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윤근일 기자] 현대자동차와 KB국민카드가 자동차 카드 복합 할부 수수료율을 놓고 자동차-신용카드 업계간 대리전 양상의 싸움을 시작했다. 현대차가 KB국민카드와 가맹점 계약을 해지하면 앞으로 현대자동차 대리점에서는 KB카드로 차를 살 수 없게 돼 고객들의 불편이 커질 전망이다. 또한 소비자를 볼모로 양측이 힘겨루기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질 전망이다.
현대차는 23일 "KB국민카드에 신용카드 가맹점 계약기간 만료에 따른 갱신 거절 공문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두 달동안 카드 복합할부 수수료 재협상 요청을 했지만 국민카드가 사실상 협상을 회피해왔다"고 주장했다. "계약기간을 한 달 유예해 협상을 하자는 요청에도 답변이 없어 불가피하게 계약 종료를 통보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현대차와 KB국민카드는 지난 8월부터 카드 복합할부 수수료율을 적용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해왔다. 복합할부는 차량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자동차 대리점에서 신용카드로 대금을 일시불로 결제하면, 결제액을 할부금융사가 대신 갚아주고 고객은 할부금융사에 매달 할부로 납부하는 상품이다. 자금공여 기간은 단 하루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자동차 업계에서는 카드 복합할부가 일반 카드 거래와 달리 자금조달비용과 대손비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같은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것이 비합리적이라고 주장해왔다. 현재 수수료율은 복합할부, 일반 카드 거래 모두 국민카드가 1.9%, 다른 신용카드사 카드 수수료율은 1.85%로 같다.
현대차 관계자는 "국민카드측에게 수용할 수 있는 적정 수수료율을 제시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국민카드측은 지속적으로 검토해보겠다는 의견만 되풀이하며 실질적 협상에 나서지 않아 사실상 협의를 거절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 같은 구조가 신용카드사만 배불리는 구조로 보고 있다. 신용카드사가 개입하면서, 카드사는 신용 공여나 이에 따른 위험부담도 지지 않은 채 자동차사로부터 수수료를 과도하게 받고 있다는 것. 부담은 고스란히 자동차 판매사들의 몫이라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협회는 업계의 피해와 의견을 취합해 지난 6월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에 폐지를 건의하기도 했다.
자동차산업협회는 "카드 복합할부는 자동차사의 정상적인 마케팅 활동과 조직 관리 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하고 가맹점 수수료 부담을 증가시켜 수익성 감소와 경영 부담이 가중되는 등 많은 문제점을 유발시킨다"고 비판했다. 협회측에 따르면 카드 복합할부가 자동차 판매 금융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4.4%에서 지나해 14.8%까지 증가했다. 금액으로는 164억원에서 872억원으로 431.7%나 상승했다. 업계에서는 현 추세대로라면 카드 복합할부 수수료는 올해 1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신상품을 개발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리스크는 전혀 부담하지 않고 자동차사의 수수료를 편취해 자신들의 영업비용에 쓰는 '봉이 김선달식' 영업을 하려고 든다"고 말했다.
현대차의 이날 결정에 대해 국민카드측은 "소비자 선택권과 혜택을 줄이지 않는 방향을 찾을 것"이라며 "법의 테두리 안에서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금융당국과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KB국민카드의 현대차에 대한 가맹점 매출은 4천억원가량이며 이 가운데 복합할부에 의한 매출은 720억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