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서울시가 현재 본청 소속 감사관을 감사원과 같은 '합의제 행정기관'으로 독립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 산하에 독립된 '시 감사원'을 설치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 경우 행정기관의 의사가 그 행정기관의 장인 행정관청 1인이 아닌 다수인의 합치에 의해 결정돼 독립성이 강화된다. 시는 시민단체와 시의회 등을 참여시키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서울시와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최근 시 법률고문 3명에게 독립감사관제 도입에 대한 법률적 검토를 의뢰했다. 독임제인 현행 조직을 합의제 행정기관으로 변경할 경우 지방자치법, 공공감사법 등 관련법 규정에 위배되지 않는지 법률 검토를 맞긴 것이다. 현재 서울시 감사관은 본청 소속으로 운영된다. 감사담당관과 경영감사담당관, 조사담당관, 민원해소담당관 등 4담당관 23개팀 143명이 근무 중이다. 이들은 서울시 공직자 비리 및 주요사건 조사처리, 시정 주요 시책사업 확인·점검, 투자·출연기관 감사, 보조금 교부단체 관련 감사, 공직자 재산등록 심사, 청렴도향상 종합대책 수립·추진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현행 감사관제도는 본청 소속으로 운영됨에 따라 문제점도 적지않다. 우선 감사관실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은 순환보직에 따른 시청 소속이다. 이로 인해 감사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감사 자체 업무에 익숙치 않은 공무원이 배치되기 때문인데, 이들은 업무에 익숙해질 때 즈음이면 순환보직으로 부서 이동이 생긴다. 특히 감사관실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은 이후 있을 인사이동에서의 불이익을 걱정해 제대로 된 감사업무를 하지 못한다는 문제점도 따르고 있다. 아울러 감사 대상을 선정하는데 있어서도 걸림돌이 된다는 비판도 나온다. 현재 감사원이 중앙정부와 별개의 조직으로 운영되는 것과 달리 서울시 소속으로 있으면 감사대상 선정도 자유롭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전 감사담당관실 관계자는 "순환보직이다 보니 현실적으로 눈치를 봐야하는 부문이 있다"며 "합의제 행정기관이 돼 인사권 등이 독립되면 역할이 강화될 것이다. 시장 눈치도 안 보고 일할수 있다"고 말했다. 한 서울시 고위관계자도 이미 감사기구를 독립적으로 운영 중인 제주와 충남을 예로 들며 "이렇게 되면 감사기구가 어떤 대상을 감사할 지에 대한 제약이 없어져 제대로 된 감사를 벌일 수 있다"고 전했다.
이같은 서울시의 합의제 행정기관 추진 움직임에 대해 일각에서는 박원순 시장이 권력나누기를 시작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합의제 행정기관제를 도입하면 감사관의 인사권까지 독립시키게 된다. 감사위원(장)에 대한 임명권은 여전히 시장이 갖고 있긴 하지만 향후 감사업무를 진행함에 있어 본청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는 논리다.
이에 한 시 관계자는 "이는 사실상 권력을 따로 주는 것이기 때문에 박 시장이 지닌 권력(인사권)을 내려놓는다고 볼 수 있다"며 "동시에 감사관을 투명하게 우려하겠다는 의지로도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 이에 대한 숙의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마 이달 중에는 결론이 날 것"이라며 "학자나 감사원 실무자 등 전문가들은 (합의제 행정기관제 도입을) 당연한 것이라고 말한다"고 설명했다.