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윤근일 기자] 충청북도 도의회에서 벌어진 3개월간 여야 갈등이 다시 재현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불씨는 의원들 간에 미묘한 찬반의견이 존재하는 '행동강령 조례'다. '자정(自淨) 조례'로도 불리는 '충북도의회 의원 행동강령 조례안'은 지난 24일 폐회한 335회 임시회에서 심의 테이블에 오르지도 못했다.

일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의견수렴 절차가 부족했다고 트집 잡았고 이를 새누리당 수뇌부가 수용해 다음 회기(11월 정례회)에 다루기로 양보한 결과다. 여야 갈등을 풀어줄 매개체 교섭단체 조례(충청북도의회 교섭단체 및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관한 조례안)를 가결하는 게 급했기 때문이다.

본회의 통과와 동시에 이 조례가 효력을 발휘함으로써 의장단(의장 1명·부의장 2명), 상임위원장단(의회운영위·정책복지위·행정문화위·산업경제위·건설소방위·교육위) 9개 자리를 다수당이 독식하는 일은 불가능하게 됐고 양당의 원내대표와 간사가 중요사안을 사전 조율하는 또 하나의 강력한 협의체가 의회 안에 구성됐다.

이 조례의 시행으로 겉으론 의회에 평화가 찾아올 것 같지만, 갈등의 불을 지필 불씨는 남아 있다. 우선 여당 안에서 매파와 비둘기파가 충돌할 가능성이다. 야당에 너무 많은 걸 줬다고 여기는 초·재선 강경파는 수뇌부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결국 임병운 원내대표가 사퇴의사를 밝히는 결과로 이어졌다.

다음 달 12일 개회하는 336회 정례회에서 심의·의결될 행동강령은 더 강력한 불씨다. 지난 임시회에서 이 조례안을 회기 안에 처리하려다 내부반발에 부딪혀 포기한 여당 의원들은 조례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삭제했던 '출판기념회 금지' 조항 등을 다시 삽입하는 걸 검토하고 있다. 이 조례안을 지지하는 A의원은 "여야 갈등을 풀려면 대화와 타협이 필요하다는 점엔 동의하지만, 자정조례를 '딜(거래)'의 대상으로 삼는 걸 보면서 참담함을 느낀다"며 "교섭단체 조례를 야당에 양보했으니 이젠 행동강령을 강력히 밀어붙일 차례"라고 말했다.

이참에 보다 강력한 조항을 넣어 '직업 도의원'의 발목을 묶어 놓겠다는 얘기다. 새누리당 윤홍창(제천1) 의원이 대표발의한 행동강령 조례안에는 예산의 목적외 사용 금지(5조), 인사청탁 금지(6조), 직무와 관련한 위원회 활동 금지(7조), 이권개입 금지(8조), 직무관련 정보를 이용한 거래 금지(9조), 공용재산의 사적이용·수익 금지(10조), 금품·향응 수수행위 금지(11조), 의원간 금품수수행위 금지(12조) 등이 담겨 있다. 이런 조항에 이견을 보이는 의원은 거의 없으나 외부 강의·회의 참석 등의 명목으로 받는 금품에 대해선 서면으로 의장에게 보고하도록 하는 조항(14조)과 직무관련자에게 경조사를 알려선 안된다(17조)는 조항 등에 대해선 일부 의원이 강한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다. 외부강의, 회의참석, 출판기념회 등을 비롯한 경조사 등을 사실상 금지하거나 사전보고하도록 하는 조항이 직업 도의원에겐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윤 의원은 "여야 의원들이 조례안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소위 '돈벌이'에 해가 될만한 조항을 삭제하려는 시도가 야당은 물론 여당 안에서도 일어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런 이유 때문에 이번 (임시회)회기에 반드시 처리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한편 행동강령이 임시회를 통과하지 못함으로써 새정치연합 이광희 의원은 임시회 회기 마지막 날(24일) 그의 저서 '우리동네 풀꽃 이야기'를 소개하고 판매하는 출판기념회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만약 행동강령이 임시회를 통과했더라면 출판기념회가 넓은 의미의 '경사'에 해당하기 때문에 경조사 알림 금지 조항을 정면으로 어기는 결과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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