통즉불통(通卽不通), 불통즉통(不通卽痛)이란 구절이 있습니다. 통하면 아프지 않고 통하지 않으면 병이 난다는 말입니다. 국가는 유기체와 같습니다. 기와 혈이 통하고, 위아래 소통되어야 건강해 지는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 대한민국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국민통합임을 알아야 합니다. 국민의 잠재적 에너지를 총동원하여 이를 하나로 만들 수 있는 통합능력이 바로 민주적 리더십의 기본이요, 국가혁신의 원동력이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초심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대국민 약속인 경제민주화, 복지, 한반도 평화의 실천을 위해 박차를 가하여 신뢰회복에 나서야 합니다. 그것이 100% 국민의 대통령이 되는 길이요, 역사에 남는 성공한 대통령이 되는 길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정치란 무엇입니까? 국리민복(國利民福)이요, 국태민안(國泰民安)입니다. 국민을 안전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것, 배고픈 사람 배불리고 등 시린 사람 따습게 하고 억울한 사람 옆에서 눈물 닦아주는 것, 그것이 정치의 본령입니다.
박근혜정부 핵심 공약 중 하나가 '안전'입니다. 부처의 명칭까지 바꿨지만 2년도 안 돼 안전을 위한 조직을 다시 만들겠다고 합니다. 세월호 참사에 이어 판교 안전참사까지 발생했습니다. 개발도상국에서나 벌어질법한 사고가 이어지는 현실에 어처구니가 없어서 할 말이 없습니다.
여야가 당초 약속했던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합의한 기한 내로 세월호 특별법은 제정되어야 합니다. 이것은 여야의 문제도, 이념의 문제도, 정쟁의 대상도 아닙니다. 이것이 유가족의 뜻이요, 국민의 요구입니다. 철저한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그리고 그에 따르는 보상 내지 배상, 재발방지책이 마련될 때까지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그래서 대한민국은 정말 세월호 이전과 이후가 달라져야 합니다. 반드시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더 이상 국민과 유가족들을 기다리게 해서는 안 됩니다.
오늘 해가 져도 내일 다시 뜹니다. 동트기 직전의 새벽이 가장 어둡다는 말이 있습니다. 지금은 동트기 직전의 새벽과 같은 것입니다. 지금 우리 모두 기본으로 돌아가 대한민국호를 제대로 세우기 위해 전력투구합시다. 그것이 지금까지 차가워 가는 바다 속 아홉 명의 숭고한 영혼이 우리에게 외치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우리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여 꿈과 희망의 대한민국 만들기에 힘을 합칩시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