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윤근일 기자] 일제가 수집해 조선총독부박물관, 이왕가박물관・미술관에 모아놓은 아시아 문화유산들을 보여주는 특별전이 28일부터 열린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김영나)은 오는 28일부터 내년 1월 11일까지 특별전 "'동양東洋'을 수집하다-일제강점기 아시아 문화재의 수집과 전시"를 개최한다.
이번 특별전 "동양을 수집하다"는 동양이란 단어의 궤적을 찾아가듯이 일제강점기 이곳에 모인 아시아 문화유산이 갖고 있는 내력에 주목한다. 실제로 근대화에 성공한 일본은 스스로를 '동양東洋 유일의 문명국'으로 생각했고 '낙후된' 동양을 문명세계로 인도할 적임자라 자부하며 승자의 시선을 기준으로 아시아 각국의 역사를 해석하고 그것을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 담았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조선총독부박물관, 이왕가박물관・미술관이 수집한 문화재를 소장하고 있으며 그 가운데 우리나라를 제외한 아시아 지역의 문화재는 약 1,600여 건으로 한대 고분 출토품부터 근대 일본미술까지 종류도 매우 다양하다.
'동양東洋', 일반적으로 동아시아, 또는 아시아 전역을 가리키는 이 말이 근대 일본의 산물이라는 것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동양이란 말이 13세기 중국에서 처음 등장했을 때, 그 뜻은 중국(의 무역항 광저우)을 기준으로 동쪽의 바다를 의미했다. 그리고 여전히 중국에서는 그런 뜻으로 사용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후반 일본에서였다. 당시 일본은 유럽 열강을 '서양西洋'으로 통칭했고 그것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동양'을 제시했다. 일본은 '동양'을 통해 자신들의 전통이 서구의 그것과 동일한 위치에 자리매김 되기를 원했다. 아울러 '동양' 개념 속에는 이 지역에서 중국의 권위를 해체하고 자신들의 주도적 역할을 강조하는 의미도 담겨있었다. '동양'은 근대 일본이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하며 만든 단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 문화재가 어떤 맥락에서 수집되고, 또 어떤 맥락에서 전시되었는지 살펴봄으로써 우리에게 '제시되었던' 아시아의 모습을 돌아보고자 한다"며 "이번 전시는 일제강점기 박물관이 수집한 아시아 문화유산을 통해 그 자체가 갖는 의미는 물론 그것에 담긴 수집과 전시의 역사를 돌아보는 자리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각 단락별로 구성된다. 제1부 "동아시아의 고대: 조선총독부박물관"에서는 조선총독부박물관이 중국 베이징(北京), 만주, 일본 규슈(九州) 등에서 수집한 문화재를 전시한다. 제2부 "서역 미술: 조선총독부박물관 경복궁 수정전"에서는 국립중앙박물관의 중앙아시아 소장품에 담겨있는 역사를 소개한다. 제3부 "불교조각: 이왕가박물관 창경궁 명정전"에서는 이왕가박물관에서 수집한 중국불교조각을 살펴본다. 제4부 "일본근대미술: 이왕가미술관 덕수궁 석조전"에서는 이왕가미술관에서 수집하고 전시했던 일본근대미술을 통해 그것이 갖는 의미를 돌아본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번 전시는 일제강점기 박물관과 미술관의 역사를 아시아 문화재의 수집과 전시라는 관점에서 접근한 새로운 시도로, 당시 문화정책의 실상을 밝히고 20세기 전반 박물관의 역사를 폭넓게 이해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