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박성민 기자] 부실 복구로 문제가 된 국보 1호 숭례문 단청에 사용이 금지된 화학원료가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숭례문 단청 공사를 하면서 사용금지된 화학안료와 접착제를 쓰고 인건비를 줄여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홍창원(58) 단청장, 제자 한모(48)씨 등 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8일 밝혔다.
경찰은 또 전통기법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공사를 진행하도록 한 혐의로 문화재청 직원 최모(55)씨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공사 과정을 제대로 감리하지 않은 혐의로 감리사 이모(50)씨 등 2명도 입건됐다.
경찰에 따르면 홍 단청장은 단청 공사 시 전통기법으로 한 경험과 능력이 없었음에도 숭례문 복구공사를 전통기법과 전통재료만을 사용해 단청공사를 할 수 있다고 문화재청을 속여 단청장으로 선임됐다.
하지만 지난 2012년 9월 숭례문 단청 복구 과정에서 전통안료인 호분(흰색)만으로는 색상이 잘 표현되지 않고, 아교가 엉겨 붙는 등 기술적인 문제가 발생하자 이를 문화재청에 알리지 않고 사용이 금지된 화학안료(지당) 및 화학접착제(포리졸)를 가족과 제자들에게 몰래 섞어 사용하도록 하는 방법으로 단청 공사비 3억9000여만 원을 부당이득을 취득한 혐의다.
또한 홍 단청장과 가족, 제자들은 사용이 금지된 화학안료와 화학접착제를 사용함으로써 단청이 박리박락(균열이 가고, 떨어지는 현상)되는 결과를 초래, 문화재청의 숭례문 복구공사 단청분야 재시공에 따른 비용 수십억 원의 손해를 발생하게 한 혐의도 받고 있다.
문화재청 공무원 최씨 등은 도심 한가운데 있는 숭례문의 특수 환경에 맞는 종합적인 실험과 전통기법의 안전성 등을 점검하지 않은 채 공사를 강행하게 한 혐의를, 감리사 이씨 등은 안료배합 과정에 감리원이 입회하도록 명시돼 있음에도 그 업무를 위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문화재청은 숭례문의 단청공사에서 시험시공 등의 검증이 필요하다는 복구자문단의 의견에도 불구하고, 5년의 공사기한을 맞추기 위해 홍 단청장의 명성만 믿고 검증되지 않은 단청기법을 숭례문에 적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전통단청 시공기술이나 경험이 없는 홍 단청장은 전통단청 재현에 실패했고 화학접착제를 아교에 몰래 섞어 사용함으로써 단청 훼손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홍 단청장이 취득한 3억여 원은 값 싼 재료를 사용한 것이기 보다는 화학재료를 사용함에 따라 인건비 절감으로 취득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2008년 2월 불에 탄 숭례문은 지난해 5월 복원됐지만 복원 총책임자인 신 대목장이 금강송을 횡령하고 문화재청 공무원들이 뇌물을 받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무형문화재 보유자인 홍 단청장은 2010년 2월부터 4년여 동안 문화재 보수 건설업체 3곳에 자격증을 빌려주고 모두 3780만원 받아 지난 2월 불구속 입건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