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식 신부(대한성공회 장애인 센터 '함께 사는 세상' 지도신부).   ©공동취재단

[기독일보 이동윤 기자] '2014 새길신학아카데미 가을강좌'에서 강사로 발제한 박태식 신부(대한성공회 장애인 센터 '함께 사는 세상' 지도신부)가 "우리는 자연스럽게 하나님은 모순과 불의를 달가워하지 않는 분이라는 개념설정을 한다"면서 "그런데 이런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전혀 예상 못한 재해가 덮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신앙을 할 때 해석되지 않는 부분들에 대해 화두를 던졌다.

이날 강좌는 새길기독사회문화원(원장 정경일 박사)에서 주최로 29일 서울 동대입구역에 위치한 공간새길에서 진행됐다. 박 신부는 '성서로도 때리지 마라! 열린 성서해석 방법과 실제'에 대해 발제하며 "만일 복음서가 쓰였던 당시의 문화적인 배경을 걸러보는 과정 없이 복음서를 읽으면, 틀림없이 심각한 오류에 빠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신부는 크리스천을 비롯해 많은 이들이 '신의 뜻인가'라며 혼란스럽게 생각했던 부분에 대해 지적했다. 그는 "전혀 예상 못한 재해가 덮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나님이 계시다면 과연 이런 참사가 있을 수 있을까. 성서에 떡하니 쓰여 있기를 하나님은 세상과 인간을 위하시는 분이라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도대체 이게 무슨 꼴인가. 재해가 닥치면 순식간에 정의는 사라지고 가장 기본적인 인권마저 처참히 짓밟히지 않는가. 그리스도교를 공격하는 게 취미인 사람들은 이 기회에 큰 소리를 내며 교회를 비웃을 것이다. '아마 하나님은 없을 겁니다. 그러니 걱정일랑 접어두고 인생을 즐기시오(영국 버스 광고)', '나는 자신의 창조물을 심판하는 하나님을 상상할 수 없다(A. 아인슈타인)', 그리고 일정 부분, 교회는 그런 비판을 수용해야만 한다"고 해석이 분분한 이 영역에 대해 계속 발언을 이어갔다. 

박 신부는 우리가 성경을 볼 때, 여러 부분들을 참고해야 하며, 그렇지 않다면 크게 오해하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는 "복음서 작가들은 자신의 글을 읽게 될 독자를 미리 머리에 그리면서 글을 써나갔다. 현대의 그리스도인들은 복음서의 일차적인 독자의 입장에 서서 편집 작업을 가늠해보는 일이 복음서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박 신부는 "복음서 작가들은 글을 써 내려가는 데, 자신들의 공동체의 특징을 항상 염두에 두었고 중요한 기준이었다.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구체적인 상황 안에서 편집 작업을 해나갔다"면서 복음서 작가들이 처해 있었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공동체의 몇 가지 특징으로 ▲공동체는 본토 유다 땅의 기성 유다교와 결별하는 과정에 놓여 있었다 ▲공동체 내의 이방인과 유다인 사이의 관계 설정이 필요했다 ▲공동체 내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정체에 대한 해석이 구구했다 ▲공동체는 박해의 상황에 놓여 있었다 ▲주변 세계로부터 종교, 문화, 철학적인 영향을 받았다 등을 거론했다.

박 신부는 "인류에게 큰 재앙이 덮쳤을 때, 우리는 분노하고, 어이없어하고, 하나님의 존재를 의심하고, 인생무상을 절감한다. 인간은 그렇게 하나님의 일보다는 인간 자신에게만 관심이 넘친다. 인간 중심으로 모든 외부조건을 판단한다"며 "쓰나미 자연재해의 현장인 아이티의 불행은 인간에게 주어진 도전이며 인간중심의 사고방식에 던져진 경고이다. 아이티의 처참한 상황에 직면해 우리는 인간의 욕심이 만들어낸 비극을 여과 없이 목격하고 있다"고 말하며, 인간은 자기중심적이며, 이러한 태도가 성경을 자기 방식으로 해석하게 한다고 말했다.

이후 박 신부는 말미에 "예수님은 아버지의 장례가 걱정돼 뒤를 따르지 못하는 이에게 말씀하셨다. '죽은 자의 일은 죽은 자에게 맡겨두고 너는 나를 따르라' '하나님의 영역으로 이미 넘어간 이는 걱정할 필요가 없으며 남은 이들은 그저 오늘에 충실하면 된다', 예수님은 그렇게 하나님과 인간의 영역을 구별해주었다. 하나님도 아마 우리에게 거기까지 원하실 것"이라며 이날 강연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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