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윤근일 기자] 대북전단 살포 문제로 촉발된 남북간 이견이 고위급 접촉 불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양측의 갈등 속에 당초 합의한 개최시한인 '다음달 초'까지 고위급접촉이 열릴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북한은 29일 새벽 서해 군통신선 채널을 통해 국방위원회 서기실 명의의 통지문을 청와대 국가안보실 앞으로 보내 "남측이 법적 근거와 관련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삐라살포를 방임하고 있다"며 "고위급접촉을 개최할지, 삐라 살포에 계속 매달릴지는 우리측의 책임적인 선택에 달려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다만 우리 측이 전날인 28일 전통문을 통해 30일 고위급 접촉 개최에 대한 입장을 요구한 것과 관련해선 구체적 언급을 하지 않았다.
통일부 임병철 대변인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북한이 제기하는 우리 민간단체의 전단살포는 우리 체제 특성상 정부가 이를 통제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며 "남북이 합의한 데 따라 우리측이 제의했던 '10월30일 고위급접촉 개최'가 사실상 어려워진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30일 개최 무산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또 대북전단을 막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대북전단에 관한 별도의 법적인 검토나 조치를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다만 정부는 다음달 초까지 개최하기로 한 남북간 인천아시안게임 폐회식(지난 4일) 당시 합의는 아직 유효하다고 보고 있다. 북한의 태도 변화가 있어야만 고위급접촉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실제로 임병철 대변인은 "일단 10월30일 개최는 물리적으로 어려워진 만큼 2차 고위급 접촉이 개최되기 위해서는 북측으로부터 입장표명이 있어야 한다"며 "북측은 회담 외적인 이유와 조건을 내걸고 고위급 접촉에 대해서 모호한 태도를 보이지 말고 앞으로 이런 것을 더 이상 남북대화를 다른 목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이처럼 정부가 대북 전단에 대한 입장을 바꾸거나 30일 이외에 추가 일정을 북측에 제안할 계획은 없다고 밝혀 고위급 접촉의 개최까지는 아직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앞서 정부는 지난 13일 북한에 '30일 판문점에서 고위급 접촉을 열자'고 제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