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이동윤 기자] 종교개혁은 성경을 강조하면서, 여성이 성서를 배우고 사랑할 수 있도록 여성들에게 교육의 문을 열어 놓았다. 하지만 500여 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한국교회 내에는 교회 여성들을 막아서는 벽이 존재하고 있다.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열린 '종교(교회) 개혁 과제로써 양성평등 실현을 위한 토론회'에서 서울장신대 김호경 교수는 한국교회 내의 여성의 현실에 대해 "여전히 당회장 중심의 교권주의가 일반화된 한국교회 상황에서 여성들이 입을 여는 것이 여전히 쉽지 않다"고 문제제기를 했다.
김 교수는 이날 "이제 평신도 여성들이 자신들의 입장을 언제든지 이야기할 수 있는 새로운 개혁이 일어나야한다"면서 아울러 "여성들이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 교회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17세의 소년 말랄라는 교육이 금지된 이슬람 소녀와 소년들을 위해서 한 권의 책과 한 개의 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며 "오늘날 한국교회 여성들을 위해서는 새로운 성경공부의 필요성이 제기된다"고 주장했다.
말랄라는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최연소 노벨상 수상자다. 말랄라는 여성의 교육권을 호소해왔으며, 이슬람 무장 세력으로부터 협박과 위협을 받으면서도 아동들과 여성들의 권리를 주장해왔다.
김 교수는 "여성들의 잘못된 인식을 고착화시키고 여성들의 꿈을 제한하는 성경읽기가 아니라, 성경의 해방정신을 고취시킬 장기적인 투자가 절실하다"고 역설했다.
김 교수의 발제에 이어 하늘누리지역아동센터장 박세나 목사과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여교역자협의회 총무 이혜진 목사는 교회 내 성평등 실현을 위한 여성목회자와 여신학생의 현실에 대한 제언을 했다.
박세나 목사는 '모난 돌이 정 맞으면 작품이 된다'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박 목사는 "근대화 과정에서 개신교가 이 땅에 들어오면서 새로운 해방을 곳곳에 안겨 주었노라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노라 특히 근대적 여성 주체의 성립 기반을 마련해 주었노라 하는 것이 주된 평가였다"며 "그러나 여성 해방의 측면에서 보면 그리고 현재 한국교회 상황을 보면 말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고 답답함을 드러냈다.
박 목사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현재 한국교회의 대부분 여성들을 가부장적 교회 문화와 그것에 근거한 성차별적 위계를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교회 여성들은 남성 헤게모니에 의해 구축된 성의 위계화를 창조의 질서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이 질서에 순종할 때 구원과 축복을 받을 수 있다는 종교적 신념을 지니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여성들 스스로가 인식의 변화, 즉 여성의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여성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박 목사는 "변화를 원한다며 스스로 해방하고 치유하며 회복하는 노력을 피해서는 안될 것이며, 여성 스스로의 적극적인 자세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박 목사는 여교역자 채용제, 여장로 할당제, 여성총대 할당제 등 강제적인 정책 즉 교단적 차원의 제도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러한 주장은 최소한의 권리"라며 "제도적 할당제는 약자의 참여가 미약한 구조에서 평등한 구조로 나아가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방편"이라고 밝혔다.
이혜진 목사는 한국기독교장로회, 여성목회자 현실을 중심으로 특히 목회자 청빙 부분에 한정해 의견을 피력했다.
이 목사는 "여성들의 부교역자 청빙은 특별한 일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일이 되고 있지만, 여성들의 담임교역자 청빙은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높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 목사는 "여성 교역자들이 대다수가 심방과 교구담당, 친교부와 봉사부, 여신도회 만을 담당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청소년부, 청년부와 예배, 선교, 행정 등 다양한 경험을 통해 교회 전반에 대해 큰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여성 목사 임직과 청빙에 관해 "여성을 청빙하는 교회가 흔하지 않고, 임지가 주어졌다고 해도 인턴경력 2년이 지나면 목사임직이 당연히 주어지지 않는다"며 "여성들을 챙겨줘야 할 조건이 더욱 많은 사람, 담임목사 입장에서 득보다 실이 더 큰 고용인으로 취급되고 있다"고 부정적인 현실을 지적했다.
또 "처음 사역지 청빙과정에서 여성들에게는 남성들에게 하지 않는 배우자 질문을 심도 깊게 하거나 임신과 출산에 관련한 부당한 질문을 하며 여성들을 위축시킨다"며 "여성이라는 점이 사택이나 사례비 부당 책정의 요소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임신과 출산, 양육에 대해 "부부가 목회자일 때 육아문제 때문에 대부분 여성들이 희생해 여성 목회자들이 파트로 일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며 "임신과 출산 및 육아는 한 개인의 일이 아니다. 개인일로만 여기지 말고 공동체가 한 생명을 키운다는 생각으로 함께 해결하고 제도적인 것을 개선해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교회가 임신과 출산 및 육아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교단 차원에서 예산책정과 지원으로 여성 사역자들이 제대로 사역할 수 있도록 출산과 육아를 도와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